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육의 유익한 '디벗', 유익하기만 할까 | 밸류체인타임스

이아림 칼럼니스트
2024-11-09
조회수 1026

[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디지털과 친구를 뜻하는 벗의 줄임말 '디벗'은 서울시가 학생들에게 교육용으로 보급한 태블릿 PC다. 디벗을 활용해 학습지 절감, 새로운 교육방법을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 뒤에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A학생과 친구들은 처음 디벗을 보급 받았을 때, 교사들의 사용횟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등하교 시 지니고 다니라는 요구로 인해 ‘무거운 쇳덩어리’에 불과하다며 투덜거렸다. 시간이 지난 후 디벗이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익숙해지자 새로운 교육환경을 접할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평가가 늘었지만, 그중에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도 존재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학생들과 익숙하지 못한 어른들 간의 괴리

초기에는 교사들의 사용 주의사항으로 인해 디벗을 해킹하려는 시도가 드물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해킹이 일상이 되었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걸어놓은 시간제한 프로그램조차 해킹에 해박한 학생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네이버 지식인 Q&A 창에서도 '디벗 어떻게 뚫나요?'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 빈번히 올라오며, 학생들은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유튜브로 아이돌 직캠 시청, 게임, SNS 이용 등 교육 외적인 용도로 디벗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Unsplash)


이러한 상황에서 디벗 규칙은 무시되기 시작했고, 일부 학생들은 불법 사이트에 접근하기도 했다. 강력한 디벗의 유혹으로 인해 선생님의 주의는 학생들의 뇌에서 이탈된 지 오래다.


학부모 온라인 게시판에는 "아이가 학원 숙제도 안 하고 미치겠다. 디벗 정말 부수고 싶네요", "아이가 디벗에 푹 빠져 정신을 못 차린다"라는 부모들의 호소가 줄을 잇는다. 서울시교육청 민원 게시판에는 "방학 중 디벗을 수거하는 방안을 강력히 제안한다"라는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교내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도 갈등을 야기하는 디벗으로 인해 교사와 학부모의 골칫거리만 늘고 있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뿐만이 아니다. 수업 시간에도 학생들은 교사가 허용한 화면을 보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비교육적인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물론 일부 학생들은 교사가 허용하지 않은 시간에도 몰래 이용하곤 한다. 이는 디지털 교육 도입의 부정적인 결과로,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 중독을 촉진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디벗을 보급하기 시작한 시기는 2022학년도다. 지난해 2학기에는 서울시 내 모든 중1학생들에게 디벗이 제공됐다. 교육청은 디벗 도입을 통해 '아이들이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미래형 교육이다'라며 디벗을 활용한 교육 정책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디벗을 활용해 교육을 한 교사들은 그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진=Unsplash)


서울시 내 중학교 교사인 오영주(가명) 씨는 "(교육당국은) '아이들이 잠들지 않는 교실을 만든다'라고 주장하지만, 학생들이 잠들지 않는다고 해서 학습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위권의 학생들일 경우 디벗이 효과가 있을 순 있다. 사실 그런 학생들은 일반 교과서든, 디벗이든 무관하게 높은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라며, "그러나 나머지 80%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기조절이 쉽지 않은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중하위권 학생에게 디벗은 자칫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8월 발표한 연구자료 '디지털 심화시대, 학습자의 자기조절 역량 개발 지원 방향'에 따르면, 실제로 청소년 자기조절 역량이 낮은 집단의 학생일수록 학습 환경에서 교육 성과가 저하되는 경향을 보였다.


세계 각국 디지털 기기 금지 규제 도입

프랑스는 2018년부터 15세 미만의 학생들에게 학교 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디톡스법'을 시행했고, 3세 미만의 영유아에게 영상 시청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 13세 미만의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 제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은 올해 2월부터 정부 주도로 전국 학교에 '스마트폰 사용금지' 가이드라인 배포 및 16세 미만에 대한 스마트폰 판매 금지 방안 검토 중이다. 미국의 플로리다주는 13세 이하의 학생에게 SNS 가입 금지, 14~15세는 부모의 동의 아래 SNS 계정을 생성하는 법안을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사진=Unsplash)


대만에서도 2세 이하 스마트폰 등 스마트폰 기기 사용을 전면 금지, 18세 미만의 지속적인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아동, 청소년 복지 보호법'을 2015년부터 시행 중이다. 법 위반 시 부모에게 최대 5만 대만 달러(약 212만 원)를 부과한다.


네덜란드는 올해 1월부터 교내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스마트 기기 사용을 금지(디지털 교육 시에만 허용)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에는 초등학생을 제외한 중고등학생들이 가정으로 스마트 기기를 가져가는 것에 대한 교육청의 일괄적인 기준은 부족한 상태다.


교육부, 원성 가운데도 내년에는 초등학생에게도 '디벗 제공 예정'

디벗은 '1인 1스마트학습기기 지급`이라는 방침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이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보급하는 태블릿 PC와 노트북이다. 초등학생은 교육부가 디지털 인공지능(AI) 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인 2025년에 3, 4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지급받을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디벗으로 게임을 하거나 유해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초등학생의 분별력과 통제력이 낮은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방안이 충분할지 의문이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해도 종이 교과서는 유지되고 있어, 디지털 기기 보급이 학생들의 중독을 부추길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교육을 통해 얻고자 했던 긍정적인 효과와 달리, 현재는 디지털 중독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디벗’의 상황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의 도구로서 디벗의 유익함을 재평가하는 동시에, 그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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