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프로젝트, 한국판 《노인과 바다》가 될 수 있을까 | 밸류체인타임스

권예원 칼럼니스트
2025-08-25
조회수 3601

[밸류체인타임스=권예원 칼럼니스트] 2024년 6월, 경상북도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대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마치 심해의 ‘거대한 고래’를 잡는다는 상징성을 담아 ‘대왕고래 프로젝트’라 명명되었고, 에너지 자립이 절실한 대한민국에서 국가 에너지 주권 회복의 전환점으로 주목받았다. 석유와 가스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에 있어, 자국 영해에서 대규모 에너지 자원을 확보할 가능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대적 도전이자 기회였다.




동해에서 발견된 대왕고래

2024년 6월, 대한민국 동해에서 초대형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발표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상북도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 해안선에서 약 38~100km 떨어진 수심 1km 이상의 심해 해역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대규모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자원 유망 광구는 ‘대왕고래(Giant Whale)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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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정부는 심해 기술 평가 전문 기업에 의뢰해 지구물리 탐사 자료를 심층 분석한 결과, 대왕고래 광구 일대에 약 140억 배럴 규모(약 2조 2258억 리터)에 달하는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확인했다.


이는 남미 가이아나 심해 광구(약 110억 배럴 추정)보다도 더 많은 규모로 평가돼, 실제 탐사에서 확인될 경우 금세기 최대급 자원 개발지로 부상할 수 있다. 추산량이 현실화된다면 한국은 약 석유 4년치, 천연가스 29년치에 해당하는 자급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정부는 시추선 투입 등 실질적인 탐사 시추 작업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국내 해역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04년 울산 남동쪽 약 58km 지점에서 발견된 ‘동해-1 가스전’은 2021년 말 매장량이 고갈될 때까지 하루 평균 450만㎥의 천연가스를 생산하며 상업 운영됐다. 다만 동해-1 가스전은 비교적 얕은 대륙붕에 위치한 반면, 대왕고래 광구는 심해에 위치해 있어 기술적 난도가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이 다시 한 번 자원 자립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대왕고래를 잡아야 하는 이유

대한민국은 자원 빈국으로,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 자원의 대부분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천연가스의 경우 전체 소비량의 90% 이상을 수입해 사용하기 때문에, 국제 LNG 가격이 급등하거나 주요 수출국의 공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국내 전기요금과 산업 전반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해 심해에서 확인된 ‘대왕고래’와 같은 초대형 자원 유망 광구의 탐사와 개발은 국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된다.

천연가스는 석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 평가되며, 청정 수소 생산 과정에서도 중요한 원료로 활용된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는 수십 년이 걸리는 만큼, 그 과도기 동안 필요한 기저 에너지원으로 자국의 천연가스를 활용한다면 에너지 전환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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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또한 대규모 석유·가스 개발은 단순히 에너지 수입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수입 대체 효과를 통해 무역수지 개선이 가능하고, 탐사·개발·운송 과정에서 수많은 일자리 창출과 산업 연관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관련 장비·기술·서비스 분야까지 성장시키면서 GDP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만약 실제 매장량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 과정을 통해 심해 자원 탐사 및 개발 기술 수준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으며, 이는 미래의 다른 심해 자원 개발이나 해외 해양 프로젝트 참여에도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따라서 자국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석유·가스 개발 사업은 단순히 에너지 자급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무역수지 개선, 산업 경쟁력 강화, 기술 축적 등 다양한 편익을 동시에 제공한다. 동해 심해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이러한 편익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대한민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회라 할 수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전문가들이 본 가능성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동해 영일만 앞바다 ‘대왕고래’ 후보지의 탐사 시추 성공 확률은 약 20%로 평가됐다. 수치만 보면 낮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20%는 새로운 심해 지역 탐사에 있어 평균적인 수준의 리스크”라고 설명한다. 즉, 지나치게 비관적인 수치가 아니라,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확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24년 말 실시된 1차 시추 작업에서는 미량의 가스 징후는 확인되었으나, 상업적 생산을 뒷받침할 만큼 유의미한 규모는 아니었다. 이에 따라 한국석유공사와 정부는 해당 시추공을 원상복구하기로 결정했다. 산업부 관계자 역시 “가스 흔적은 있었지만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이 아니었다”고 밝히며, 현 단계에서는 시험적인 시추였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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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다만 학계와 업계에서는 “시추에 실패는 없다”는 말이 통용된다. 실제 발견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얻어진 지질학적 데이터가 이후 주변 해역 분석과 추가 탐사의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한양대 이근상 교수도 “발견이 없더라도 그 결과를 기반으로 다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까지 정부는 후속 시추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첫 탐사에서 경제성을 입증하지 못했지만, 이는 전체 자원 잠재력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1km 이상 깊이의 심해라는 특성상 기술적 난도가 높고 개발 비용이 막대하게 소요되므로, 추가 탐사와 상용화 여부는 경제성·기술 개발 동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결정될 예정이다.

따라서 동해의 ‘대왕고래’는 아직 심해 속에 잠든 상태다. 그러나 이번 시추에서 얻어진 경험과 데이터는 한국의 심해 탐사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향후 국내외 해양 자원 개발 전략에도 기초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희망 없는 동아줄인가?

2024년 6월 동해 영일만 심해에서 발표된 ‘대왕고래’ 자원 유망 광구는 한때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의 전기를 마련할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첫 번째 탐사 시추에서 가스 흔적은 확인했으나 경제성을 입증할 규모는 없다고 결론 나면서, 후속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데이터를 분석한 뒤 2차 시추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과 투자 규모는 여전히 미정이다.

민간 참여 기업의 움직임도 뚜렷하지 않다. 수심 1km 이상 심해에서의 석유·가스 개발은 막대한 비용과 높은 리스크를 수반하기 때문에, 국내외 기업들이 즉각 뛰어들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정권 교체 이후 정치적 동력이 약화되며 프로젝트 추진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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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단순한 허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첫 시추에서 상업성이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지질 데이터는 여전히 유망성을 보여주며, 후속 탐사를 통해 인접 지역에서 새로운 발견이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시추에서 실패란 없다. 탐사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가 다음 기회를 만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 전략이다. 추가 시추 계획을 어떻게 마련할지,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민간이나 해외 기업과 협력할지, 그리고 국민에게 투명하게 어떤 결과를 공유할지가 중요하다. 만약 국가적 책임과 구체적 추진 계획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동해 심해 속 ‘대왕고래’는 다시 깊은 바다 속으로 묻혀 버릴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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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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