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언스플래쉬
[밸류체인타임스=이서인 칼럼니스트] 1980년대, "도쿄 황거(일왕 거처) 부지만 팔아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체를 살 수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던 일본은 당시 세계 시가총액 상위 50대 기업 중 32개(1989년 기준)를 차지하고 닛케이지수가 1989년 말 최고점인 3만 8,915엔을 돌파하는 등 지금으로선 생각할 수 없는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현재 일본은 장기 불황으로 인해 '잃어버린 30년'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왜 무적함대 같았던 일본은 한순간에 몰락하게 되었을까?
잘나가던 일본이 단 한순간에 무너진 계기, 버블경제의 붕괴
1945년까지만 해도 일본은 패전으로 인해 주요 도시와 인프라가 무너져 폐허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불과 41년 이후 1986년부터 시작해 1991년 2월까지 일본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군수물자 폭등, 강력한 수출 주도 산업정책 등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1985년 9월 무역 적자를 줄이려는 미국의 압박으로 체결된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로 인해 엔화 가치가 급등(엔고)하며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자,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5%에서 2.5%까지 대폭 낮췄고 이로 인해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과열되며 버블이 형성됐다.
이후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과열된 시장을 식히기 위해 1989년 5월부터 1990년 8월까지 불과 1년여 만에 금리를 6%까지 급격히 올리게 되었고 금리가 오르자 대출 이자가 늘어나고 투자가 줄어들게 되었다. 자산 가격은 폭락하기 시작했고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했던 가계와 기업이 대출을 갚지 못하는 연쇄 부도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은행의 부실채권이 당시 50조 엔 이상으로 눈덩이처럼 쌓이게 되었다. 주가와 부동산이 동반 폭락하며 닛케이지수는 불과 2년여 만에 최고점 대비 60% 이상 떨어지면서 경제는 완전히 무너져갔다. 이것이 버블 붕괴이고 이 붕괴로 인해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맞이하게 된다.
경제 불황, 왜 3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을까?
일반적으로 버블이 꺼지게 되면 경기가 일시적으로 침체하더라도 자산 가치 조정 후 다시 회복하게 되지만 일본은 달랐다. 일본 경제는 30년 이상 침체가 계속되며 장기 불황이 지속되었다. 이러한 핵심 원인으로 '좀비 기업' 양산, 구조 개혁 실패,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버블 붕괴 이후 수많은 기업들이 파산 위기에 처했으나, 은행들은 자신의 부실을 감추기 위해 한계 기업에 대한 대출을 회수하지 않은 채 만기를 연장해주는 '에버그리닝(Evergreening)' 관행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좀비 기업들이 속출했다. 이러한 행보는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혁신 기업들의 자금 조달과 성장을 방해했고, 국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갉아먹었다.
또한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소비하는 청년층이 줄고 노인 인구가 늘어나 내수 시장의 구조적 수축이 발생했다. 실제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1995년 약 8,700만 명을 정점으로 현재까지 지속 감소 중이다.
잃어버린 30년을 끝내기 위한 세 개의 화살, 아베노믹스
2012년 말 아베 신조 총리가 복귀하면서 일본을 장기 침체에서 구출하기 위해 초대형 경기 부양책인 아베노믹스라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아베노믹스는 3가지 화살로 비유가 되는데 ‘한 개의 화살은 쉽게 부러지지만 세 개를 묶으면 강해진다’라는 옛 속담을 뜻한다. 아베노믹스의 3가지 화살은 첫 번째 '대담한 금융 완화', 두 번째 '기동성 있는 재정 지출', 세 번째 '민간 투자를 환기하는 구조 개혁'이다.
첫 번째 화살인 금융 완화는 일본은행을 통해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질적 완화(QQE)로, 금리를 사실상 0% 수준으로 낮췄다. 특히 2016년엔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0.1%)를 도입하면서 엔화가 약세(엔저)가 되었고, 2012년 1달러에 80엔대였던 환율이 이후 120엔대(최근 150엔대)까지 급등했다. 또한 엔화 가치가 내려가면서 토요타 등 핵심 수출 기업들의 엔화 환산 이익이 높아져 실적이 회복되었다.
두 번째 화살인 재정 지출은 정부 지출을 늘려 유효 수요를 창출하고 공공 사업이나 사회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감당하기 위해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소비세율을 인상(5%→8%→10%)하면서 오히려 내수 소비 위축 현상이 일어나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세 번째 화살인 구조 개혁은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핵심이었지만 효과는 가장 미흡했다. 노동 시장 유연화, 여성·외국인 인재 활용, 암반 규제 완화 등이 핵심 과제로 추진되었지만, 기득권의 저항과 폐쇄적인 사회 구조에 부딪혀 일부 성과만 거둔 채 끝나고 말았다.
2024~2026년, 디플레이션 탈출과 일본의 부활 시도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마이너스 금리를 철회했고, 같은 해 7월에는 기준금리를 0.25%로 추가 인상하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도했다. 이후에도 '춘투(일본의 봄철 임금협상)'를 통한 기록적인 5%대 임금 상승과 2%를 상회하는 안정적인 물가 상승 기조에 맞춰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2026년 기준금리를 1%대까지 올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장기 디플레이션이라는 경제의 비상사태를 의미했지만, 이번 통화정책 개혁으로 인해 기준금리가 정상 궤도인 1%까지 올라가면서 수십 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은 사실상 끝나게 되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한국에 주는 경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신속한 구조조정의 실패와 급격한 인구 고령화가 맞물리며 생긴 필연적인 장기 침체이다. 현재 한국은 합계출산율 0.7명대 붕괴 위기에 처해 있으며, 고령화 속도와 가계부채 증가율은 과거 일본을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단순히 이웃 나라의 경제 위기 사례가 아니라, 구조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맞이하게 될 한국 경제의 미래 거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엄중히 인지하고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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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이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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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이서인 칼럼니스트] 1980년대, "도쿄 황거(일왕 거처) 부지만 팔아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전체를 살 수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던 일본은 당시 세계 시가총액 상위 50대 기업 중 32개(1989년 기준)를 차지하고 닛케이지수가 1989년 말 최고점인 3만 8,915엔을 돌파하는 등 지금으로선 생각할 수 없는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현재 일본은 장기 불황으로 인해 '잃어버린 30년'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왜 무적함대 같았던 일본은 한순간에 몰락하게 되었을까?
잘나가던 일본이 단 한순간에 무너진 계기, 버블경제의 붕괴
1945년까지만 해도 일본은 패전으로 인해 주요 도시와 인프라가 무너져 폐허가 된 상태였다. 하지만 불과 41년 이후 1986년부터 시작해 1991년 2월까지 일본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군수물자 폭등, 강력한 수출 주도 산업정책 등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1985년 9월 무역 적자를 줄이려는 미국의 압박으로 체결된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로 인해 엔화 가치가 급등(엔고)하며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자,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5%에서 2.5%까지 대폭 낮췄고 이로 인해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과열되며 버블이 형성됐다.
이후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과열된 시장을 식히기 위해 1989년 5월부터 1990년 8월까지 불과 1년여 만에 금리를 6%까지 급격히 올리게 되었고 금리가 오르자 대출 이자가 늘어나고 투자가 줄어들게 되었다. 자산 가격은 폭락하기 시작했고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했던 가계와 기업이 대출을 갚지 못하는 연쇄 부도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은행의 부실채권이 당시 50조 엔 이상으로 눈덩이처럼 쌓이게 되었다. 주가와 부동산이 동반 폭락하며 닛케이지수는 불과 2년여 만에 최고점 대비 60% 이상 떨어지면서 경제는 완전히 무너져갔다. 이것이 버블 붕괴이고 이 붕괴로 인해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맞이하게 된다.
경제 불황, 왜 3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을까?
일반적으로 버블이 꺼지게 되면 경기가 일시적으로 침체하더라도 자산 가치 조정 후 다시 회복하게 되지만 일본은 달랐다. 일본 경제는 30년 이상 침체가 계속되며 장기 불황이 지속되었다. 이러한 핵심 원인으로 '좀비 기업' 양산, 구조 개혁 실패,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버블 붕괴 이후 수많은 기업들이 파산 위기에 처했으나, 은행들은 자신의 부실을 감추기 위해 한계 기업에 대한 대출을 회수하지 않은 채 만기를 연장해주는 '에버그리닝(Evergreening)' 관행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좀비 기업들이 속출했다. 이러한 행보는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혁신 기업들의 자금 조달과 성장을 방해했고, 국가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갉아먹었다.
또한 1990년대부터 본격화된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소비하는 청년층이 줄고 노인 인구가 늘어나 내수 시장의 구조적 수축이 발생했다. 실제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1995년 약 8,700만 명을 정점으로 현재까지 지속 감소 중이다.
잃어버린 30년을 끝내기 위한 세 개의 화살, 아베노믹스
2012년 말 아베 신조 총리가 복귀하면서 일본을 장기 침체에서 구출하기 위해 초대형 경기 부양책인 아베노믹스라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아베노믹스는 3가지 화살로 비유가 되는데 ‘한 개의 화살은 쉽게 부러지지만 세 개를 묶으면 강해진다’라는 옛 속담을 뜻한다. 아베노믹스의 3가지 화살은 첫 번째 '대담한 금융 완화', 두 번째 '기동성 있는 재정 지출', 세 번째 '민간 투자를 환기하는 구조 개혁'이다.
첫 번째 화살인 금융 완화는 일본은행을 통해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질적 완화(QQE)로, 금리를 사실상 0% 수준으로 낮췄다. 특히 2016년엔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0.1%)를 도입하면서 엔화가 약세(엔저)가 되었고, 2012년 1달러에 80엔대였던 환율이 이후 120엔대(최근 150엔대)까지 급등했다. 또한 엔화 가치가 내려가면서 토요타 등 핵심 수출 기업들의 엔화 환산 이익이 높아져 실적이 회복되었다.
두 번째 화살인 재정 지출은 정부 지출을 늘려 유효 수요를 창출하고 공공 사업이나 사회 인프라 투자를 늘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감당하기 위해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소비세율을 인상(5%→8%→10%)하면서 오히려 내수 소비 위축 현상이 일어나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세 번째 화살인 구조 개혁은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핵심이었지만 효과는 가장 미흡했다. 노동 시장 유연화, 여성·외국인 인재 활용, 암반 규제 완화 등이 핵심 과제로 추진되었지만, 기득권의 저항과 폐쇄적인 사회 구조에 부딪혀 일부 성과만 거둔 채 끝나고 말았다.
2024~2026년, 디플레이션 탈출과 일본의 부활 시도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마이너스 금리를 철회했고, 같은 해 7월에는 기준금리를 0.25%로 추가 인상하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도했다. 이후에도 '춘투(일본의 봄철 임금협상)'를 통한 기록적인 5%대 임금 상승과 2%를 상회하는 안정적인 물가 상승 기조에 맞춰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2026년 기준금리를 1%대까지 올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장기 디플레이션이라는 경제의 비상사태를 의미했지만, 이번 통화정책 개혁으로 인해 기준금리가 정상 궤도인 1%까지 올라가면서 수십 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은 사실상 끝나게 되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한국에 주는 경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신속한 구조조정의 실패와 급격한 인구 고령화가 맞물리며 생긴 필연적인 장기 침체이다. 현재 한국은 합계출산율 0.7명대 붕괴 위기에 처해 있으며, 고령화 속도와 가계부채 증가율은 과거 일본을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단순히 이웃 나라의 경제 위기 사례가 아니라, 구조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맞이하게 될 한국 경제의 미래 거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엄중히 인지하고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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