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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김유진 기자] 기후 위기가 현실화하며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흔들고 있다. 세계 각지를 습격한 폭염과 장기화된 가뭄은 단순한 계절적 현상을 넘어 농업과 산업 전반을 타격하는 거대한 경제적 위협으로 부상했다. 국제 식량·원자재 가격이 다시 들썩이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1.1포인트로 전월(130.3포인트)보다 0.6% 올랐고,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0% 높은 수준이다.
유럽 대륙은 연일 이어지는 이상 고온과 가뭄으로 비상 국면에 직면해 있다. EU의 가뭄 실태 보고서는 지중해 일부 지역을 제외한 유럽 대부분이 오는 9월까지 평년보다 훨씬 건조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농작물 수확량 감소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을 경고했다. 피해는 이미 수치로 확인된다. 로이터통신은 분석 자료를 인용해 영국의 곡물 수확량이 비교 가능한 기록이 남아 있는 198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디언은 EU 27개 회원국과 영국의 수확량이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손실 규모가 오스트리아·아일랜드·네덜란드의 예상 곡물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 클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의 포도와 스페인의 올리브 등 주요 작물은 산불 피해까지 겹쳤다. 보스니아 북동부에서는 옥수수 생육 결정기에 물이 끊기면서 헥타르당 수확량이 예년의 6~7톤에서 1.5~2톤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현지 농가의 증언이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영향이 농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위가 낮아진 강은 물류 운송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독일 연방 수로·해운청 자료 등에 따르면 라인강의 핵심 병목 구간인 카우프(Kaub)의 수위는 8월 3일 24㎝까지 내려가 1880년 관측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평소 하루 약 400척의 화물선이 오가는 구간이지만, 선박들은 화물을 크게 줄이거나 더 작은 배로 나눠 실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운임 부담은 즉각 반영됐다.
7월 카우프를 통과하는 일부 선박의 적재량은 평소의 20% 이하로 떨어졌고, 로테르담~카를스루에 구간 탱커 운임은 6월 말 톤당 45유로에서 7월 중순 90~100유로까지 올랐다. 독일 연방통계청 기준 2025년 내륙수로 화물은 약 1억7,160만 톤이며, 2022년 조사에서는 이 가운데 86.3%가 전부 또는 일부 구간에서 라인강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운기업들은 컨테이너 한 개당 최대 1,670유로의 저수위 할증료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독일 화학기업들은 원료 공급 중단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전력 부문의 충격은 더 직접적이다. 가뭄으로 다뉴브강 수량이 예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자 루마니아는 체르나보다 원전의 냉각수 확보를 위해 해군을 동원해 강바닥 암반을 폭파하는 비상조치까지 동원했고, 원자로 2기 중 1기는 이미 가동이 중단됐다. 헝가리도 팍스 원전 원자로 4기 가운데 3기의 가동을 멈췄고, 남은 1기마저 출력을 설계용량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이탈리아 최장 하천인 포강 역시 연일 최저 수위를 기록하며 식수·농업용수 부족 우려를 키우고 있다. 폭염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과 용수 부족발 발전 차질이 산업계 전반의 생산 원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다. 만하임대학교와 유럽중앙은행(ECB) 공동 연구는 2025년 여름의 폭염·가뭄·홍수만으로도 유럽 경제 생산량이 약 0.3% 감소했으며, 생산성 저하와 공급망 차질 등을 고려하면 2029년까지 누적 손실이 0.8%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국제 원자재 시장도 이번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출렁이고 있다. 7월 FAO 곡물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3.4% 상승했고, 밀(5.4%)과 옥수수(3.6%)의 오름폭이 컸다. 설탕은 5.6% 뛰었는데, 유럽연합의 고온·건조한 날씨가 작황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와 아시아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엘니뇨 관련 기상 여건이 가격에 반영된 결과다. 유지류 지수도 195.7포인트로 2.0% 올랐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원가 상승 압력이 시차를 두고 전이되며, 그 파장은 식품 산업을 넘어 물류·유통·화학 등 연관 산업 전체로 확산된다.
국내 상황은 아직 통계상 안정적이나, 현장의 피해는 누적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8월 초 기준 농촌 지역 논·밭과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361명(사망 5명), 가축재해보험에 신고된 폭염 폐사 가축은 68만8,000여 마리였다. 저수지 저수율은 평년 대비 52~73% 수준으로 떨어졌고, 50개 시·군이 가뭄 위기 단계(관심 23, 주의 16, 경계 11)에 진입했다. 폐사 신고는 8월 7일 기준 83만603마리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95%가 더위에 취약한 가금류에 집중됐다. 폭염이 길어지면 폐사에 그치지 않고 산란율과 증체율 등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축산 농가의 부담은 구조적이다.
그럼에도 7월 밥상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7월 농축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해 전체 상승률(2.8%)을 크게 밑돌았고, 농산물은 2.2% 하락한 반면 축산물은 4.4% 올랐다. 수박·토마토·오이 등 여름 과채류의 재배면적이 늘고 생육 여건이 양호해 출하량이 유지된 영향이다. 다만 품목별 편차는 뚜렷하다.
생육 기간이 짧은 잎채소인 상추와 시금치는 7월 무더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대표 품목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배추 1만5,000톤과 무 6,000톤의 수매비축을 완료하고 배추 예비묘 250만 주를 확보하는 등 선제적 수급 관리에 나섰다. 현재의 안정세가 정책 대응과 양호한 작황에 기댄 결과인 만큼, 폭염이 8월 이후까지 이어질 경우 안정 기조가 흔들릴 여지는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애그플레이션 우려를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극한기상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1도의 고온 충격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24개월 이상 지속됐으며, 24개월 평균 상승 압력은 0.055%포인트였다. 기상 충격이 물가에 남기는 흔적이 2년 넘게 이어진다는 의미로, 이상 기상이 정례화될수록 농산물·원자재 물가 불안은 구조화될 수밖에 없다. 국가 차원의 물가 안정 대책과 함께 에너지·농업 인프라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기후 위기가 유발한 경제적 파장이 농가와 기업,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폭염과 가뭄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체계적인 수급 관리와 농가 지원 대책,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 등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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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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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김유진 기자] 기후 위기가 현실화하며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흔들고 있다. 세계 각지를 습격한 폭염과 장기화된 가뭄은 단순한 계절적 현상을 넘어 농업과 산업 전반을 타격하는 거대한 경제적 위협으로 부상했다. 국제 식량·원자재 가격이 다시 들썩이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1.1포인트로 전월(130.3포인트)보다 0.6% 올랐고,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1.0% 높은 수준이다.
유럽 대륙은 연일 이어지는 이상 고온과 가뭄으로 비상 국면에 직면해 있다. EU의 가뭄 실태 보고서는 지중해 일부 지역을 제외한 유럽 대부분이 오는 9월까지 평년보다 훨씬 건조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농작물 수확량 감소와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을 경고했다. 피해는 이미 수치로 확인된다. 로이터통신은 분석 자료를 인용해 영국의 곡물 수확량이 비교 가능한 기록이 남아 있는 198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디언은 EU 27개 회원국과 영국의 수확량이 2018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손실 규모가 오스트리아·아일랜드·네덜란드의 예상 곡물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 클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의 포도와 스페인의 올리브 등 주요 작물은 산불 피해까지 겹쳤다. 보스니아 북동부에서는 옥수수 생육 결정기에 물이 끊기면서 헥타르당 수확량이 예년의 6~7톤에서 1.5~2톤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현지 농가의 증언이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영향이 농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위가 낮아진 강은 물류 운송에 막대한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독일 연방 수로·해운청 자료 등에 따르면 라인강의 핵심 병목 구간인 카우프(Kaub)의 수위는 8월 3일 24㎝까지 내려가 1880년 관측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평소 하루 약 400척의 화물선이 오가는 구간이지만, 선박들은 화물을 크게 줄이거나 더 작은 배로 나눠 실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운임 부담은 즉각 반영됐다.
7월 카우프를 통과하는 일부 선박의 적재량은 평소의 20% 이하로 떨어졌고, 로테르담~카를스루에 구간 탱커 운임은 6월 말 톤당 45유로에서 7월 중순 90~100유로까지 올랐다. 독일 연방통계청 기준 2025년 내륙수로 화물은 약 1억7,160만 톤이며, 2022년 조사에서는 이 가운데 86.3%가 전부 또는 일부 구간에서 라인강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운기업들은 컨테이너 한 개당 최대 1,670유로의 저수위 할증료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독일 화학기업들은 원료 공급 중단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전력 부문의 충격은 더 직접적이다. 가뭄으로 다뉴브강 수량이 예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자 루마니아는 체르나보다 원전의 냉각수 확보를 위해 해군을 동원해 강바닥 암반을 폭파하는 비상조치까지 동원했고, 원자로 2기 중 1기는 이미 가동이 중단됐다. 헝가리도 팍스 원전 원자로 4기 가운데 3기의 가동을 멈췄고, 남은 1기마저 출력을 설계용량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이탈리아 최장 하천인 포강 역시 연일 최저 수위를 기록하며 식수·농업용수 부족 우려를 키우고 있다. 폭염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과 용수 부족발 발전 차질이 산업계 전반의 생산 원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다. 만하임대학교와 유럽중앙은행(ECB) 공동 연구는 2025년 여름의 폭염·가뭄·홍수만으로도 유럽 경제 생산량이 약 0.3% 감소했으며, 생산성 저하와 공급망 차질 등을 고려하면 2029년까지 누적 손실이 0.8%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국제 원자재 시장도 이번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출렁이고 있다. 7월 FAO 곡물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3.4% 상승했고, 밀(5.4%)과 옥수수(3.6%)의 오름폭이 컸다. 설탕은 5.6% 뛰었는데, 유럽연합의 고온·건조한 날씨가 작황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와 아시아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엘니뇨 관련 기상 여건이 가격에 반영된 결과다. 유지류 지수도 195.7포인트로 2.0% 올랐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원가 상승 압력이 시차를 두고 전이되며, 그 파장은 식품 산업을 넘어 물류·유통·화학 등 연관 산업 전체로 확산된다.
국내 상황은 아직 통계상 안정적이나, 현장의 피해는 누적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8월 초 기준 농촌 지역 논·밭과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361명(사망 5명), 가축재해보험에 신고된 폭염 폐사 가축은 68만8,000여 마리였다. 저수지 저수율은 평년 대비 52~73% 수준으로 떨어졌고, 50개 시·군이 가뭄 위기 단계(관심 23, 주의 16, 경계 11)에 진입했다. 폐사 신고는 8월 7일 기준 83만603마리로 늘었으며, 이 가운데 95%가 더위에 취약한 가금류에 집중됐다. 폭염이 길어지면 폐사에 그치지 않고 산란율과 증체율 등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축산 농가의 부담은 구조적이다.
그럼에도 7월 밥상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7월 농축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해 전체 상승률(2.8%)을 크게 밑돌았고, 농산물은 2.2% 하락한 반면 축산물은 4.4% 올랐다. 수박·토마토·오이 등 여름 과채류의 재배면적이 늘고 생육 여건이 양호해 출하량이 유지된 영향이다. 다만 품목별 편차는 뚜렷하다.
생육 기간이 짧은 잎채소인 상추와 시금치는 7월 무더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대표 품목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배추 1만5,000톤과 무 6,000톤의 수매비축을 완료하고 배추 예비묘 250만 주를 확보하는 등 선제적 수급 관리에 나섰다. 현재의 안정세가 정책 대응과 양호한 작황에 기댄 결과인 만큼, 폭염이 8월 이후까지 이어질 경우 안정 기조가 흔들릴 여지는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애그플레이션 우려를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극한기상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1도의 고온 충격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24개월 이상 지속됐으며, 24개월 평균 상승 압력은 0.055%포인트였다. 기상 충격이 물가에 남기는 흔적이 2년 넘게 이어진다는 의미로, 이상 기상이 정례화될수록 농산물·원자재 물가 불안은 구조화될 수밖에 없다. 국가 차원의 물가 안정 대책과 함께 에너지·농업 인프라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 이유다.
기후 위기가 유발한 경제적 파장이 농가와 기업,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폭염과 가뭄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체계적인 수급 관리와 농가 지원 대책, 원자재 수입선 다변화 등 다각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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