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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의존도 극복하고 북미·유럽·중동 전방위 영토 확장… 글로벌 2위 화장품 수출국 도약의 구조적 비결과 과제
[밸류체인타임스=김유진 기자]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이 글로벌 시장의 지형도를 새로 쓰며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세청, 대한화장품협회 등이 집계한 최신 통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산업은 사상 처음으로 연간 무역수지 흑자 규모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전통적인 중화학 공업 위주의 수출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에서 소비재 및 문화 콘텐츠 융합 산업이 이뤄낸 독보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로써 한국은 화장품 본고장인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의 화장품 수출 강국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이번 성과가 더욱 값진 이유는 과거의 유산이자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받던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완벽하게 극복해 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화장품 수출은 이른바 ‘차이나 붐’에 기대어 가파른 성장을 구가해 왔다. 그러나 사드(THAAD) 사태 이후 불거진 한한령과 중국 현지 로컬 브랜드들의 급격한 기술적 추격(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인 '궈차오' 열풍), 그리고 팬데믹 시기의 전면 봉쇄 조치 등은 K뷰티 기업들에게 사상 최악의 위기를 안겨주었다. 당시 업계 내부에서는 중국 시장의 침체가 곧 K뷰티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과감한 정공법을 택했다. 중국 중심의 단일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벗어나 북미, 유럽, 일본, 중동,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전역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다각화 전략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세계 최대의 뷰티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 전역에서 한국 화장품의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아시아권의 문화적 인접성을 넘어 서구권 주류 시장의 소비층까지 사로잡은 이 같은 다변화 전략은 마침내 연간 무역흑자 100억 달러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주류 시장이 된 북미·유럽… ‘K-컬처’ 시너지와 혁신적 제품력이 이끈 대전환
K뷰티의 영토 확장 중 가장 독보적인 성과를 거둔 지역은 단연 북미 시장이다. 과거 미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은 일부 아시아계 이민자나 얼리어답터들 위주로 소비되는 비주류 상품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의 대형 유통망인 얼타 뷰티(Ulta Beauty), 세포라(Sephora)는 물론이고 대형 마트인 타겟(Target)과 세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Amazon)의 뷰티 카테고리 상위권을 한국 브랜드들이 완전히 점령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선크림, 세럼, 패드 등 기초 화장품 라인에서 한국 제품들은 특유의 혁신성과 압도적인 가성비를 무기로 현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었다.
이러한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의 대성공 배경에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처(한국 문화)’의 글로벌 확산이 자리 잡고 있다. K-팝(K-POP) 아티스트들과 K-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깨끗하고 건강한 피부는 전 세계 젊은 소비자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화장품과 스킨케어 루틴’에 대한 호기심으로 연결되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한국 화장품을 활용한 피부 관리 영상이 수억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문화적 영향력이 산업의 실질적인 구매력으로 치환되는 전형적인 융합 산업의 성공 모델을 보여준 셈이다.
제품 자체의 혁신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한국 화장품은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반영되는 제품군으로 꼽힌다. 달팽이 점액, 인삼, 쑥 등 천연 성분을 활용한 독창적인 원료 발굴부터 마스크팩, 쿠션 팩트, 토너 패드 등 기존 서구권 브랜드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해 내는 능력은 전 세계 바이어들을 감탄케 했다. 특히 서구권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클린 뷰티(비건, 친환경 성분)’ 트렌드에 발맞추어 유기농 원료와 친환경 패키징을 빠르게 도입한 점도 까다로운 유럽 시장의 장벽을 허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흥 영토 중동과 동남아… ‘할랄 인증’과 프리미엄화로 틈새시장 공략
수출 영토의 다변화는 서구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K뷰티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급부상한 곳은 바로 중동과 동남아시아 시장이다. 특히 중동 지역은 높은 구매력과 젊은 인구 구조를 바탕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중동 소비자들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여 현지의 기후적 특성(고온다습함)에 맞는 롱래스팅 제품과 자외선 차단 제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또한 엄격한 종교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이슬람권 공략을 위해 '할랄(Halal) 인증'을 획득한 제품 라인업을 대거 확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중동의 패션·뷰티 중심지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한국 화장품이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며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다. K-뷰티 특유의 다단계 스킨케어 시스템은 중동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서 하나의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으며, 현지 인플루언서들과의 적극적인 협업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공고히 다져가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 역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을 중심으로 현지 중산층의 소득 증대와 맞물려 K뷰티 제품의 수요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전 세계 각지의 기후, 문화, 종교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현지화 전략은 특정 지역에서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지역의 성장세로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출 구조를 만들어냈다. 과거 중국 시장의 규제 하나에 산업 전체가 흔들리던 취약한 생태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전 세계 시장이 서로를 지탱하는 견고한 글로벌 다각화 네트워크를 완성한 것이다. 이는 한국 화장품 산업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주류 산업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지표이다.
대기업에서 인디 브랜드 중심으로… 화장품 생태계의 패러다임 변화
무역흑자 100억 달러 돌파라는 대업의 이면에는 국내 화장품 산업 생태계 자체의 역동적인 구조 개편이 존재한다. 과거 K뷰티의 전성기가 대기업 중심의 대량 생산과 오프라인 로드숍 기반의 성장 장방식이었다면, 현재의 신(新)전성기는 기동성과 독창성을 무기로 한 ‘인디 브랜드(Indie Brands)’들이 주도하고 있다.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신생 브랜드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대기업 못지않은 수백억, 수천억 원대의 수출 실적을 올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인디 브랜드들의 글로벌 돌풍을 가능하게 한 숨은 공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의 ODM(제조업자 개발생산)·OEM(주문자 상표부착생산) 기업들이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 국내 대형 제조사들은 단순한 하청 생산을 넘어 원료 개발부터 제형 연구, 디자인, 패키징, 물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해 놓았다. 덕분에 아이디어가 참신한 신생 기업들은 막대한 공장 설립 비용 없이도 고품질의 화장품을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같은 효율적인 분업 구조는 한국 화장품 산업의 ‘트렌드 대응 속도’를 극대화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뷰티 트렌드가 부상하면, 한국의 인디 브랜드들은 ODM 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불과 몇 달 만에 완제품을 기획해 전 세계 시장에 깔아버린다. 대형 글로벌 뷰티 기업들이 수년씩 걸리는 의사결정과 제품 개발 단계를 거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하며 트렌드 세터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하는 것이다. 제조 생태계의 디지털화와 고도화가 K뷰티 글로벌 영토 확장의 강력한 섀시(Chassis) 역할을 한 셈이다.
세계 2위 안착과 프랑스 추격을 위한 과제… 지속 가능한 혁신과 브랜드 자산 구축
화장품 수출 세계 2위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K뷰티가 진정한 글로벌 패권국으로 자리 잡고 '화장품의 성지'로 불리는 프랑스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제품의 가성비나 유행을 넘어선 ‘하이엔드 프리미엄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의 구축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대다수의 한국 제품은 중저가 라인이나 인디 브랜드의 기초 제품에 집중되어 있다. 시슬리, 샤넬, 에스티로더처럼 수십 년간 전 세계 자산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초고가 럭셔리 라인에서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향후 K뷰티는 단순한 기능성 제품의 대량 판매를 넘어, 브랜드 고유의 역사와 스토리를 입힌 프리미엄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피부 과학 연구에 기반한 바이오·메디컬 화장품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전 세계 소비자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소비할 수 있는 문화적 가치를 지닌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갈수록 엄격해지는 글로벌 환경 규제와 주요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 장벽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미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맞추어 친환경 원료 소싱과 투명한 공급망 관리를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제도적 정비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가별로 제각각인 화장품 인증 규격과 통관 절차를 중소 인디 브랜드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정부는 주요 수출국과의 FTA 협상 및 외교적 채널을 통해 규제 장벽을 완화하고, 해외 현지 인증 획득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과 금융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사상 첫 무역흑자 100억 달러라는 경이로운 기록은 한국 화장품 산업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체질 개선과 다변화에 성공한 K뷰티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전 세계인의 일상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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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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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의존도 극복하고 북미·유럽·중동 전방위 영토 확장… 글로벌 2위 화장품 수출국 도약의 구조적 비결과 과제
[밸류체인타임스=김유진 기자]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이 글로벌 시장의 지형도를 새로 쓰며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세청, 대한화장품협회 등이 집계한 최신 통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산업은 사상 처음으로 연간 무역수지 흑자 규모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전통적인 중화학 공업 위주의 수출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에서 소비재 및 문화 콘텐츠 융합 산업이 이뤄낸 독보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로써 한국은 화장품 본고장인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의 화장품 수출 강국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이번 성과가 더욱 값진 이유는 과거의 유산이자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받던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완벽하게 극복해 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화장품 수출은 이른바 ‘차이나 붐’에 기대어 가파른 성장을 구가해 왔다. 그러나 사드(THAAD) 사태 이후 불거진 한한령과 중국 현지 로컬 브랜드들의 급격한 기술적 추격(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인 '궈차오' 열풍), 그리고 팬데믹 시기의 전면 봉쇄 조치 등은 K뷰티 기업들에게 사상 최악의 위기를 안겨주었다. 당시 업계 내부에서는 중국 시장의 침체가 곧 K뷰티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화장품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과감한 정공법을 택했다. 중국 중심의 단일 포트폴리오에서 완전히 벗어나 북미, 유럽, 일본, 중동,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 전역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다각화 전략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세계 최대의 뷰티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 전역에서 한국 화장품의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아시아권의 문화적 인접성을 넘어 서구권 주류 시장의 소비층까지 사로잡은 이 같은 다변화 전략은 마침내 연간 무역흑자 100억 달러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주류 시장이 된 북미·유럽… ‘K-컬처’ 시너지와 혁신적 제품력이 이끈 대전환
K뷰티의 영토 확장 중 가장 독보적인 성과를 거둔 지역은 단연 북미 시장이다. 과거 미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은 일부 아시아계 이민자나 얼리어답터들 위주로 소비되는 비주류 상품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의 대형 유통망인 얼타 뷰티(Ulta Beauty), 세포라(Sephora)는 물론이고 대형 마트인 타겟(Target)과 세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Amazon)의 뷰티 카테고리 상위권을 한국 브랜드들이 완전히 점령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선크림, 세럼, 패드 등 기초 화장품 라인에서 한국 제품들은 특유의 혁신성과 압도적인 가성비를 무기로 현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었다.
이러한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의 대성공 배경에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처(한국 문화)’의 글로벌 확산이 자리 잡고 있다. K-팝(K-POP) 아티스트들과 K-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깨끗하고 건강한 피부는 전 세계 젊은 소비자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화장품과 스킨케어 루틴’에 대한 호기심으로 연결되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한국 화장품을 활용한 피부 관리 영상이 수억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문화적 영향력이 산업의 실질적인 구매력으로 치환되는 전형적인 융합 산업의 성공 모델을 보여준 셈이다.
제품 자체의 혁신성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한국 화장품은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반영되는 제품군으로 꼽힌다. 달팽이 점액, 인삼, 쑥 등 천연 성분을 활용한 독창적인 원료 발굴부터 마스크팩, 쿠션 팩트, 토너 패드 등 기존 서구권 브랜드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해 내는 능력은 전 세계 바이어들을 감탄케 했다. 특히 서구권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클린 뷰티(비건, 친환경 성분)’ 트렌드에 발맞추어 유기농 원료와 친환경 패키징을 빠르게 도입한 점도 까다로운 유럽 시장의 장벽을 허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흥 영토 중동과 동남아… ‘할랄 인증’과 프리미엄화로 틈새시장 공략
수출 영토의 다변화는 서구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K뷰티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급부상한 곳은 바로 중동과 동남아시아 시장이다. 특히 중동 지역은 높은 구매력과 젊은 인구 구조를 바탕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중동 소비자들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하여 현지의 기후적 특성(고온다습함)에 맞는 롱래스팅 제품과 자외선 차단 제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또한 엄격한 종교적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이슬람권 공략을 위해 '할랄(Halal) 인증'을 획득한 제품 라인업을 대거 확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중동의 패션·뷰티 중심지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한국 화장품이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식되며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다. K-뷰티 특유의 다단계 스킨케어 시스템은 중동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서 하나의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으며, 현지 인플루언서들과의 적극적인 협업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공고히 다져가고 있다. 동남아시아 시장 역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을 중심으로 현지 중산층의 소득 증대와 맞물려 K뷰티 제품의 수요가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전 세계 각지의 기후, 문화, 종교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현지화 전략은 특정 지역에서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지역의 성장세로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출 구조를 만들어냈다. 과거 중국 시장의 규제 하나에 산업 전체가 흔들리던 취약한 생태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전 세계 시장이 서로를 지탱하는 견고한 글로벌 다각화 네트워크를 완성한 것이다. 이는 한국 화장품 산업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글로벌 주류 산업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음을 증명하는 지표이다.
대기업에서 인디 브랜드 중심으로… 화장품 생태계의 패러다임 변화
무역흑자 100억 달러 돌파라는 대업의 이면에는 국내 화장품 산업 생태계 자체의 역동적인 구조 개편이 존재한다. 과거 K뷰티의 전성기가 대기업 중심의 대량 생산과 오프라인 로드숍 기반의 성장 장방식이었다면, 현재의 신(新)전성기는 기동성과 독창성을 무기로 한 ‘인디 브랜드(Indie Brands)’들이 주도하고 있다.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신생 브랜드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글로벌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대기업 못지않은 수백억, 수천억 원대의 수출 실적을 올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인디 브랜드들의 글로벌 돌풍을 가능하게 한 숨은 공신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한국의 ODM(제조업자 개발생산)·OEM(주문자 상표부착생산) 기업들이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코스메카코리아 등 국내 대형 제조사들은 단순한 하청 생산을 넘어 원료 개발부터 제형 연구, 디자인, 패키징, 물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해 놓았다. 덕분에 아이디어가 참신한 신생 기업들은 막대한 공장 설립 비용 없이도 고품질의 화장품을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같은 효율적인 분업 구조는 한국 화장품 산업의 ‘트렌드 대응 속도’를 극대화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뷰티 트렌드가 부상하면, 한국의 인디 브랜드들은 ODM 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불과 몇 달 만에 완제품을 기획해 전 세계 시장에 깔아버린다. 대형 글로벌 뷰티 기업들이 수년씩 걸리는 의사결정과 제품 개발 단계를 거치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시장을 선점하며 트렌드 세터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하는 것이다. 제조 생태계의 디지털화와 고도화가 K뷰티 글로벌 영토 확장의 강력한 섀시(Chassis) 역할을 한 셈이다.
세계 2위 안착과 프랑스 추격을 위한 과제… 지속 가능한 혁신과 브랜드 자산 구축
화장품 수출 세계 2위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K뷰티가 진정한 글로벌 패권국으로 자리 잡고 '화장품의 성지'로 불리는 프랑스를 추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제품의 가성비나 유행을 넘어선 ‘하이엔드 프리미엄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의 구축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대다수의 한국 제품은 중저가 라인이나 인디 브랜드의 기초 제품에 집중되어 있다. 시슬리, 샤넬, 에스티로더처럼 수십 년간 전 세계 자산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초고가 럭셔리 라인에서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향후 K뷰티는 단순한 기능성 제품의 대량 판매를 넘어, 브랜드 고유의 역사와 스토리를 입힌 프리미엄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피부 과학 연구에 기반한 바이오·메디컬 화장품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전 세계 소비자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소비할 수 있는 문화적 가치를 지닌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갈수록 엄격해지는 글로벌 환경 규제와 주요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 장벽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나 미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맞추어 친환경 원료 소싱과 투명한 공급망 관리를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제도적 정비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가별로 제각각인 화장품 인증 규격과 통관 절차를 중소 인디 브랜드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정부는 주요 수출국과의 FTA 협상 및 외교적 채널을 통해 규제 장벽을 완화하고, 해외 현지 인증 획득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과 금융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사상 첫 무역흑자 100억 달러라는 경이로운 기록은 한국 화장품 산업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체질 개선과 다변화에 성공한 K뷰티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전 세계인의 일상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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