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는 선행, 그리고 훈훈한 마음을 느끼다는 것, 헬퍼스 하이(Helper's high) | 밸류체인타임스

이아림 인재기자
2023-11-18
조회수 3240

[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인재기자] 냉철하고 혹독한 사회 속 가끔 들려오는 훈훈한 소식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기사 댓글에는 오랜만에 훈훈한 덕담이 이어졌고, 사람들 마음마다 따뜻한 기운이 옮겨졌다.


서로 함께 한 걸음을 내딛으면 것이 발전한다. 서로의 약한 부분을 채워주며 성장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다. 11월, 추운 한파 소식에 이어 따뜻한 소식이 마음을 녹여준다. 뒤늦게 알려진 천사의 얘기다.


17일, 한 채널에서 공개한 폐쇄회로 CCTV에는 올해 첫 한파 특보가 내려진 지난 7일 아침 서울 은평구의 한 거리에서 잠옷과 슬리퍼 차림의 치매 노인이 길을 헤매다 길바닥에 힘없이 쓰러지는 장면이 그대로 녹화 되어 있다. 이때, 출근 중이던 한 여성이 노인을 일으켜 세우며, 길가에 그를 앉히고 입고 있던 외투로 덮어주며 따뜻한 음료와 핫팩을 노인의 손에 쥐어주었다.


(사진=Unsplash)


20분간 곁을 지킨 여성은 경찰이 도착하자 외투를 돌려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사연의 주인공인 직장인 김선 씨는 "몸을 많이 떨고 계셔서 먼저 옷을 입혀드렸다"며, "너무 추워하시는 것 같아서 옆에 붙어 앉으면 더 따뜻해지시라고, 넘어지지 않게 붙어 앉아서 부축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당시 80대 노인은 500m 떨어진 집에서 잠옷차림으로 나와 거리를 헤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분이 만약 조금 더 밖에 있으셨다면 추위로 인해 동사될 수도 있었다"며, "경찰이 올 때까지 계속 보살펴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노인은 김씨의 선행으로 2시간 만에 가족에게 돌아갔다.


김선 씨는 "자녀분이 말하면서 너무 울어서, '아버님이 안전하게 가셔서 너무 다행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경찰은 서장의 명의 감사장을 수여할 계획이다.


이런 사연이 공개되자 '훈훈하다', '작은 선행이 모이고 모이면 엄청난 힘을 냅니다', '선행 하신 분 감사드리고, 저도 잘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이 천사입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우리는 이런 사연들을 보며, 헬퍼스 하이를 느끼게 된다.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란 정신의학적 용어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의 심리적 만족감이 높은 상태”를 일컫는다.


미국의 내과의사 앨런 룩스(Allan luks)가 '선행의 치유력(2001)'이라는 책에서 헬퍼스 하이를 최초로 밝혔다. 어떤 사람들은 착하게 살아서 얻는 것이 없다고 주장하곤 한다. 정말 선행은 아무 필요가 없는 것 일까?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임상심리학자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수잔 앨버스가 8월 말 '기부가 건강에의 좋은 이유'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글은 돈, 물건 등의 기부와 시간을 들여 직접 행하는 자원봉사를 '기부'라는 정의에 포함시켰다.


(사진=Unsplash)


이러한 선행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기부할 때 뇌의 도파민 경로 중 하나인 중뇌변연계 경로가 자극되기 때문이다. 중뇌변연계는 동기부여, 강화학습, 공포, 유인적 현저성 등의 인지 과정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다.며 이 경로에서 엔도르핀 등의 호르몬이 분비되며 헬퍼스 하이 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헬퍼스 하이를 느끼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수명이 길고,며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누군가를 도울 때에 느껴본 뿌듯함, 기부 시 송금 화면을 터치할 때 왠지 모를 기분 좋음 등이 이에 해당한다.


헬퍼스 하이 효과는 행복 호르몬이 정상치의 3배까지 올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 불면증과 만성통증에 탁월한 치료효과를 나타낸난다. 자녀를 둔 354 가정의 부모들을 조사한 결과, 자녀사랑과 뇌신경은 구조적으로 깊이 연관이 있다. 즉, '주는 것에 대한 행복'에 대한 보상은 우연히 아닌 유전자에 새겨진다고 과학이 밝혀냈다.


헬퍼스 하이는 선행을 하는 것 뿐 아니라 보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버드대 의료진의 연구에 따르면 ‘자원봉사를 한 학생들과 슈바이처의 일생을 담은 영화를 시청한 학생들의 면역력 수치가 일제히 높게 나타나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사진=Unsplash)


대가 없는 선행을 글로 읽었을 때, 뉴스로 전해 들었을 때 마음이 훈훈해 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에 헬퍼스 하이를 '슈바이처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슈바이처는 그때 당시 놀라운 나이인 91세까지 장수했다.


정말 선행은 필요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남을 돕는 것은 사회를 더 따뜻하게, 발전시킬 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사회란 혼자가 아닌 우리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사회에 속해져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입이 돌아가 하늘나라에 먼저 가셨을 수도 있는 노인과 출근 중에도 외면하지 않고 선행을 베풀던 김선 씨. 사회라는 거대 공동체에서 아무도 서로를 생각지 않고 자신만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감정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죽은 사람들의 사회’가 될 것이다. 헬퍼스 하이로 모두의 마음에 슈바이처 불꽃을 틔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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