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나이지리아에서 쓰레기 더미에 오르던 한 소년의 축구 인생, 빅터 오시멘 | 밸류체인타임스

김시원 인재기자
2024-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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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김시원 인재기자] 1998년 나이지리아의 올루소순에서 태어난 빅터 오시멘의 삶은 시작부터 도전적이었다. 오시멘은 1년에 100만 톤 이상의 쓰레기가 버려지는 곳에서 자랐다. 오시멘은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고, 3달 후 아버지가 직장에서 해고되면서 어쩔 수 없이 이른 나이에 일해야만 했다.


오시멘은 쓰레기 매립지에서 물건을 뒤지고 과일을 따며 이웃들의 심부름으로 돈을 벌었다. 쓰레기 매립지 안에서 여러 물건들을 주워서 팔았는데 그중 유일하게 팔지 않은 물건이 있었다. 바로 축구화였다. 그 축구화는 어린 오시멘이 축구를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그는 쓰레기 더미에서 오른발 나이키 축구화 한짝을 찾으면 나머지 왼쪽을 찾기 위해 다시 쓰레기 더미로 향했다. 


여동생이 헤진 축구화를 수선해 주었고, 오시멘은 짝짝이 축구화를 신고 공을 찼다. 그의 나이 12살 때, 마침내 오시멘은 축구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있었다. 큰형 앤드류는 먼저 재능을 보였지만 가족 생계를 위해 축구를 포기하고 신문을 팔아 막내 오시멘을 도왔다. 


(출처: wikimedia)


오시멘은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기반의 아카데미 울티메이트 스트라이커에서 뛰며 성장했고, 그의 플레이에  매료되어 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갔다. 2015년, 오시멘은 나이지리아 17세 이하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어 U17 월드컵에 참가했다. 


15세 때부터 주목을 받았던 오시멘은 이 대회에서 7경기 10골로 득점왕에 올라 나이지리아의 통산 5번째 대회 우승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럽의 스카우트들이 그를 주목하게 되었고, 17살이 되자마자 독일 분데스리가의 볼프스부르크가 그를 영입하려 했다.


2017년 1월 1일, 오시멘은 51억 원에 독일 볼프스부르크와 3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첫 시즌 16경기를 뛰었지만 득점이 없었고, 어깨 수술로 한 해를 보냈다. 


구단 측에선 오시멘이 유럽 무대에 적응하는 데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임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오시멘은 말라리아에 걸려 몸 상태가 나빠졌고, 당초 그를 임대하려던 벨기에 두 팀은 오시멘의 임대를 포기했다.


그러나 벨기에 3번째 팀인 샤를루아가 오시멘의 임대를 요청했다. 오시멘은 이 기회를 잡아 한 시즌 동안 20골 4도움이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그동안 아모카치, 익페바, 선데이 올리세 같이 나이지리아 축구의 부흥을 이끌었던 선수들이 벨기에 리그에서 꽃을 피우듯 오시멘도 그 길을 따랐다. 이 벨기에의 활약은 프랑스 1부 리그 팀이던 릴의 관심을 끌어 내게 됐다. 벨기에 리그보다 프랑스 리그가 수준이 더 높았고, 때마침 릴의 공격수 니콜라 페페가 아스날로 넘어가던 상황이라 새로운 공격수가 필요했다.


당시 릴의 갈티에 감독은 오시멘의 플레이에 매료되어 있었다. 릴의 스포츠 디렉터 루이스 캄포스 손에서 오시멘에 대한 영업 작업이 시작됐다. 캄포스는 2015년부터 오시멘을 영입하고 싶어서 매일 밤 구단 CEO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사달라고 요청했지만 17살치고는 오시멘의 몸값이 너무 비쌌다.


이후 니콜라 페페를 판 1000억 원 중 167억 원을 들여서 빅터 오시멘을 릴로 데려왔다. 그 외에도 헤나투 산체스를 비롯해 유수프 야차지, 티모시 웨아 등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영입했다. 오시멘은 리그 첫 8경기에서 6골을 터뜨렸다. 이는 릴의 역사에 50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


릴 출신이던 아자르의 페이스보다 더 빨랐다. 3개월 만에 리그앙 이달의 선수상을 받으며 시즌을 마쳤다. 그는 21살이라는 나이에 센세이션한 18골 4도움의 리그앙 데뷔를 마쳤다. 단 1년 만에 리그앙을 정복한 오시멘을 향한 러브콜은 넘쳤다. 압도적인 실력에 충격을 받은 빅클럽들이 1000억 원을 들고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팬들은 회의적이었다. 리그앙은 빅 무대 기준으로 스탯(페이스, 민첩성, 밸런스, 슛, 드리블, 패스)의 절반은 쳐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그 예로 타게터인 라카제트가 골대에 20골씩 뚫어버리던 리그앙 때보다 빅 무대 이적 후 떨어진 스탯을 지적했다. 오시멘을 영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든 팀은 나폴리였다.


무려 7000만 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980억 원을 준비하고 협상을 했다. 게다가 모든 옵션을 적용하면 1140억 원이다. 이는 작년 니콜라 페페의 1000억 원을 뛰어넘은 아프리카인 최고 이적료 기록이다. 나폴리 구단 입장에선 이르빙 로사노의 클럽레코드 530억 원을 1년 만에 제친 수치기도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재정 위기가 가중된 축구계였지만 오히려 나폴리는 거액을 베팅했다. 그 배경을 보면 나폴리는 인시녜, 메르텐스, 카예혼으로 이어지는 트리오가 2013년부터 호흡을 맞췄는데, 메르텐스와 카예혼이 30대에 접어들면서 기동력이 떨어졌고 카예혼은 팀을 떠나고 말았다.


이렇다 보니 전방에서 압박해 줄 민첩한 공격수의 필요성이 대두됐는데 그 적임자로 오시멘이 지목되었다. 사실 오시멘은 맨유행을 고려했지만 당시 같은 나이지리아 선수이자 대표팀 선배인 이갈로와 경쟁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맨유를 가지 않았다.


2019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참가 때 이갈로와 오시멘은 친해졌고, 당시 이갈로가 대회 5골로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오시멘은 이갈로를 존경했다. 오시멘의 나폴리 합류 이후 나폴리는 전반기 리그 순위 5위를 차지했다. 인시녜와 로사노가 좋은 활약을 해준 덕분이고, 오시멘이 부상으로 전반기 8경기밖에 뛰지 못한 이유도 있다. 


하지만 오시멘의 존재는 나폴리의 3톱 전술에서 원톱 전술로 바뀌게 했고, 오시멘은 원터치에 이은 빠른 템포와 연계로 나폴리 공격속도를 2배로 올려주게 됐다. 부상 이후 돌아온 후반기엔 리그 4경기 연속골 등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새 감독 스팔레티 감독이 오고 공격에 더욱 힘을 받게 된 오시멘은 전반기 얼굴 골절 부상을 당했지만 14경기 9골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사실상 상대 뒷공간으로 공만 찔러주면 무지막지한 속도로 뛰어가 공을 따내고 높은 공도 점프로 뛰어 헤더로 골을 넣었다.


오시멘을 막아설 수 있는 것은 부상뿐이었다. 나폴리 2선이 처참했는데 시즌 18골을 넣으며 팀을 리그 3위로 이끈 것은 오시멘이 있기에 가능했다. 2022년 여름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와 김민재 합류로 나폴리는 완성형 팀이 되었다.


무색무취라고 불린 로보트카가 스팔레티 전술의 핵심이 되고, 영입생들의 맹활약에 오시멘은 커리어 처음으로 시즌 30골을 넣으면서 득점왕이 되었고, 나폴리는 이 덕분에 33년 만에 세리에 A 왕좌에 올랐다. 곧장 오시멘은 유럽 빅클럽들의 타깃 1순위가 됐다.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격수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2023년 말 오시멘은 나이지리아 선수로는 은완코 카누 이후 24년 만에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오시멘은 아프리카 선수로 세리에A 단일 시즌 최다 득점까지 세우고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쓰레기 더미를 기어오르던 아이는 이제 세계 최정상의 축구선수로 우뚝 섰다. 이후 나폴리와 이별을 준비 중인 오시멘, 아프리카 대륙에서 시작된 그의 축구여정은 어디서 또 역사를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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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김시원 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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