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쇼크와 AI 인프라의 역설 | 밸류체인타임스

김유진 기자
2026-03-30
조회수 1023


중동발 헬륨 공급 중단 위기, 첨단 공정 직격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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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reepik)


[밸류체인타임스=김유진 기자] 최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의 공격으로 인해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 중 하나인 카타르의 주요 시설이 타격을 입으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로 카타르 내 LNG 부생 가스 생산 시설이 가동을 멈췄으며, 이 과정에서 전 세계 공급량의 약 35%를 차지하는 헬륨 생산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헬륨은 단순히 풍선에 들어가는 기체를 넘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대체 불가능한 필수 가스로 꼽힌다. 특히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냉각과 웨이퍼 증착, 식각 공정 등 첨단 반도체 제조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헬륨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며 열전도율이 높아 정밀한 온도 제어가 필요한 나노 공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카타르발 공급 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삼성전자와 TSMC, 인텔 등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들의 첨단 공정 가동률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비축분을 확인하며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으나, 카타르산 헬륨의 의존도가 워낙 높았던 탓에 단기간 내 대체 공급선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태가 수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차세대 칩 생산 지연으로 인한 IT 기기 및 AI 가속기 공급 부족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I 데이터센터 발 전력 수요 폭증, 인프라 기업 Argan의 독주


반도체 생산 측면에서의 공급망 위기와 대조적으로, AI 산업 전방위의 인프라 수요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전력 및 산업 인프라 건설 전문 기업인 아르간(Argan, AGX)은 최근 발표한 실적 보고서에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아르간의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하루 만에 약 38% 폭등하며 역대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러한 주가 급등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주 잔고의 급격한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인공지능 연산을 위한 GPU 서버와 초거대 모델 구동을 위해서는 기존 데이터센터 대비 수배 이상의 전력이 소모되며, 이를 뒷받침할 고효율 변전 시설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아르간은 데이터센터 전용 가스 복합 화력 발전소와 재생 에너지 연계 인프라 구축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공격적으로 증설하면서 아르간의 수주 잔고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 중이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AI 열풍의 수혜가 엔비디아와 같은 칩 제조사를 넘어, 이를 실질적으로 구동하게 만드는 에너지와 전력 설비 등 '뿌리 인프라' 기업들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분석하고 있다.


LG화학의 승부수, 2030년 반도체·전장 소재 매출 2조 원 목표


글로벌 소재 시장의 판도 변화 속에서 국내 대표 화학 기업인 LG화학도 체질 개선을 위한 파격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LG화학은 기존의 석유화학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미래 성장 동력인 반도체와 자동차 전장 소재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LG화학이 발표한 '미래 소재 강화 계획'에 따르면,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반도체 및 전장 소재 부문에서만 연간 2조 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이는 현재 해당 부문 매출액과 비교했을 때 비약적인 성장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반도체 패키징용 절연재, 방열 소재, 전용 접착제 등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와 센서, 통신 모듈 수요가 급증하는 시장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LG화학은 고온과 고압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특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용 방열 소재 등 전장 부품 시장을 겨냥한 기술 개발에 대규모 R&D 자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LG화학의 이러한 행보가 석유화학 업황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배터리 소재 부문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반도체와 전장이라는 양대 축을 강화함으로써 종합 기능성 소재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안정한 대외 변수 속 실질적 인프라 가치 상승


현재 글로벌 경제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AI 기술 혁신이 불러온 인프라 수요 폭발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이 공존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의 필수 요소인 헬륨 공급망 붕괴는 단기적인 시장 위축을 불러올 수 있으나,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를 향한 투자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격동의 시기에 각국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기술 분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카타르의 헬륨 공급 중단 사태가 얼마나 빨리 해결될지, 그리고 폭증하는 AI 수요를 감당할 인프라 구축 속도가 얼마나 뒷받침될지가 향후 글로벌 반도체 및 IT 시장의 성패를 가를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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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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