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성비의 시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ㅣ 밸류체인타임스

권예원 칼럼니스트
2024-11-25
조회수 1067


[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원 칼럼니스트] 지난 달 발간된 트렌드코리아 2025는 대한민국의 다가오는 해의 트렌드 전망을 예측하며 신조어를 소개한다. 올해 첫 번째 목차를 장식한 신조어는 바로 ‘시성비’다. 시성비는 ‘시간’과 ‘가성비’의 합성어로, 시간 대비 성능을 중시하고 효율적인 시간 활용을 선호하는 경향을 의미한다. 이는 정보와 업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시간이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반영한다.

시성비는 한정된 시간 내에서 최대의 가치와 효율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나타낸다. 이는 개인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소비 패턴과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성비는 단순히 가성비를 넘어서,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고 있다.




유튜브 재생속도

유튜브(YouTube)는 지난해 10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기능인 ‘2배로 누르기’를 업데이트했다. 이 기능은 전체 화면 또는 세로 모드에서 아무 곳이나 누르면 재생 속도가 2배로 올라가는 기능으로, 많은 사용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사진출처:유튜브 공식 블로그(YouTube Official blog))


트렌드 분석전문업체 엠브레인에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유튜브 영상을 빠르게 감기하여 시청한 사람은 10명 중 7명인 69.9%로 조사됐다. 영상을 빨리감기로 시청하는 이유로는 ‘봐야 할 작품이 많은데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가 36.5%, ‘다른 할 일이 많은데 봐야 할 영상이 많아서’가 31.9%, ‘영상을 가성비 있게 소비하는 방법이라서’가 23.7%로 조사됐다.

설문조사 결과처럼 유튜브를 시청할 때도 시간을 절약하고 최대한 빠르게 결론을 듣고 싶어한다. 비디오를 시청할 때도 ‘시성비’를 생각하며 행동한다는 것이다.



영화, 드라마 요약 채널

영화·드라마 요약 채널은 시성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트렌드다. 영화·드라마 요약 채널은 드라마 전편이나 영화를 10분에서 40분 내외로 짧게 편집해 올린다. 조회수가 특히 높은 콘텐츠는 결말을 포함한 ‘결말포함’ 시리즈로, 이는 전반적인 영화 내용을 요약하고 결말까지 알려주는 시리즈다.

세계일보 인크루트가 직장인 2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본문보다 요약형 정보가 더 낫다’라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85.4%로 나타났다. 더불어 드라마나 영화 등의 영상은 필요한 부분만 넘겨서 본다고 답했다. 요약본을 선호하는 이유로 28.4%가 핵심만 알면 된다고 생각해서, 27.8%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사진출처:pixels


사람들은 영화와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 결말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혐오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제는 결말이 포함된 영상을 찾아본다. 이는 사람들이 드라마와 영화에 시간을 들여 시청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몇 주에 걸쳐 보는 드라마보다는 1~2시간 이내에 끝낼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하고, 1~2시간을 시청해야 하는 영화보다는 10~40분 이내에 끝나는 영화 요약을 선호한다.

영화, 드라마 요약 채널의 흥행은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시간을 줄이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시성비의 니즈를 공략한 셈이다.




밀키트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에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밀키트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로 ‘재료를 직접 준비할 필요가 없다’가 54.7%(중복응답)로 가장 많았고, ‘식사 준비를 빠르게 할 수 있다’가 53.1%로 두 번째로 많았다. 그 외에도 재료를 따로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해서, 적은 노력으로 그럴싸한 요리를 만들 수 있어서 등의 이유가 있었다.

밀키트의 가장 큰 장점은 재료를 준비하지 않고도 퀄리티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식당에 가지 않고 집에서 요리할 수 있고 또한 요리 후 식자재가 남지 않으며, 1인분 양만 먹을 수 있어서 1인가구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다.


사진출처:unsplash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빕스’에서는 여러 밀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스테이크부터 파스타, 폭립 등 매장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음식들을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한다. 또한 각 지역에서 먹을 수 있었던 특산물들을 밀키트도 판매한다. 대게로 유명한 영덕군에서는 영덕대게를 이용한 음식인 대게라면, 게살 볶음밥을 밀키트로 판매한다.


이제는 매장을 가거나 지역을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높은 퀄리티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상품을 구매하면 음식의 재료와 소스까지 포함되어 맛의 퀄리티가 보장되고 식자재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 장보는 시간, 음식을 만드는 시간, 매장에 가는 시간을 대폭 줄여주는 시성비 아이템이다.




새벽배송, 오늘배송 점점 빨라지는 배달서비스

지난 6월, 신선한 식재료와 음식을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제공하는 새벽배송을 처음 도입한 ‘컬리’가 새벽배송을 넘어 더 빠른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주문 후 1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퀵 커머스’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퀵 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초밥, 삼겹살 등 3000여 종의 제품을 주문하면 1시간 이내로 배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마트는 배달앱 배달의 민족과 함께 퀵 커머스 분야에 뛰어 들었다.

‘퀵 커머스’는 주문한 상품의 ‘즉시배송’이 가능해 소비자가 1~2시간 이내에 주문한 상품을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처음 ‘퀵 커머스’는 음식, 식자재 배송으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전자 제품, 생필품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출처:unsplash


퀵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배달 음식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음날 배송은 너무 느리다’, ‘배달비 3000원을 내더라도 당장 받고 싶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퀵 커머스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까지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퀵커머스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런 빠른 배송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빠른 배송로 유명한 ‘쿠팡’에서 과로로 인한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빠른 배송을 요구한다면 배송 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더 고강도의 업무를 해야 한다. 사람들은 1시간 안에 배송되는 서비스가 정말 필요한 서비스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성비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시성비 트렌드의 부상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모든 일상이 멈추면서 사람들은 시간의 소중함과 효율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이로 인해 시간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생산적인 방식으로 소비되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했다. 또한, 경제 침체와 인플레이션 등의 경제적 요인도 시성비 트렌드의 성장을 촉진했다.


과거의 소유경제 사회에서는 값비싼 명품이나 사치품을 소유하는 것이 중요했으나, 현재는 경험경제 사회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문화, 여가, 관광 등의 경험을 중시하게 되었다. 이는 시성비 트렌드가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는 것을 넘어, 질 높은 경험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만들었다.


사진출처:unsplash


하지만 경험경제 시대를 맞이하며 사람들의 심리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경험경제 시대는 문화사업, 여가 산업, 관광사업 등 모든 것이 포화 상태다. 경험경제 시대에서는 넘쳐나는 서비스나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경험할지가 중요해졌다.


소비자들은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하길 원한다. 정보들이 넘쳐나고 즐길거리들이 흔해진 사회에서 시성비는 당연한 흐름일지 모른다. 과포화 상태인 사회에서 무엇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어떤 것이 좋은지 빠르게 분별하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변별력을 갖기 때문이다.

자신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빠른 길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시성비 사회에서 필요한 태도는 자신이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지키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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