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누군가를 병풍으로 만들지 않는 법 ㅣ밸류체인타임스

김혜선 기자
2024-02-08
조회수 1956

[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언젠가 참석했던 회의에서 내 자신이 주체가 아닌 ‘병풍’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발표 자료 제출도 필요 없던 회의였지만 참석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기에 가야만 했다. 회의장에 도착하니 참석자 명단에 나의 부서와 이름은 없었고 좌석에 준비된 이름표도 없었다. 발표자나 참석자도 아닌 그저 자리를 채워주는 ‘병풍’이었다.

 

살다 보면 이런 순간이 온다. 예쁜 이들이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외모가 떨어지는 친구들을 데리고 다니거나 모임에서 같이 간 일행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아는 사람들과만 교제한다면 상대를 의도적으로 병풍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 누군가를 합격시키기 위한 면접 들러리인 경우나 선생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리를 잡고 관찰하며 배워야 하는 실습생들 또한 마찬가지 상황이다.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낮춘다고 해서 결코 내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건만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향상시키기보다는 남을 낮추는 방법을 택한다. 손쉽기 때문이다.

 

발표할 것도 없던 회의 시간이었기에 여러 생각을 했다. ‘지금 나는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 건가?’라는 욱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차적인 감정들은 생각의 깊이가 더해지면서 희석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누군가를 들러리로 세운 적은 없었는가?’, ‘나를 내세우기 위해 상대를 아래로 본 적은 없었던가?’ 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누군가를 내 밑으로 생각한 적이 없지 않았다. 알량한 자아 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통의 사람이기에 앞서고 싶고 잘나고 싶었다. 겉으로는 겸손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으쓱한 마음이 지금도 비워지지 않았다.

 



[사진출처 unsplash]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가를 생각하다가 돈 없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무재칠시(無財七施)’를 떠올렸다. 일곱 개의 내용 중 ‘상좌시(牀座施)’가 있다. 원수 같은 사람일지라도 그의 자리를 도려내지 말고 앉을 자리를 마련해 주라고 말한다. 일상에서는 원수가 아닌 가까운 동료나 친구들에게도 자리를 마련해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대를 아는 척하지 않고 신경 쓰지 않음은 나의 마음에 그의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상대를 챙겨주고 공간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마음의 폭이 크다. 내 안에 내가 전부라면 다른 사람이 들어갈 공간이 없다. 소박한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나름의 경쟁자가 있고 그들의 성적이 떨어지거나 실적이 떨어졌을 때 반사이익을 누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지만 진정한 실력은 아니다. 누군가를 일원으로 함께하는 간단한 방법은 간단하다. 모르는 척하거나 스치고 지나지 말고 아는 척을 해주고 인사하고 자리를 안내해주면 되는 것이다. 작은 관심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생길 수 있는 상처를 막을 수 있다면 에밀리 디킨슨의 ‘내가 만약 누군가의 마음을 달랠 수 있다면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라는 시구절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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