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타임스=권예원 칼럼니스트] 2018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떠올랐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석유 수입 대국이던 미국이 어떻게 세계 최대 산유국을 넘어, 수출국으로까지 전환할 수 있었을까. 그 중심에는 ‘셰일오일 혁명’이 있었다.
막대한 권력을 쥐여준 셰일오일
셰일오일은 진흙이 쌓여 굳어진 퇴적암, 즉 셰일층에 갇혀 있는 원유다. 전통적인 원유는 근원암에서 생성된 뒤 석유 트랩에 집적되어 수직 시추로 쉽게 채굴되지만, 셰일오일은 퇴적암의 미세한 입자 사이에 스며 있어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채취가 불가능하다.

사진출처:unsplash
그럼에도 셰일오일은 전통 원유와 성분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추출 후 별도의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기존 원유처럼 바로 사용할 수 있어 활용성이 높다.
숨은 보석을 찾아내다, 프래킹 공법
셰일오일 개발의 핵심은 수압 파쇄(hydraulic fracturing, 프래킹) 기술이다. 이는 고압의 물과 모래, 화학 물질을 주입해 암석에 균열을 내고 그 틈새로 갇혀 있던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방식이다.
프래킹은 1950년대에 개발됐지만 채산성이 낮아 활용되지 못하다가,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특히 땅속 3km 이상 깊이에 묻혀 있던 셰일 자원을 대규모로 추출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었다.
미국의 경제를 책임진 셰일오일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은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였다. 그러나 셰일오일 개발로 에너지 자립을 이뤄내면서 세계 최대 산유국, 나아가 수출국으로 변모했다. 이는 단순한 생산력 증가를 넘어 미국 경제와 외교 전반에 자율성을 부여했다.

사진출처:unsplash
중동이나 러시아 등 에너지 패권국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고, 석유 수입과 관세 협상에서도 손실 없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또한 안정적인 에너지 기반은 군사력 확충과 기업 활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자국 기업들은 에너지 불안을 걱정하지 않고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이는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셰일오일은 ‘천조국’ 미국의 시스템을 떠받치는 근간이자,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력이 되었다.
국제 유가의 새로운 추, 미국
셰일오일의 등장은 단순히 미국의 성공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곧 국제 유가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사건이었다. 전통적으로 국제 유가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같은 주요 산유국의 정책과 결정에 따라 크게 출렁였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오일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독점에 가까웠던 공급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진출처:unsplash
2014년은 셰일오일의 파급력을 여실히 보여준 해였다. 미국 내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하며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맞서 OPEC은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증산을 선택했다. 그 결과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하던 국제 유가는 순식간에 30~4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 사건은 셰일오일이 국제 유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음을 분명히 각인시켰다.
그 이후 셰일오일은 국제 유가의 하방 안정 장치 역할을 해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유 공급이 불안정해 유가가 급등할 조짐이 보이면, 미국은 셰일오일 생산량을 즉각 끌어올려 공급을 확대한다. 이러한 조정 메커니즘은 유가 급등 리스크를 완화하고, 세계 경제의 불안정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셰일오일 반대, 뾰족한 묘안은?
셰일오일 개발이 확대되면서 그 이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거세게 제기되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환경 파괴를 이유로 ‘프래킹 금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는 곧 미국 내 셰일오일 시추를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으며, 그만큼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았음을 보여준다.
프래킹은 인위적으로 지반을 파쇄하는 공법이다. 이 과정에서 지반 불안정이 심화되어 싱크홀이나 지진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또한 다량의 화학 약품이 섞인 혼합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하수와 토양이 오염될 가능성도 크다. 지하수가 오염되면 결국 땅 위의 생물과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인간의 삶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진출처:unsplash
셰일오일은 환경오염 문제와 높은 채굴 비용이라는 분명한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일오일은 미국 경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나아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원유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국제 유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하며 글로벌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주고 있다. 결국 셰일오일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미국과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꾼 전략적 자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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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원 칼럼니스트]
[밸류체인타임스=권예원 칼럼니스트] 2018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떠올랐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석유 수입 대국이던 미국이 어떻게 세계 최대 산유국을 넘어, 수출국으로까지 전환할 수 있었을까. 그 중심에는 ‘셰일오일 혁명’이 있었다.
막대한 권력을 쥐여준 셰일오일
셰일오일은 진흙이 쌓여 굳어진 퇴적암, 즉 셰일층에 갇혀 있는 원유다. 전통적인 원유는 근원암에서 생성된 뒤 석유 트랩에 집적되어 수직 시추로 쉽게 채굴되지만, 셰일오일은 퇴적암의 미세한 입자 사이에 스며 있어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채취가 불가능하다.
사진출처:unsplash
그럼에도 셰일오일은 전통 원유와 성분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추출 후 별도의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기존 원유처럼 바로 사용할 수 있어 활용성이 높다.
숨은 보석을 찾아내다, 프래킹 공법
셰일오일 개발의 핵심은 수압 파쇄(hydraulic fracturing, 프래킹) 기술이다. 이는 고압의 물과 모래, 화학 물질을 주입해 암석에 균열을 내고 그 틈새로 갇혀 있던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방식이다.
프래킹은 1950년대에 개발됐지만 채산성이 낮아 활용되지 못하다가,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특히 땅속 3km 이상 깊이에 묻혀 있던 셰일 자원을 대규모로 추출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었다.
미국의 경제를 책임진 셰일오일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은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였다. 그러나 셰일오일 개발로 에너지 자립을 이뤄내면서 세계 최대 산유국, 나아가 수출국으로 변모했다. 이는 단순한 생산력 증가를 넘어 미국 경제와 외교 전반에 자율성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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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나 러시아 등 에너지 패권국에 휘둘리지 않게 되었고, 석유 수입과 관세 협상에서도 손실 없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또한 안정적인 에너지 기반은 군사력 확충과 기업 활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자국 기업들은 에너지 불안을 걱정하지 않고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이는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셰일오일은 ‘천조국’ 미국의 시스템을 떠받치는 근간이자,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력이 되었다.
국제 유가의 새로운 추, 미국
셰일오일의 등장은 단순히 미국의 성공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곧 국제 유가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사건이었다. 전통적으로 국제 유가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같은 주요 산유국의 정책과 결정에 따라 크게 출렁였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오일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독점에 가까웠던 공급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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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셰일오일의 파급력을 여실히 보여준 해였다. 미국 내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하며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맞서 OPEC은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증산을 선택했다. 그 결과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하던 국제 유가는 순식간에 30~40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 사건은 셰일오일이 국제 유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음을 분명히 각인시켰다.
그 이후 셰일오일은 국제 유가의 하방 안정 장치 역할을 해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원유 공급이 불안정해 유가가 급등할 조짐이 보이면, 미국은 셰일오일 생산량을 즉각 끌어올려 공급을 확대한다. 이러한 조정 메커니즘은 유가 급등 리스크를 완화하고, 세계 경제의 불안정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셰일오일 반대, 뾰족한 묘안은?
셰일오일 개발이 확대되면서 그 이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거세게 제기되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환경 파괴를 이유로 ‘프래킹 금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는 곧 미국 내 셰일오일 시추를 사실상 중단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었으며, 그만큼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았음을 보여준다.
프래킹은 인위적으로 지반을 파쇄하는 공법이다. 이 과정에서 지반 불안정이 심화되어 싱크홀이나 지진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또한 다량의 화학 약품이 섞인 혼합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하수와 토양이 오염될 가능성도 크다. 지하수가 오염되면 결국 땅 위의 생물과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인간의 삶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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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오일은 환경오염 문제와 높은 채굴 비용이라는 분명한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셰일오일은 미국 경제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나아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원유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국제 유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하며 글로벌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주고 있다. 결국 셰일오일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미국과 세계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꾼 전략적 자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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