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소비쿠폰, 민생이라는 이름에 쥐어진 책임ㅣ밸류체인타임스

권예원 칼럼니스트
2025-09-25
조회수 2286

[밸류체인타임스=권예원 칼럼니스트] 정부는 지난 7월 21일부터 전국민을 대상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정책을 시행했다. 해당 쿠폰은 최소 15만 원에서 최대 45만 원까지 차등 지급되며, 소득 수준, 지역 등 일정 조건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이름 그대로 ‘민생 회복’을 목적으로 설계된 이 쿠폰은 정책 발표 당시부터 국민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구조적 한계와 재정 부담, 그리고 정책 형평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소비 진작 목적의 ‘쿠폰 정책’, 실효성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이 가장 빠르게 체감한 정책 중 하나는 바로 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이었다. 경기침체와 고물가 상황이 맞물린 가운데, 정부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한 처방으로 이 정책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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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은 특정 품목이나 업종에 일정 금액을 보조하거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소비를 촉진시키려는 재정 직접개입형 소비 유도 정책이다. 유사한 시도로는 코로나19 시기 ‘재난지원금’이 대표적인 선례다. 당시 정책은 단기간 내 소비를 집중시켜 시장을 일시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일회성 효과에 그치는 소비 증가

표면적으로는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회복이라는 명분이 있어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책에 대해 일관되게 ‘한계가 뚜렷한 단기 처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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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은 단기적인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실질적인 소득 증가를 수반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소비로 연결되기 어렵다. 다시 말해, 평소보다 소비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미리 당겨 쓴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비쿠폰 사용 이후 소비가 급감하는 ‘반동 효과’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포함한 여러 연구 기관들도 소비쿠폰 정책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미미하며 지속성은 1~2주 내외로 한정된다고 분석했다. 일부 업종에서는 매출이 급등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소비 흐름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반복되는 단기성 지원…체감은 줄고 의존은 커진다


경제가 침체될 때마다 반복되는 단기성 소비 정책은 장기적으로 소비의 구조 자체를 왜곡할 수 있다. 국민들이 소비를 계획하고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쿠폰 발행 여부에 따라 지갑을 여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쿠폰이 있기 때문에 소비한다”는 인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쿠폰이 없으면 소비하지 않는다”는 현실로 이어진다. 이는 정책 의존성 증가와 함께 민간 소비의 자생력을 약화시키고, 경기 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막대한 재정 투입, 결국 국민이 부담한다

이번 소비쿠폰 정책에는 총 13조 원 규모의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었다. 정부는 세입경정으로 재정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으로 이 재원은 국민의 세금 또는 국가 채무를 통해 마련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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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2023년 기준 약 1,396만 명의 근로소득세 납세자가 해당 예산을 나눠 부담한다고 가정할 경우, 1인당 약 94만 원의 세금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지급받은 소비쿠폰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특히 2030세대의 비판 여론이 거세다. 미래 납세자이자 재정의 부담을 짊어질 세대인 이들은, 단기적 소비를 위해 자신들의 미래가 희생되고 있다는 점에서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 삭감된 예산, 더 큰 문제


이번 정책은 추가 세금 부담 외에도 다른 복지·교육 예산 삭감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추경안에서 가장 크게 삭감된 항목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약 1조 9천억 원이 줄었다. 그 외에도 ▲근로장학금 ▲다자녀장학금 ▲주거안정장학금 등 맞춤형 국가장학금이 4,400억 원 삭감되었고, ▲행복주택·국민임대·공공임대 등 청년과 서민을 위한 주거지원 예산도 줄었다.


심지어 아동발달 지원, 자살 예방, 정신건강 지원 등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예산도 일부 삭감되면서, 정부가 ‘민생’을 내세운 정책의 명분이 무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채무 증가, 현금성 정책의 부작용은?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일시적으로 소비를 촉진할 수는 있지만, 이 정책이 남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바로 국가채무의 증가다. 이미 문재인 정부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해 대규모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국가채무는 440조 원에서 1,800조 원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급증한 바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전방위적인 현금 지원이 국가 재정에 중대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 소비쿠폰 정책 역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며 국가 재정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 부담이 결국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30세대는 이미 장기적인 재정 적자와 연금 고갈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어, 이번 정책으로 인한 재정 확대가 세대 간 형평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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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현재 한국은 고금리 기조 속에서 통화 긴축을 병행하고 있는 경제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대규모 현금을 시중에 풀면, 단기적으로 소비는 증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도 크다. 일시적 수요 증가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이는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화량 증가는 결국 물가 불안을 초래하고,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는다.


실제로 앞선 재난지원금 사례에서도 100만 원당 약 26만~36만 원의 추가 소비만 발생해, 소비 승수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 또한 일부 소비자의 “매출 증가 체감” 응답은 있었지만, 실제 효과는 특정 업종이나 매장에 국한된 단편적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방위적인 소비 진작보다는 제한된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정의 건전성, 형평성과 효율성에 대한 질문

정부가 시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에는 수천억 원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이처럼 큰 재정이 실제로 도움이 절실한 계층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신청률 제고를 위해 가정 방문 접수, 지역 인력 배치 등 다양한 행정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제도 접근성과 수혜의 형평성 면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디지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계층이나,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의 소비자, 도심권 거주자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소비쿠폰은 거주지 지역 내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전통시장, 동네마트, 소규모 식당 등 연 매출 30억 원 이하의 매장에서만 사용하도록 제한돼 있다. 이러한 제약은 대도시에서는 비교적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반면, 농어촌이나 중소도시 거주민들에게는 적용이 어려운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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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과 계층이 발생하면서, 민생을 회복하겠다는 본래의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 재정을 투입한 소비 진작 정책이 진정한 ‘민생’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타깃팅과 형평성 있는 배분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생회복, 정말 쿠폰이어야 할까?

민생 안정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앞에 두고, 소비쿠폰이 과연 가장 효과적인 해법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앞서 언급된 여러 한계와 구조적 문제를 감안할 때, 단기적인 소비 유도책으로는 실질적인 민생 회복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진정한 민생 회복은 단순한 소비 촉진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임금 구조의 개선, 고용의 안정, 그리고 주거 안정을 위한 부동산 시장 개혁 등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개혁 없이 반복적으로 소비를 자극하는 방식에만 의존한다면, 시장은 점점 정부 지원에만 기대는 방향으로 고착화될 위험이 크다. 결국 자생적인 경제 회복이 불가능한 소비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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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역시 단발성 지원보다는 지속 가능한 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민간 소비의 일시적인 상승에만 기대기보다는 보다 안정적인 내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통계 수치로 나타나는 일시적인 지표가 아니다. 내수 경제의 체질 개선과 구조적 불균형 해소가 우선되어야 하며, 그런 기반 위에서야 비로소 실질적인 민생 안정이 뒤따를 수 있다. 소비쿠폰이라는 일회성 정책을 반복하기보다는,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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