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해충과 질병으로부터 해방.. '이상적 살충제' DDT? | 밸류체인타임스

유제욱 수습기자
2024-03-14
조회수 1923

[밸류체인타임스=유제욱 수습기자] 1939년, 스위스의 스위스 의약품 회사 치바가이기(CIBA-GEIGY)사 연구실에서 파울 헤르만 밀러가 ‘이상적 살충제’를 개발하기 위한 실험에 몰두하고 있었다. 유리상자 안에 실험용 파리를 집어넣고, 351번째 물질을 투여할 준비를 맞히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새 물질을 투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파리가 한두 마리씩 떨어지더니 이내 모두 죽어버렸다. 밀러는 고심한 끝에 350번째 물질을 생각해냈다. 벌써 몇 주나 지난 일이었지만 그 물질은 강한 살충력을 나타냈다. 그는 350번째 물질을 다시 확인했고, 지속성을 입증했다.



밀러의 350번째 물질은 DDT(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였다. DDT는 밀러 이전에 1874년 오트마르 자이즐러에 의해 개발됐지만 그는 화학염료를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DDT의 생물학적 성질을 모르고 있었다. 밀러는 DDT가 그가 정한 ‘이상적 살충제’의 6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물질임을 알아냈다.



6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 사람에게 무해, ▴ 효과 즉시 발생, ▴ 피부나 후각에 자극주지 않음, ▴ 저렴한 가격, ▴ 종에 무관하게 효력 발생, ▴ 장기간동안 살충력을 가져야 한다. 이런 조건에서 DDT는 완벽한 물질이었고, 3년 만에 상품화되어 시장을 장악했다.





(출처: ChatGPT)



밀러가 살충제 개발에 몰두했던 이유는 크게 식량과 전염병 때문이었다. 그의 조국인 스위스는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형이라 곡물생산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그 와중에 병충해가 자주 일어났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할 농약이 필요했다.



또 1차 세계대전 직후였으므로 전쟁으로 인한 난민, 주거, 식량 문제가 급격히 증가했고, 전염병마저 돌았다. 열악한 환경에서 전염병이 빠르게 번졌는데 특히나 이(lice)를 통한 발진티푸스로 확산되어 1차 세계대전 이후 300만 명이 죽음을 맞았다.



 

전염병, 병충해의 주요 원인은 해충이었으나 당시에 이를 해결할 만한 무기가 없었다. 살충제는 크게 2가지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천연살충제로 유럽대륙밖에서 수입해 오는 제충국, 로테론, 니코틴 등을 사용했다. 천연살충제는 효과가 있었지만 값이 매우 비싼데다 빨리 분해되어 자주 뿌려야 했기 때문에 서민들은 비소로 만든 비산납을 사용했다. 그러나 맹독성을 가진 비소는 곤충뿐만 아니라 작물, 가축, 사람에게도 피해를 입혔고, 비소중독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런 배경 가운데 DDT가 출시됐고, 시장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DDT는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해충을 완벽하게 박멸했을 뿐 아니라 발진티푸스와 말라리아 같은 질병 발생율을 수직으로 감소시켰다. 소비자들은 이에 감탄했고, DDT의 생산량은 6년 만에 10배나 증가했다. DDT를 필두로 다른 유기염소계 살충제들이 폭발적으로 개발됐고, 1939년 4천만 달러였던 살충제 시장은 1954년에 2억 6천만 달러로 급등했다.



DDT 사용의 단편적인 예로는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군이 나폴리 난민수용소에 있던 130만 명에게 DDT를 살포한 것을 들 수 있다. 당시 난민 중 25%는 발진티푸스로 죽어나갔지만 DDT 살포 후 그해 겨울에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DDT가 기적에 가까운 일들을 해내자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밀러를 추앙했다. DDT로 인해 말라리아 한 가지 질병만 놓고 보아도 매년 500만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공식 보고가 발표됐고, 밀러는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1950년대로 들어서며 DDT 사용량과 맞물려 DDT의 위험성을 입증할 증거가 제기됐다. 각다귀 유충을 없애기 위해 한 우물에 DDT를 살포했을 뿐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집 앞 호수에서 건너편 마을에 이르기까지 각다귀 유충이 전멸됐고. 또 논병아리 1000쌍이 한꺼번에 몰살하는 일도 발생됐다.





(출처: ChatGPT)



초반에는 이 사건들이 DDT와 연결되지 못했으나 DDT에 위험성은 레이첼 카슨의 저서 ‘침묵의 봄’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DDT는 안정화된 화학적 특성 때문에 잘 분해되지 않는다. 또 물에는 녹지 않지만 지방에 반응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초기에 이 두 가지는 DDT의 이점으로 작용했다. DDT는 지방으로 이루어진 곤충표면에 닿기만 해도 효과를 냈고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경제적이라 평가됐다. 그러나 이 이점은 곧 핵심적인 문제를 일으켰다. DDT를 살포한 장소를 지나가면서 야생동물의 날개나 다리에 묻은 DDT는 그대로 퍼져나가 골고루 분포된다.



야생동물에게 분포된 DDT를 플랑크톤이 삼키고, 플랑크톤을 물고기가 먹으며, 논병아리가 물고기를 하루에 한 마리씩만 먹는다고 가정해보자. 논병아리는 직접적으로 DDT를 접하지 않아도 한 달이면 체내에 3만ppm의 DDT가 축적되고, 중독증상이 일어나 사망하게 된다. DDT는 현재 우리에게 환경호르몬의 부작용으로 인식되는 생물농축(biological concentration) 현상을 일으켰다.



DDT는 논란에 휩싸였고, 밀러를 향한 환호는 비판의 화살로 바뀌었다. 그가 사망하자 그의 가족들은 “이제 그가 더 이상 DDT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겠네요”고 말하기도 했다.



워낙 파이가 큰 시장이었기 때문에 살충제회사들은 DDT를 강력히 변호했지만 미국의 상징인 대머리수리가 멸종위기에 놓일 무렵, 언론은 환경주의자에게 기울어졌고, 결국 세계 각국은 DDT사용을 금지했다.



역사학자들은 DDT사건이 20세기 초중반에 강하게 발생했던 과학기술지상주의를 한풀 꺾는 계기가 됐다.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다’ 라는 맹목적인 믿음에서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에 불안정할 수 있고, 과학이 발전해감에 따라 인류의 변화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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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유제욱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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