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엔비디아 천하 흔든다"…삼성전자·네이버·AMD 삼각동맹 | 밸류체인타임스

김유진 기자
2026-03-20
조회수 1012

삼성전자-AMD, 차세대 초고대역폭메모리 'HBM4' 우선 공급 밀착 협력…AI 메모리 주도권 탈환 노린다

네이버, AMD와 AI 인프라 동맹 구축…'하이퍼클로바X' 운영비용 절감 및 탈(脫)엔비디아 생태계 확장

하드웨어(삼성)·설계(AMD)·소프트웨어(네이버) 결합한 '반(反)엔비디아' 전선…글로벌 AI 패권 경쟁 새 국면


012e34a2e3cb6.jpeg

(출처: NVIDIA 홈페이지)


[밸류체인타임스=김유진 기자]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지형도가 요동치고 있다. 엔비디아가 전 세계 AI 가속기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며 독주 체제를 굳혀온 가운데, 이에 대항하기 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핵심 IT 기업인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미국의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 AMD와 각각 강력한 동맹을 구축하며 '반(反)엔비디아' 전선의 최선봉에 섰다.


하드웨어 제조 역량을 갖춘 삼성전자, AI 가속기 설계의 강력한 대항마인 AMD, 그리고 자체 거대언어모델(LLM)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보유한 네이버의 행보는 단순한 기업 간 협력을 넘어 글로벌 AI 공급망의 다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정 기업에 종속된 현재의 기형적인 AI 생태계를 타파하고, 차세대 AI 기술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이들의 치열한 물밑 작업과 전략적 협력의 배경을 집중 분석한다.




■ 삼성전자와 AMD의 결속, 'HBM4' 우선 공급으로 엔비디아-SK하이닉스 연합에 '맞불'

삼성전자와 AMD의 밀착 행보는 차세대 초고대역폭메모리인 6세대 'HBM4'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AI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HBM 시장에서 현재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와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AI 메모리 시장의 1인자로 군림해 왔다. 삼성전자로서는 메모리 반도체 1위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AI 시장의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 판을 흔들 '게임 체인저'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는 AMD와 손을 잡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Instinct 시리즈)에 탑재될 HBM4의 최우선 공급 및 공동 개발을 위한 비밀 유지 협약(NDA)을 체결하고 긴밀한 기술 교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BM4는 이전 세대와 달리 고객의 요구에 맞춘 '커스텀(맞춤형) HBM' 시대의 포문을 여는 제품이다. 메모리 셀을 제어하는 베이스 다이(Base Die)에 로직 공정을 적용하여 AI 가속기와의 병목 현상을 극소화하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AMD 입장에서도 삼성전자는 최고의 파트너다. 엔비디아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HBM의 안정적인 수급이 필수적이지만, SK하이닉스의 생산 물량 상당수가 이미 엔비디아에 선점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메모리 생산뿐만 아니라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어드밴스드 패키징 역량까지 모두 갖춘 세계 유일의 '턴키(Turn-key)' 솔루션 제공 기업이다. AMD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HBM4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물론, 향후 반도체 제조 및 패키징 공정에서도 칩셋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직적 통합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AMD를 지렛대 삼아 엔비디아 중심의 독점적 공급망을 우회하고 AI 메모리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강력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 네이버의 '탈(脫)엔비디아' 선언, AMD와 손잡고 AI 인프라 최적화 나선다

하드웨어 단에서 삼성전자와 AMD가 뭉쳤다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단에서는 네이버가 AMD와 손을 맞잡았다. 네이버는 자사의 초거대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의 고도화와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다.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엔비디아의 고가 GPU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이를 구동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인 전력 및 유지보수 비용은 글로벌 IT 기업들에게 엄청난 재무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 같은 '엔비디아 청구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칩 다변화 전략을 채택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최근 AMD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AMD의 최신 AI 가속기를 네이버의 데이터센터에 도입하여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가 주목한 것은 AMD 칩의 뛰어난 '가성비'와 '잠재력'이다. 하드웨어 스펙 면에서 AMD의 최신 가속기는 엔비디아 제품에 뒤지지 않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단지 엔비디아가 오랜 기간 구축해 온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의 생태계 장벽에 막혀 그 성능을 100% 발휘하지 못했을 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네이버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빛을 발한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경량화 및 최적화 기술을 통해 AMD의 하드웨어가 하이퍼클로바X를 가장 효율적으로 추론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생태계(ROCm 등)를 함께 개선해 나가고 있다. 즉, 네이버는 훌륭한 '테스트베드'이자 공동 개발자로서 AMD 칩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고, AMD는 네이버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는 윈-윈(Win-Win) 구조를 확립한 것이다. 이는 자체 칩(NPU) 개발을 추진하는 동시에 상용 칩 시장에서도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춰 국가적 차원의 'AI 주권'을 지켜내겠다는 네이버의 중장기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 삼성-AMD-네이버로 이어지는 밸류체인…AI 반도체 패권 생태계 재편 예고

삼성전자, 네이버, 그리고 AMD의 이러한 개별적 혹은 교차적 협력은 결과적으로 하나의 거대한 '반(反)엔비디아 연합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설계부터 소프트웨어, 시스템까지 모든 것을 통제하는 '닫힌 생태계(Closed Ecosystem)'를 지향한다면, 이들 삼각 동맹은 각자의 전문 분야를 결합한 '열린 생태계(Open Ecosystem)'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합종연횡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 강력한 파급력을 미칠 전망이다. 첫째,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 AI 인프라 구축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대안이 없던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함으로써 엔비디아의 독점적 가격 정책에 제동이 걸리고, 이는 곧 다양한 스타트업과 연구기관들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AI를 개발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AI의 민주화'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한국 반도체 및 IT 산업의 글로벌 위상 강화다. 메모리 반도체 편중이라는 한국 IT 산업의 고질적인 약점을 극복하고, AI 가속기 구동을 위한 최적화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아키텍처, 차세대 패키징 기술 등 산업 전반의 밸류체인에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표준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HBM4 기술력과 네이버의 초거대 AI 운용 노하우가 AMD라는 글로벌 팹리스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시너지는 여타 경쟁국들이 쉽게 모방하기 힘든 강력한 진입장벽이 될 것이다.




■ 다가오는 2027년, 진정한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물론 엔비디아의 아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는 이미 차세대 아키텍처인 '루빈(Rubin)'을 예고하며 기술적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개발자가 사용하는 쿠다(CUDA) 생태계의 락인(Lock-in) 효과는 여전히 견고하다.


하지만 독점은 영원할 수 없다. 과거 인텔이 장악했던 PC CPU 시장이 AMD의 부상과 다변화로 재편되었고, 애플의 iOS에 맞서 구글의 안드로이드 연합이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했듯이, AI 인프라 시장 역시 다극화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와 네이버, 그리고 AMD가 주도하는 이 거대한 합종연횡은 단순한 견제구를 넘어 차세대 기술 혁신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초거대 AI의 성능을 뒷받침할 HBM4의 상용화와 칩렛(Chiplet) 구조의 고도화, 그리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최적화가 완성되는 2026년 하반기에서 2027년,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역사상 가장 치열한 진검승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 거대한 지각변동 속에서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대한민국 IT 산업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opyright © 밸류체인타임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밸류체인타임스 = 김유진 기자]


0


경기도 고양시 의장로114 하이브 A타워 1312호

대표전화 02 6083 1337 ㅣ팩스 02 6083 1338

대표메일 vctimes@naver.com


법인명 (주)밸류체인홀딩스

제호 밸류체인타임스

등록번호 경기, 아53541

등록일 2021-12-01

발행일 2021-12-01 

발행인 김진준 l 편집인 김유진 l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유진



© 2021 밸류체인타임스.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