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쪼개기 상장' 원천 금지 및 코스닥 1·2부 리그제 전격 도입 | 밸류체인타임스

김유진 기자
2026-03-20
조회수 982

금융당국, 모회사 주주 가치 훼손하는 '물적분할 후 이중 상장' 전면 금지 법제화 추진

코스닥 시장, 우량 기업 묶은 '1부'와 벤처·신생 중심 '2부'로 개편… "시장 신뢰도 회복 승부수"

만성적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위한 고강도 자본시장 선진화 조치… 기업 지배구조 새 판 짠다



[밸류체인타임스=김유진 기자]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온 '쪼개기 상장(물적분할 후 자회사 동시 상장)'이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만성적인 저평가와 신뢰도 부족에 시달려 온 코스닥 시장은 우량 기업과 벤처 기업을 분리하는 '1·2부 리그제'로 전면 개편된다. 


금융당국이 기업의 편법적인 자금 조달을 막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한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시장 제도를 수정하는 수준을 넘어,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자본시장 생태계 전반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불러올 핵심 개혁안으로 시장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 '알맹이'만 쏙 빼가는 쪼개기 상장, 이제는 '원천 금지'


이번 개혁안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단연 '쪼개기 상장 원천 금지'다. 쪼개기 상장이란 모회사가 핵심 유망 사업부를 물적분할하여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한 뒤, 이 자회사를 증시에 별도로 상장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는 대기업들이 신사업 투자 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이 방식을 무분별하게 남용해 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존 모회사에 투자했던 소액주주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는 점이다. 모회사의 기업 가치를 이끌던 핵심 사업부가 떨어져 나가 별도로 상장되면, 모회사는 이른바 '빈 껍데기'로 전락해 주가가 폭락하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또한,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됨으로써 기업 가치가 중복으로 계산(더블 카운팅)되어 증시 전반의 착시 현상과 수급 분산을 초래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신주 우선 배정권을 부여하거나 주식매수청구권을 도입하는 등 우회적인 보호 장치를 마련해 왔으나,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당국은 기업의 핵심 사업부 물적분할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나, 분할된 자회사의 '국내 증시 중복 상장'만큼은 원천적으로 불허하겠다는 강력한 방침을 세웠다. 이는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주주 소송의 우려로 인해 사실상 금기시되는 행위인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주주 친화적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당국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 코스닥 시장 대수술… '1부 리그'와 '2부 리그'로 나뉜다


72df336f1e90c.png(출처: Unsplash)


쪼개기 상장 금지가 주주 보호를 위한 방패라면, '코스닥 1·2부 리그제 도입'은 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강력한 창이다. 1996년 출범 이후 기술주 중심의 시장으로 성장해 온 코스닥은 그동안 한계 기업(좀비 기업)들의 잦은 횡령·배임, 불성실 공시, 상장폐지 사태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뇌리 속에 '위험천만한 시장'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다. 우량 기업들조차 코스닥을 기피하고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려는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당국은 코스닥 상장사들을 재무 건전성, 시가총액, 지배구조 투명성 등을 기준으로 엄격하게 심사하여 '1부 리그(가칭 프리미어 보드)'와 '2부 리그(가칭 벤처 보드)'로 철저히 분리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부 리그'는 코스피 우량주에 버금가는 깐깐한 상장 유지 조건을 요구하는 대신,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수 연계 상품 개발과 혜택을 지원한다. 반면 '2부 리그'는 진입 문턱을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유지하되, 투자자들에게 고위험·고수익을 노리는 벤처 캐피탈 성격의 시장임을 명확히 인지시키고, 한계 기업에 대해서는 퇴출(상장폐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여 시장의 자정 작용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 소액주주 '환호' vs 기업 '비상'… 자본시장 새판짜기 본격화


이번 금융당국의 굵직한 발표에 시장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과 소액주주 연대 등은 "한국 증시의 고질병을 도려내는 역사적인 결단"이라며 일제히 환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대주주 위주의 의사결정으로 인해 소외당했던 일반 주주들의 권리가 비로소 선진국 수준으로 격상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평가다.


반면, 재계와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쪼개기 상장이 원천 차단됨에 따라 대규모 신규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창구 하나가 완전히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업들은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등 기존의 정통적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자회사를 상장시키려면 아예 모회사와 합병 후 재상장하는 등 훨씬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또한 코스닥 상장사들은 1부 리그에 진입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재무 개선과 주주 환원 정책을 강제받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신규 기업공개(IPO) 시장을 위축시키고 기업들의 불만을 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성장통'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꼼수 대신 본연의 사업 경쟁력과 투명한 지배구조로 승부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환경이 조성될 때, 비로소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늪에서 벗어나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의 체질을 완전히 뒤바꿀 이번 정책이 한국 증시의 진정한 '레벨업'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전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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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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