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00원 위협”…왜 이렇게 뛰나 | 밸류체인타임스

김유진 기자
2025-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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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e5431bf304.jpg(출처: Unsplash)


[밸류체인타임스=김유진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돌파하며 1,500원 선을 눈앞에 두자, 외환시장과 실물경제 전반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200원, 1,300원만 넘어가도 “위기”라는 경고가 쏟아졌지만, 이제는 1,400원대가 일상처럼 굳어지며 ‘고환율 뉴노멀’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출기업과 수입기업, 가계와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과거 어느 때 못지않다는 점에서 이번 환율 급등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최근 며칠 사이 원·달러 환율이 하루에 7~10원씩 튀어 오르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11월 21일 기준 환율은 달러당 1,475.6원에 마감하며 7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장중에는 개장과 동시에 1,470원 선을 돌파하는 등 심리적 마지노선들이 연이어 무너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뉴욕 증시 급락, AI 관련주 거품 논란,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 확산이 강달러 수요를 자극하면서 원화 약세로 직결됐다고 분석한다.


이번 고환율의 특징은 ‘강한 달러’ 요인뿐 아니라 국내 구조 요인이 겹쳤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내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와 외국인의 주식·채권 매도, 그리고 국내 외환시장의 얕은 유동성 등으로 원화에 대한 수요가 약해진 상태다. 여기에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가 더해지며 “달러를 보유해야 이자를 더 받는다”는 단순한 수급 논리가 환율을 추가로 밀어 올리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차는 이미 과거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3.75~4% 수준인 반면 한국은 2.5%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자금 입장에서는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더 매력적인 구조가 형성돼 있다. 미국 연준이 12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신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당분간 이 금리차가 쉽게 좁혀지기 어렵다는 점도 원·달러 환율 상방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강화다. 한국과 일본이 유사한 수출 품목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조이다 보니, 일본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져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진다. 이때 시장 참가자들은 “원화도 같이 약해질 것”이라고 보고 달러 매수에 나서면서, 엔화 약세가 원화 약세로 연쇄 전이되는 패턴이 최근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수출 기업들의 표정은 복잡하다. 단기적으로는 원화 약세가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이익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어 호재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환율이 너무 빠르게, 그리고 예측하기 어렵게 움직이면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 자체가 어려워지고, 원자재·부품 수입 비용 상승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커진다. 특히 달러로 차입한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은 환차손 위험까지 떠안아야 해, ‘고환율=무조건 수출 호재’라는 단순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는 이미 고통이 전가되고 있다. 에너지, 원자재, 곡물 등 기초 물가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은 수입단가 상승과 국내 물가 압력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크다. 국내에서는 전기·가스요금, 수입 식품·생활용품 가격 인상 등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체감 물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정부의 대응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구두개입과 실개입을 병행하며 급등세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환율은 수급이 결정한다”는 시장의 인식이 강해 단기 처방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당국이 구두개입으로 1,450원대까지 환율을 진정시킨 이후에도,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1,470원선을 돌파한 것은 구조적 요인 앞에서 개입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고환율을 계기로 한국 경제 구조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기적 수준의 환율 관리나 개입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원화에 대한 신뢰와 수요를 중장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산업·재정·자본시장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첨단 제조업 경쟁력 강화, 서비스 수출 확대, 장기 투자 유입을 유도하는 규제 개선 등이 병행돼야만, “고환율 공포”가 아닌 “안정적 환율 환경”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당장 시장 참여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일부 애널리스트는 “급한 실수요가 아니라면 12월 FOMC 전후의 변동성이 큰 시기를 피하고, 환율이 과도하게 치우친 구간에서 분할 접근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2026년 상반기까지 1,400~1,500원대 등락을, 이후 1,300원대 진입 가능성을 전망하면서, “단기 방향성 베팅보다 리스크 관리 중심의 포지션 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1,500원 시대가 실제로 열릴지 여부와 상관없이, 지금의 고환율은 한국 경제와 기업, 가계 모두에게 구조적 적응을 요구하는 ‘시험대’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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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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