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란드 원전건설 계획 (출처:연합뉴스)
[밸류체인타임스 = 진혜경 인재기자] 현재 세계 에너지 시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혼란에 빠져든 상태다. 러시아가 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을 차단시킨 이후 유럽 사정이 특히 심각해졌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로 전 세계가 원전·태양광·풍력·수소 같은 청정 에너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에너지 안보 위기는 우리에게 원전과 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고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으로 원전 수출의 새로운 판로를 확장하는 기회로 전환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신규 추진 민간 주도 퐁트누프 원전 사업에 한국형 차세대 원자력발전소 APR1400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번 원전 프로젝트는 2009년 아시아(아랍에미리트(UAE)-바라카 원전), 올해 아프리카(이집트-엘다바 원전/기자재 공급)에 이어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열었다.
한국은 사우디 원전 사업에 대한 입찰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난 28일에는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입찰서를 제출했다. 미국, 프랑스와 경쟁 중인 가운데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우리가 상당히 우위’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은 영국, 핀란드, 네덜란드 등 원전 수주 가능성이 있는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패키지 원전 수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원전 최강국 도약’을 목표로 올해 1306억 원 규모의 원전 산업의 긴급 일감을 발주했고,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67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R&D)에도 착수했다. 또한 원전기업을 대상으로 1000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과 특례 보증에도 나서는 등 원전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UAE 원전 3호기 (출처:한국전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제무대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한국 원전 산업의 ‘가격’과‘ 역량’
한국은 아랍에미리트 바라카(Baraka) 원전을 성공적으로 완공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적기에(In time), 정해진 예산 안에서(In budget) 시공을 마무리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한국형 원전 등 독자적인 원자로 설계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원전 산업 경쟁자는 크게 미국과 프랑스, 중국, 러시아 4개국이다. 이 중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는 한국에 원전 기술을 전수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꼽힌다. 경쟁사 모델과 비교해 한국형 원전이 지닌 가장 큰 강점은 건설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형 원전인 APR1400 모델의 건설 단가는 발전용량 기준으로 ㎾ 당 3717달러다.
반면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모델(미국) 건설 단가는 1만 1638달러/㎾로 한국형 원전의 3배를 웃돈다. 아레바의 EPR 모델(프랑스) 건설 단가 역시 7809달러/㎾로 한국형 원전의 2배 수준이다. CGN(중국)이나 로사톰(러시아)의 경우는 한국형 원전과 단가 경쟁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러시아 회사라는 점 때문에 ‘안보’에 대한 우려가 따라붙는다. 그 영향으로 체코 정부는 신규 원전 발주 과정에서 2개사 모델을 배제했다.
비단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한국형 원전이 지닌 사업 역량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우리의 강점이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보글 원전 건설 사업 준공 시점을 4년이나 지연시켰다. 아레바 역시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 건설 사업 준공 시점을 13년이나 지키지 못했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을 적기에 마무리했다. 공사 기간 준수는 전력 공급 시점을 가늠해야 할 정부에게 필연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원전 수출 금융지원 활성화 업무 협약(출처:연합뉴스)
한국 원전이 극복해야 할 과제: 정부 지원과 금융확보, ‘원전 생태계 회복’
이러한 ‘가격’과 ‘우수한 역량’에도 불구하고 한국 원전 수출의 약점은 경쟁국 대비 부족한 금융 역량이었다. 한 가지 예로 우리나라는 2015년 이집트 원전사업 참여 당시 연 8% 이자율로 80억 달러 조달을 제안했으나 러시아는 연 3% 이자율로 250억 달러를 내세워 결국 이집트 원전 사업권을 수주했다.
원전에 대한 안전성 강화, 공기 지연 등으로 인한 건설비 상승으로 수출국의 금융조달 확보는 원전 건설을 위한 핵심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원전 기업의 안정적 금융지원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국내외 금융기관과 ‘원전금융 플랫폼’을 구축한다.
또한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으로 약화된 원전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10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기자재·서비스 업체의 정상화 역시 한국 원전이 100% 힘을 발휘하기 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다. 국제적 여건도 녹록치 않다. 아무리 건설 역량이 뛰어나도 원자재 공급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은 피하기가 힘들다. 이는 한국형 원전 수출 전선의 가장 큰 위협 요소기도 하다.
원전의 전망 – 미래 산업 먹거리: 원전 1기 수주당 50억 달러 수입
원전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결정체로서 원전 수출은 우리나라의 산업적, 기술적 역량을 인정받는 주요한 계기가 된다. 원전의 수출산업화는 유관산업에게 긍정적인 파급효과, 일자리 창출 등을 제고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산업이 될 것이다.
한국전력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해외에 원전 1기를 수주하면 50억 달러(약 5조3000억 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는 중형차 25만 대 또는 스마트폰 500만 대를 수출하는 수준이다.
정용훈 카이스트(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전은 단순 수출로 그치지 않고 도입국은 수출국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 원전 수출로 최근 천궁을 수출한 것처럼 원자력은 수출길을 트는 일종의 '국격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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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진혜경 인재기자]
폴란드 원전건설 계획 (출처:연합뉴스)
[밸류체인타임스 = 진혜경 인재기자] 현재 세계 에너지 시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혼란에 빠져든 상태다. 러시아가 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을 차단시킨 이후 유럽 사정이 특히 심각해졌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로 전 세계가 원전·태양광·풍력·수소 같은 청정 에너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에너지 안보 위기는 우리에게 원전과 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고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으로 원전 수출의 새로운 판로를 확장하는 기회로 전환되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신규 추진 민간 주도 퐁트누프 원전 사업에 한국형 차세대 원자력발전소 APR1400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번 원전 프로젝트는 2009년 아시아(아랍에미리트(UAE)-바라카 원전), 올해 아프리카(이집트-엘다바 원전/기자재 공급)에 이어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열었다.
한국은 사우디 원전 사업에 대한 입찰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난 28일에는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입찰서를 제출했다. 미국, 프랑스와 경쟁 중인 가운데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우리가 상당히 우위’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은 영국, 핀란드, 네덜란드 등 원전 수주 가능성이 있는 유럽 국가를 대상으로 ‘맞춤형 패키지 원전 수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원전 최강국 도약’을 목표로 올해 1306억 원 규모의 원전 산업의 긴급 일감을 발주했고,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67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R&D)에도 착수했다. 또한 원전기업을 대상으로 1000억 원 규모의 정책자금과 특례 보증에도 나서는 등 원전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한국 원전 산업의 ‘가격’과‘ 역량’
한국은 아랍에미리트 바라카(Baraka) 원전을 성공적으로 완공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적기에(In time), 정해진 예산 안에서(In budget) 시공을 마무리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은 한국형 원전 등 독자적인 원자로 설계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원전 산업 경쟁자는 크게 미국과 프랑스, 중국, 러시아 4개국이다. 이 중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는 한국에 원전 기술을 전수한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꼽힌다. 경쟁사 모델과 비교해 한국형 원전이 지닌 가장 큰 강점은 건설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한국형 원전인 APR1400 모델의 건설 단가는 발전용량 기준으로 ㎾ 당 3717달러다.
반면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모델(미국) 건설 단가는 1만 1638달러/㎾로 한국형 원전의 3배를 웃돈다. 아레바의 EPR 모델(프랑스) 건설 단가 역시 7809달러/㎾로 한국형 원전의 2배 수준이다. CGN(중국)이나 로사톰(러시아)의 경우는 한국형 원전과 단가 경쟁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러시아 회사라는 점 때문에 ‘안보’에 대한 우려가 따라붙는다. 그 영향으로 체코 정부는 신규 원전 발주 과정에서 2개사 모델을 배제했다.
비단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한국형 원전이 지닌 사업 역량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우리의 강점이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보글 원전 건설 사업 준공 시점을 4년이나 지연시켰다. 아레바 역시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 건설 사업 준공 시점을 13년이나 지키지 못했다.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을 적기에 마무리했다. 공사 기간 준수는 전력 공급 시점을 가늠해야 할 정부에게 필연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한국 원전이 극복해야 할 과제: 정부 지원과 금융확보, ‘원전 생태계 회복’
이러한 ‘가격’과 ‘우수한 역량’에도 불구하고 한국 원전 수출의 약점은 경쟁국 대비 부족한 금융 역량이었다. 한 가지 예로 우리나라는 2015년 이집트 원전사업 참여 당시 연 8% 이자율로 80억 달러 조달을 제안했으나 러시아는 연 3% 이자율로 250억 달러를 내세워 결국 이집트 원전 사업권을 수주했다.
원전에 대한 안전성 강화, 공기 지연 등으로 인한 건설비 상승으로 수출국의 금융조달 확보는 원전 건설을 위한 핵심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원전 기업의 안정적 금융지원을 위해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국내외 금융기관과 ‘원전금융 플랫폼’을 구축한다.
또한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으로 약화된 원전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10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기자재·서비스 업체의 정상화 역시 한국 원전이 100% 힘을 발휘하기 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다. 국제적 여건도 녹록치 않다. 아무리 건설 역량이 뛰어나도 원자재 공급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은 피하기가 힘들다. 이는 한국형 원전 수출 전선의 가장 큰 위협 요소기도 하다.
원전의 전망 – 미래 산업 먹거리: 원전 1기 수주당 50억 달러 수입
원전은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결정체로서 원전 수출은 우리나라의 산업적, 기술적 역량을 인정받는 주요한 계기가 된다. 원전의 수출산업화는 유관산업에게 긍정적인 파급효과, 일자리 창출 등을 제고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산업이 될 것이다.
한국전력 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해외에 원전 1기를 수주하면 50억 달러(약 5조3000억 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는 중형차 25만 대 또는 스마트폰 500만 대를 수출하는 수준이다.
정용훈 카이스트(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전은 단순 수출로 그치지 않고 도입국은 수출국 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과거 원전 수출로 최근 천궁을 수출한 것처럼 원자력은 수출길을 트는 일종의 '국격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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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진혜경 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