불면증이 스며든 현대인들, 충분한 숙면을 갈망하는 소비자들 | 밸류체인타임스

이아림 칼럼니스트
2024-05-25
조회수 1990

[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칼럼니스트] 자정이 넘어서 침대에 누워 양을 세며 잠을 청하는 이들에게, 다음날 해가 뜨기도 전에 불면의 밤이 찾아온다는 건 흔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2018년에는 약 91만 명이 수면 장애로 진료를 받았고, 이 수치는 2022년에 116만 명으로 증가하여 2년 사이 약 30%나 증가했다. 


잠 못드는 개인이 많아질수록 공동 수면장애를 겪고 경제적 손실로 직결된다. 김성균 보험연구원 연구원이 발표한 ‘수면 부족의 사회・경제적 손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부족으로 인해 OECD 주요 국가의 연간 경제적 손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85~2.92%에 달한다. OECD 5개국의 수면 부족으로 인한 연간 GDP 대비 경제적 손실 추정치는 캐나다 0.85~1.35%, 독일 1.02~1.56%, 영국 1.36~1.86%, 미국 1.56~2.28%, 일본 1.86~2.92% 수준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잘 자는 것'이 단순한 요구가 아닌 재능이자 축복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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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는 5월 초 처음 '잠 퍼자기 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2시간 동안 심박수를 기준치보다 20% 낮추는 것만으로도 애플워치나 에어팟과 같은 경품을 받을 수 있었다. 충분한 휴식과 수면은 이제 희소한 시간으로 여겨진다. 


소비자들은 '숙면의 묘약'을 찾기 시작했고, 이는 침구와 관련된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지난 2월 시몬스 침대가 모집한 '겨울잠 자기' 아르바이트에 선정된 참가자는 1시간가량 잠을 자고, 세후(세금 공제를 받고난 후의 금액) 300만 원을 받았다. 이 알바의 목적은 매트리스를 홍보하는 것이 목표였으며 경쟁률 6만대1을 기록했다.


어른들이 겪는 불면의 밤. 청소년들은 안전할까? 청소년들은 "보통 새벽 1시나 2시에 잠에 들어요. 하루에 길어봤자 5~6시간을 자는데, 또래 친구들에 비해 그것도 많이 자는 거예요"라며 웃으며 말하지만 웃음 뒤 길게 드리운 불면의 그림자는 청소년들의 행복한 일상을 어둡게 만든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11세에서 19세 아동, 청소년 약 1만 140명을 조사해 발표한 '2024년 아동 행복 지수'에 따르면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약 8시간으로 3년 전 조사 때보다 15분가량 줄었다. 반면 학교에 있는 시간을 제외했을 때, 하루 공부 시간은 약 3시간으로 3년 사이 28분가량 늘었다.


입시에 가까울수록 수면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수면 부족이 지속되며 불면증을 겪는다고 답한 아이들은 전체의 13%에 달한다. 학생들의 생활시간과 설문조사 등으로 추산한 아동 행복 지수는 100점 만점에 50%도 채 되지 않는 45.3점에 그쳤다. 이에 대해 초록우산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소 가족과의 주요 대화 주제가 공부거나 성취 압박이 높을수록 우울, 불안, 극단적 생각 등을 더 많이 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OECD의 22개국 중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4점 중 약 1.6점으로 꼴찌를 차지했다. 이성희 우석대 아동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학업 시간이 길고 수면 시간이 짧다는 것은 공부 외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된다는 의미"라며, "당연히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사교육비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4.5% 증가한 27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에는 약 21조 원으로 4년 만에 6조 1000억 원이 오른 것이다.


(사진=Unsplash)


어른뿐 아니라, 청소년들조차 잠들기 힘들어하는 수면 장애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충분한 숙면을 취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잠을 잘 자기 위한' 공연이 개최되고 있다. 지난 2일, 서초구 세빛섬에서는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7시까지 관중의 박수 소리 대신 요란히 코를 고는 소리만이 가득 채우는 공연이 열렸다. 국내 최초의 '잠자는 콘서트'인 베스트 드림 콘서트에서는 객석 대신 침대가 놓였고, 특수 제작된 수면 안대, 양말, 귀마개 등이 제공됐다. 심신을 이완시켜 숙면을 돕는 향이 콘서트장을 가득 채웠다. 이날 가수들은 라이브로 '자장가'를 불렀다.


피아니스트, 첼리스트도 다양한 '숙면 음악'을 연주했다. 매트리스 회사 ‘베스트 슬립’이 만든 수면 음악으로 색다른 디제잉을 곁들인 특이한 콘서트였다. 환호성과 춤사위 대신 잠꼬대와 뒤척거리는 작은 소리가 모여 만들어진 백색소음과 '자장가'뿐이다. 모닝콜은 현악 4중주로 연주됐다. 처음 열린 콘서트의 티켓 가격은 7만 원이었으며 '하루라도 잠을 제대로 자고 싶은 사람'들이 흔쾌히 지갑을 열며 삽시간에 매진됐다. 이 콘서트는 그저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라 사람들이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하고 싶어 하는 강한 욕구와 소비심리가 어떻게 맞물려 경제적으로 효과를 보여주는지 나타내는 첫 사례다. 아직도 밤에 뒤척이고 있는가? 부디 오늘은 당신의 밤에는 '숙면'이 다녀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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