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은 왜 비쌀까…일자리의 집중과 주거 수요의 관계ㅣ밸류체인타임스

이서인 칼럼니스트
2026-09-19
조회수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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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언스플래쉬


같은 면적의 아파트라도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가격은 크게 달라진다. 집의 크기와 내부 시설뿐 아니라 직장까지의 거리, 교통 여건, 교육·문화시설 접근성 등이 주택의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높은 집값을 이해하려면 주택 자체의 특성과 함께 사람들이 특정 지역에 모이는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


기업과 사람이 모이는 이유, ‘집적경제’


서울에 주거 수요가 집중되는 배경은 ‘집적경제’로 설명할 수 있다. 집적경제는 기업과 사람이 일정한 지역에 모이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고 비용이 줄어드는 현상이다.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쉬워지고, 근로자는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을 기회가 늘어난다. 관련 업체와 전문 서비스가 가까이 있으면 거래와 협업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지식과 정보의 교류도 활발해진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집적경제의 대표적인 사례다. 기술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투자자가 가까운 곳에 모이면서 인재와 자본, 정보가 연결되는 환경이 형성됐다.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디트로이트 지역 역시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 숙련 인력이 모여 생산 효율을 높였던 사례다. 기업이 같은 지역에 자리 잡는 데서 나아가 서로의 활동에 도움을 주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집중의 이점은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자리와 생활 편의시설이 모인 지역에서는 가까운 곳에 살려는 수요가 늘어난다. 통근 시간을 줄이고 다양한 교육·문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주거지 선택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다만 집적경제만으로 높은 집값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집중으로 늘어난 주거 수요를 공급이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할 때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진다.


같은 서울에서도 집값이 다른 이유


서울 안에서도 주택 가격은 지역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 주요 업무지구에 접근하기 쉬운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교통과 생활 기반시설이 충분한 지역과 부족한 지역은 서로 다른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주택의 노후도와 단지 규모, 주변 환경 등이 더해지면서 같은 면적의 아파트라도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주택을 구매한다는 것은 건물 내부의 공간뿐 아니라 그곳에서 누릴 수 있는 생활 여건을 함께 선택하는 일이다. 출퇴근에 드는 시간과 비용, 학교와 병원까지의 거리, 공원과 상업시설의 이용 편의성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준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조건을 갖춘 지역에 수요가 몰리면 해당 입지의 희소성이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주택 공급, ‘몇 채’와 함께 ‘어디에’를 봐야 한다


주택 공급을 평가할 때는 전체 물량과 함께 위치와 유형을 살펴봐야 한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택 1만 채를 공급하더라도 주요 업무지구 인근의 역세권 주택을 원하는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는 어렵다. 주택은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없는 재화이므로 입지가 다른 집들이 서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OECD도 주택 가격과 임대료의 과도한 상승을 완화하려면 수요에 맞게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외곽 지역의 주택 공급이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니다. 교통망이 확충되고 일자리와 생활 편의시설이 함께 들어서면 해당 지역의 주거 매력이 높아져 도심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할 수 있다. 공급량을 늘리는 동시에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생활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고 해서 주택을 곧바로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토지 확보와 인허가, 건설에 시간이 걸리며 기존 주거지를 정비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주택 공급이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특성 역시 가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요소다.




사고 싶은 마음이 실제 수요가 되려면


주택 가격을 이해할 때는 구매 의사와 구매 능력을 구분해야 한다. 특정 지역의 집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만으로 실제 거래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시장에서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수요는 일정한 가격을 지불할 의사와 자금 조달 능력이 함께 뒷받침되는 수요다. 이러한 의미에서 구매력을 갖춘 수요를 ‘유효수요’라고 설명할 수 있다.


가구의 소득과 보유 자산, 대출 가능 금액, 금리는 구매력에 영향을 준다. 같은 소득을 가진 가구라도 보유 자산과 대출 조건에 따라 살 수 있는 주택의 가격대가 달라진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 역시 구매 시점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구매력을 갖춘 수요가 늘더라도 그 영향이 모든 지역에서 같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공급을 확대하기 쉬운 지역에서는 신규 주택 건설로 이어질 수 있지만, 공급이 제한된 지역에서는 기존 주택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집값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결합


서울의 높은 집값은 집적경제가 만들어내는 주거 수요, 선호 입지의 제한된 공급, 가구의 구매력과 가격 기대가 맞물린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단순히 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거나, 반대로 공급량은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모두 충분하지 않다.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가 많은 지역의 공급 여건을 개선하는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도 양질의 일자리와 편리한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얼마나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지와 함께 어디에 어떤 주택을 마련하고, 일자리와 교통·생활 기반시설을 어떻게 연결할지를 살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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