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unsplash)
[밸류체인타임스=김유진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의 그늘이 여전한 가운데 올해 하반기 대한민국 핵심 산업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공지능 시장의 가속화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국내 주요 업종들은 저마다의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외생 변수에 따른 온도 차는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한 상황이다.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의 핵심인 반도체와 에너지저장장치 수요 폭발의 수혜를 입은 배터리 산업은 하반기에도 독주 체제를 굳힐 것으로 보이고 있다. 반면에 중국의 대규모 물량 공세와 보호무역주의 장벽에 가로막힌 철강 및 석유화학 산업은 수익성 악화와 수요 둔화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무한 확장, 반도체 수퍼사이클의 견고한 비행
하반기 국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가장 유망한 분야는 단연 반도체 산업이 꼽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서비스의 고도화와 데이터 처리량의 폭증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로 직결되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성장을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와 고용량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의 경우 세대를 거듭할수록 고집적화와 저전력화 요구가 강해지고 있는데 국내 제조사들은 이미 차세대 제품의 양산 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의 마진을 독식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전통적인 PC 및 모바일용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 건전화와 가격 상승세도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제조사들의 공급 조절 노력과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기기들의 본격적인 출시가 맞물리면서 범용 제품의 단가 역시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미세 공정의 수율 안정화와 대형 고객사 확보 소식이 잇따르며 메모리에 편중되었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긴축 기조나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잔존하더라도 인공지능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기업들의 생존이 걸린 필수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반도체 업황의 상승세는 하반기를 넘어 내년까지도 탄탄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기차 캐즘을 넘어선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구원투수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둔화되는 이른바 캐즘 현상으로 고전하던 이차전지 배터리 업계는 하반기 들어 에너지저장장치라는 강력한 돌파구를 찾으며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나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신재생 에너지 연계형 에너지저장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확대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 잔고가 가파르게 쌓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기존 삼원계 배터리의 고에너지 밀도 장점을 살린 고급형 에너지저장장치 제품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튬인산철 배터리 기반의 제품군까지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넓히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역시 하반기에는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와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보급형 전기차 신차 출시가 하반기에 집중되어 있어 침체되었던 배터리 출하량이 다시 반등할 여지가 충분한 상황이다. 아울러 배터리 핵심 원소재인 리튬과 니켈 등의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원가 부담이 크게 줄어든 점도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재 부문에서도 양극재와 음극재의 기술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가 진척되면서 대외 리스크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시장의 단기적 정체를 에너지저장장치라는 거대한 신시장의 성장으로 상쇄하며 하반기 수출과 생산 모두에서 푸른 신호등을 켜고 있다.
중국발 저가 물량 폭탄과 통상 압박, 사면초가에 빠진 철강 산업
반면 전통 제조업의 근간인 철강 산업의 하반기 전망은 매우 어두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철강 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중국 내수 경기 침체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양의 잉여 철강 제품이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중국 건설 경기의 장기 침체로 자국 내에서 소화되지 못한 중국산 저가 철강재들이 동남아시아는 물론 국내 시장까지 무차별적으로 유입되면서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고품질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리며 대응하고 있으나 범용재 시장에서의 가격 하락 압박을 완전히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제품 가격은 올리지 못하는 스프레드 축소 현상이 지속되면서 하반기 영업이익률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통상 환경의 악화도 철강 업계를 옥죄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있으며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같은 친환경 무역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수출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전통적인 고로 공법 위주의 국내 철강사들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전기로 전환과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이는 장기적인 과제일 뿐 하반기의 실적 악화를 막아줄 즉각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국내 전방 산업인 건설 경기마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와 착공 물량 감소로 얼어붙어 있어 철강 수요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하반기 철강 업계의 시름을 한층 더 깊게 만들고 있다.
공급 과잉의 늪과 에탄크래커의 역습, 석유화학의 구조적 불황 심화
석유화학 산업 역시 철강과 마찬가지로 구조적인 공급 과잉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며 하반기 극심한 부진이 예상되는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중국이 몇 년간 추진해 온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증설 작업이 완료되어 본격적인 상업 가동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에틸렌 등 기초유분 공급량은 이미 수요를 크게 초과한 상태이다. 과거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자급률을 백 퍼센트 가까이 끌어올린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시아 시장 전역으로 저가 제품을 수출하는 공급처로 돌변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원유를 기반으로 나프타를 분해해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나프타분해시설 방식은 미국이나 중동의 가스 기반 에탄분해시설 방식에 비해 원가 경쟁력 면에서 치명적인 열세에 놓여 있어 유가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수익성이 흔들리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플라스틱, 섬유, 자동차 내외장재 등 석유화학 전방 제품의 소비 자체가 위축된 점도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한계 상황에 직면한 범용 제품 설비의 가동률을 낮추거나 매각을 추진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나 이로 인한 단기적 실적 타격은 불가피한 상태이다. 친환경 플라스틱이나 이차전지 소재, 바이오 화학 등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러한 신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낮아 당장의 불황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급 과잉 해소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하반기 석유화학 업계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과 뼈를 깎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극화 장기화에 따른 국가 경제적 과제와 선제적 구조 개편의 필요성
이처럼 하반기 국내 산업계는 첨단 기술 산업의 초호황과 전통 제조 산업의 극심한 불황이 공존하는 전례 없는 양극화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실적 문제를 넘어 국가 수출 구조의 취약성을 키우고 고용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가 아무리 선전하더라도 철강과 석유화학처럼 고용 유발 효과가 크고 전방위 연쇄 효과가 높은 기간산업이 무너진다면 전체 경제의 기초 체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금융권은 일시적 자금난에 봉착한 전통 제조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들이 친환경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구조 개편을 유도해야 한다. 기업들 역시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서 벗어나 과감한 설비 감축과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무역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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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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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김유진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의 그늘이 여전한 가운데 올해 하반기 대한민국 핵심 산업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공지능 시장의 가속화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국내 주요 업종들은 저마다의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외생 변수에 따른 온도 차는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한 상황이다.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의 핵심인 반도체와 에너지저장장치 수요 폭발의 수혜를 입은 배터리 산업은 하반기에도 독주 체제를 굳힐 것으로 보이고 있다. 반면에 중국의 대규모 물량 공세와 보호무역주의 장벽에 가로막힌 철강 및 석유화학 산업은 수익성 악화와 수요 둔화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무한 확장, 반도체 수퍼사이클의 견고한 비행
하반기 국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할 가장 유망한 분야는 단연 반도체 산업이 꼽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서비스의 고도화와 데이터 처리량의 폭증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로 직결되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성장을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고대역폭메모리와 고용량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의 경우 세대를 거듭할수록 고집적화와 저전력화 요구가 강해지고 있는데 국내 제조사들은 이미 차세대 제품의 양산 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의 마진을 독식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전통적인 PC 및 모바일용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 건전화와 가격 상승세도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제조사들의 공급 조절 노력과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기기들의 본격적인 출시가 맞물리면서 범용 제품의 단가 역시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미세 공정의 수율 안정화와 대형 고객사 확보 소식이 잇따르며 메모리에 편중되었던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긴축 기조나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잔존하더라도 인공지능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기업들의 생존이 걸린 필수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반도체 업황의 상승세는 하반기를 넘어 내년까지도 탄탄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기차 캐즘을 넘어선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구원투수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둔화되는 이른바 캐즘 현상으로 고전하던 이차전지 배터리 업계는 하반기 들어 에너지저장장치라는 강력한 돌파구를 찾으며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어나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신재생 에너지 연계형 에너지저장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확대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 잔고가 가파르게 쌓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기존 삼원계 배터리의 고에너지 밀도 장점을 살린 고급형 에너지저장장치 제품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튬인산철 배터리 기반의 제품군까지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넓히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역시 하반기에는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강화와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보급형 전기차 신차 출시가 하반기에 집중되어 있어 침체되었던 배터리 출하량이 다시 반등할 여지가 충분한 상황이다. 아울러 배터리 핵심 원소재인 리튬과 니켈 등의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원가 부담이 크게 줄어든 점도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재 부문에서도 양극재와 음극재의 기술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가 진척되면서 대외 리스크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시장의 단기적 정체를 에너지저장장치라는 거대한 신시장의 성장으로 상쇄하며 하반기 수출과 생산 모두에서 푸른 신호등을 켜고 있다.
중국발 저가 물량 폭탄과 통상 압박, 사면초가에 빠진 철강 산업
반면 전통 제조업의 근간인 철강 산업의 하반기 전망은 매우 어두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철강 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중국 내수 경기 침체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양의 잉여 철강 제품이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중국 건설 경기의 장기 침체로 자국 내에서 소화되지 못한 중국산 저가 철강재들이 동남아시아는 물론 국내 시장까지 무차별적으로 유입되면서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고품질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리며 대응하고 있으나 범용재 시장에서의 가격 하락 압박을 완전히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반면 제품 가격은 올리지 못하는 스프레드 축소 현상이 지속되면서 하반기 영업이익률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통상 환경의 악화도 철강 업계를 옥죄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자국 철강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관세 장벽이 높아지고 있으며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같은 친환경 무역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수출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전통적인 고로 공법 위주의 국내 철강사들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전기로 전환과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으나 이는 장기적인 과제일 뿐 하반기의 실적 악화를 막아줄 즉각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국내 전방 산업인 건설 경기마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와 착공 물량 감소로 얼어붙어 있어 철강 수요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하반기 철강 업계의 시름을 한층 더 깊게 만들고 있다.
공급 과잉의 늪과 에탄크래커의 역습, 석유화학의 구조적 불황 심화
석유화학 산업 역시 철강과 마찬가지로 구조적인 공급 과잉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며 하반기 극심한 부진이 예상되는 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중국이 몇 년간 추진해 온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증설 작업이 완료되어 본격적인 상업 가동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에틸렌 등 기초유분 공급량은 이미 수요를 크게 초과한 상태이다. 과거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자급률을 백 퍼센트 가까이 끌어올린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시아 시장 전역으로 저가 제품을 수출하는 공급처로 돌변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원유를 기반으로 나프타를 분해해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나프타분해시설 방식은 미국이나 중동의 가스 기반 에탄분해시설 방식에 비해 원가 경쟁력 면에서 치명적인 열세에 놓여 있어 유가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수익성이 흔들리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플라스틱, 섬유, 자동차 내외장재 등 석유화학 전방 제품의 소비 자체가 위축된 점도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한계 상황에 직면한 범용 제품 설비의 가동률을 낮추거나 매각을 추진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나 이로 인한 단기적 실적 타격은 불가피한 상태이다. 친환경 플라스틱이나 이차전지 소재, 바이오 화학 등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러한 신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낮아 당장의 불황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급 과잉 해소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하반기 석유화학 업계는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과 뼈를 깎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극화 장기화에 따른 국가 경제적 과제와 선제적 구조 개편의 필요성
이처럼 하반기 국내 산업계는 첨단 기술 산업의 초호황과 전통 제조 산업의 극심한 불황이 공존하는 전례 없는 양극화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실적 문제를 넘어 국가 수출 구조의 취약성을 키우고 고용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가 아무리 선전하더라도 철강과 석유화학처럼 고용 유발 효과가 크고 전방위 연쇄 효과가 높은 기간산업이 무너진다면 전체 경제의 기초 체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금융권은 일시적 자금난에 봉착한 전통 제조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지 않도록 선제적인 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들이 친환경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구조 개편을 유도해야 한다. 기업들 역시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서 벗어나 과감한 설비 감축과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무역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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