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 한국 사회가 맞을 '게임 체인저' 혹은 '혼란의 씨앗' | 밸류체인타임스

이아림 칼럼니스트
2025-09-13
조회수 3733

[밸류체인타임스=이아림 칼럼니스트] 주 5일제 도입 21년 만에, 주 4.5일제가 공식 의제로 부상했다. 정부에서는 내년을 주 4.5일제 첫 시행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월요일 아침부터 주말을 고대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단연 희소식일 것이다. 비록 완전한 근무시간 단축은 아니지만, 금요일 오후를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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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한편, AI의 발전은 근무시간 단축의 흐름을 가속화 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인간이 직접 생산라인을 돌려야 했으나, 현재 생산라인의 일부는 이미 AI가 상당부분을 대체한다. 사회는 여러 여건으로 생산라인의 여유가 확보되자 '워라밸'로 시각을 돌리기 시작했다.


연차휴가와 급여는 현행과 동일하게 유지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고 있어 직장인들에게 함박 웃음을 안기고 있다. 배경에는 한국의 장시간 노동구조가 있다. 2022년 연평균 근로 시간은 1,904시간으로, OECD 평균치인 1,719시간에 비해 185시간이나 초과한 수치다.


정부는 근로 시간 단축과 함께 정년 65세 연장을 함께 검토 중이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 20.3%에 육박하는 인구를 정년퇴직시키는 것은 사회적 낭비다. 초고령사회의 접어든 대한민국 65세 이상 인구가 20.3%인 만큼, 이들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하는 것은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주 4.5일제 도입을 내걸고 총파업을 선언했다. 노동시간 단축이 저출산, 지방 소멸 등 사회적 난제의 해법이라며 강력한 투쟁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금융 노조는 오는 26일, 10만 명의 조합원이 94.98% 찬성 여론에 따라 총파업에 돌입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객 불편과 고액 연봉 금융 노동자의 파업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관계자는 "고객 불편을 만든 것은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오히려 사용자 측의 무책임한 경영"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금융노조는 주 5일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사회전반으로 확산시킨 바가 있다. 이번 주 4.5일제 제도 추진은 다시 새로운 사회변화를 향한 시도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과거 주 5일제가 내수 진작, 지방 소멸 완화에 기여했다"며 "주 4.5일제 역시 단순한 근무제 변화가 아닌 우리 사회의 새로운 전환점을 열어갈 분명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뿐 아니라 노동계도 이에 적극 합세하는 양상을 보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은 10일 "저출생과 저성장이라는 시대적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해법이 바로 4.5일제"라며 정부의 과감한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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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Unsplash)


한편, 일부 기업은 이미 주 4일제까지 도입하며 변화의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 SK스퀘어는 2주 80시간 충족 시 금요일 휴무가 가능한 주 4.5일제를 운영하고, 휴넷은 2022년 업계 최초 주 4일제 도입 후 채용 경쟁률, 매출이 동반 상승곡선을 그렸다. 슈프리마도 주 4.5일제 시행 후 매출과 영업 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이처럼 근로시간 단축이 복지를 넘어 기업 경쟁력 강화로 작용할 수 있는 패로 작용할 수 있다.


주 4.5일제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갖고 시도 중인 제도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과 같은 선진국들은 이미 주 4.5일제를 넘어 주 4일제까지 도입하는 국가도 있다.


벨기에는 2022년 2월부터 주 4일제를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법을 개정해 주 40시간 한도 내에 근로자가 월급 삭감 없이 주 4일 근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영국에서는 2023년 61개 회사와 2,900여 명의 직원들이 주 4일제를 6개월간 시범운영한 결과, 자녀 돌봄 시간이 71%, 회사 매출은 1.4% 증가세를 보였다. 직원 이직률은 57% 대폭 감소했다. 기대보다 좋은 결과에 참여 기업의 92%가 주 4일제를 유지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4.5일제는 직군별 특성에 따라 적용 범위도 다르다. 서비스업은 금요일부터 주말까지가 핵심 영업일이기 때문에 주중 단축 근무 도입이 어렵다. 제조업은 교대 근무로 인해 시간 조정에 구조적인 제약도 마주치게 된다. 따라서 4.5일제는 사무직, 관리직,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불균등한 시행과 업무량 불변의 부담이다. 근무시간은 줄지만 업무량은 그대로일 경우, 오히려 스트레스와 협업 혼선이 심화될 수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월 20만~50만 원 장려금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인력과 비용이 빠듯한 기업에겐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 4.5일제는 학생들에게도 적지 않은 파급을 미친다. 초·중·고등학교의 법정 수업일수는 연 190일로 고정되어 있는데, 제도 시행 시 학기 중 수업일이 최소 5주가량 부족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하루 학습량 증가나 방학 단축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학습 격차와 사교육비 증가다. 3일 연휴 뒤 월요일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며 학습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또한 주말에도 쉬지 않는 학원에 의해 사교육비 증가 우려도 뒤따른다.


주 4.5일제는 단순히 금요일 오후를 쉬는 제도가 아니다. 워라밸 수요, 인구 구조 변화, 기술 혁신, 노동 시장 개편 등의 사회 현상이 맞물려 만들어낸 새로운 흐름이다. 한국 사회가 맞이할 주 4.5일제가 '게임 체인저'가 될지, 또 다른 혼란의 원인을 낳을지는 앞으로의 선택과 대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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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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