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시인은 번역자이며 암호해독자 l 밸류체인타임스

김혜선 기자
2023-10-26
조회수 15524

[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토끼와 거북이는 달리기 경주를 했고 거북이를 우습게 봤던 토끼는 중간에 낮잠을 잔다. 성실하게 정주행한 거북이가 자만한 토끼를 이긴다는 『토끼와 거북이』 동화다. 원래 버전과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자. 요즘 토끼는 잠을 자지 않는단다. ‘정상을 향해 효과적으로 가는 법’을 가르치는 전문학원에 등록하여 노하우를 배웠다. 또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경기 일정과 코스를 파악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연습을 한다. 조상의 실패를 거울삼아 혹시 잠이 들더라도 바로 깨워주는 맹렬 엄마가 옆에 계시고 알람까지 준비하여 경기에 임했다. 반면 거북이는 사전 정보도 파악하지 않고 그저 우직하게 예전처럼 경기를 했다가 토끼에게 우승을 뺏긴다.

 

또 다르게 생각해 보자. 쭉쭉 앞서가는 토끼를 보면서 거북이는 자신을 분석한다.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짠 후 토끼에게 제안한다. 지상에서의 달리기가 아닌 물속에서의 수영을 말이다. 갑자기 변경된 경주 코스로 인해 혼란에 빠진 토끼는 물을 잔뜩 먹고 허우적거리다가 포기한다. 토끼에게는 뗏목이나 배를 이용하는 등의 변화된 전략이 필요했지만 옛 경험에만 의지했던 탓이다.




  [사진출처 : Unsplash]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포도》를 살펴보자. 탐스러운 포도가 먹고 싶었던 여우는 폴짝폴짝 뛰고 팔을 쭉 뻗어 따보려 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다. 결국 여우는 ‘저 포도는 분명 시고 맛이 없을 거야.’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포기한다. 성공하지 못한 일에 대한 합리화와 변명으로 동화를 해석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실패했다 해도 시도했던 노력이 소용없는 일은 아니라고 말이다. 과정 자체로 여우는 성장했고 경험을 발판으로 다음 기회를 잡을 계획과 방법을 구상할 수 있게 됐다. 손이 닿지 않는 문제점을 발견했으므로 사다리를 이용하거나 다른 동료의 도움을 받아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포도를 따는 해결책도 마련할 수도 있다.

 

만약 여우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몸과 일상이 망가질 정도로 계속 도전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정말로 불가능한 영역이었기에 모든 기력을 탕진한 후 재기할 힘이 없다면 여우의 인생이 망가졌을 수도 있다. 극한에 이르기 전에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후일을 기약하는 것도 나름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가 접하는 기사 · 문학 · 이야기 · 소식 · 현상 등에는 하나의 뜻만 갖고 있지 않으며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의 티는 잘 본다’는 상대의 허물은 확대해석하면서 자신의 허물은 축소하는 자기 합리화를 꼬집을 때 사용한다. 자신에게는 관대하지만 남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기준은 달라지고 기준점이 자신이기 때문에 현상을 왜곡되게 바라보고 사실과는 다른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음악은 우울증 환자에게는 선한 것이고 절망한 사람에게는 악한 것이다. 귀머거리에게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4부 서문에 나오는 글이다. 같은 자극이어도 각자의 상황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하고 책을 읽는 과정은 자기중심이 아닌 등장인물들에 나를 대입하여 생각해볼 수 있는 경험이다. 이야기를 접하며 여러 갈래로 생각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상대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갖게 된다. 다른 각도로 바라볼 줄 아는 시각은 ‘이 세상 만물은 상형문자이고 시인은 번역자이며 암호해독자’ 라는 보들레르의 말처럼 나의 삶을 여유롭고 윤기 있게 해준다. 일상이 팍팍하고 건조하다면 이야기를 통해 다른 이들의 일상을 경험해 보기를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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