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샤 무어, 제품에 노인 신체 특성을 녹여내.. 제너럴 일렉트로닉, 존슨앤드존슨, 컴 벌리 클락과 컬래버레이션
[밸류체인타임스=김시우 인재기자] '모든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도 불리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실용성과 미적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기존의 디자인과는 달리 사용자의 편리함을 최우선으로, 모든 사람이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연령이나 성별, 장애의 유무 등 개인의 능력과 관계없는 제품이나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만든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창시자는 척수성 소아마비 환자였던 로널드 메이스(Ronald Lawrence Mace)다. 평생 휠체어를 이용했던 그는 대학 시절 내내 학교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늘 친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디자인 학과를 졸업하고 건축 설계를 시작한 그는 불편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미국 최초로 계단 외에 오르막길 규정이 담긴 '건물의 접근성 법안'의 초안 작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그렇게 유니버설 디자인은 건물로 시작하여 점차 제품이나 시설, 서비스 등으로 확대됐다.
로널드 메이스가 만든 유니버설 디자인에는 7가지 원칙이 있다. 1. 누구나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2. 사용의 융통성, 3.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 4.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정보, 5. 오류에 대한 포용력, 6. 적은 물리적 노력, 7. 접근과 사용을 위한 충분한 공간이다. 즉,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에게만 국한된 분야가 아닌, 모두가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디자인이다.
출처=RIT Production Services
유니버설 디자인의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패트리샤 무어다. 그녀가 디자인 회사에 입사하여 신입사원이었을 당시, 냉장고 손잡이 디자인을 위한 회의 중 그녀는 "관절염을 앓거나 손힘이 약한 노인들도 쉽게 열 수 있는 냉장고를 만들자"라는 제안을 했다.
평소 요리를 좋아하시던 할머니가 냉장고 문을 여닫는 게 힘들어지면서 요리하는 행복을 잃어버린 것이 안타까웠던 그녀는 할머니에게 다시 요리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우린 그런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하지 않아"였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며, 나이든 분들이 많은 동네에서 자란 그녀는 전문가들이 노인들의 필요를 무시하며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고민을 경시하는 태도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패트리샤 무어는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 두고 자신이 직접 '그런 사람(노인)'이 되어 보기로 했다.
출처=RIT Production Services
무어는 노인들이 어떤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건물에 들어갈 때에는 어떤 불편을 느끼며, 컵이나 조리도구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어떻게 불편한지를 직접 느껴보기로 했다. 철제 보조기를 끼고 뻣뻣해진 다리, 뿌연 안경으로 흐려진 시야, 솜으로 막아 잘 들리지 않는 귀로 3년간 '그런 사람(노인)'들의 세상을 직접 경험했다.
어떤 날은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인으로, 또 어떤 날은 휠체어나 지팡이, 보행기 등 보조 기구를 의지한 노인으로 그들의 삶을 살았다.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기도 하고 영화나 연극을 보며 문화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혼자 버스, 지하철, 기차, 택시, 비행기를 타며 최대한 나이나 신체적인 능력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그렇게 3년에 시간이 흐르고 패트리샤 무어는 한 인터뷰에서 거리에 나간 첫날부터 일상 속에서 그들의 불편함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공 화장실과 편의시설은 허리가 굽고, 청력, 근력, 시력이 낮은 노인이 사용하기에 매우 불편했으며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 마트에서 물건을 꺼내는 일과 같이 평범한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원래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도 노인의 모습을 하니 한 시간이 넘게 걸렸고, 먼 거리는 택시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지만 빈 택시마저도 나이가 많은 승객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못 본 척 지나가버렸다.
패트리샤 무어는 그 후 노인학을 전공하며 많은 제품 디자인에 노인의 신체 특성을 녹여냈다. 왼손잡이나 오른손잡이, 남성이나 여성,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옥소의 굿 그립을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너럴 일렉트로닉, 존슨앤드존슨, 컴 벌리 클락 등의 많은 제품을 디자인했다.
우리 생활 곳곳에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도입되고 있다. 예를 들면 악력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스프링 가위는 손잡이가 스프링으로 되어 있어 위에서 누르는 힘으로 쉽게 자를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손힘이 약한 사람들을 위해 제작된 구멍 뚫린 콘센트는 여자, 아동, 노인이 안전하게 콘센트를 잡아당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건축물로는 곡선형 건물에 심플한 컬러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가 있다. 지하철과 DDP가 연결되는 통로에 경사로를 설치하여 유모차나 휠체어가 보다 편리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단순해 보이는 버스나 지하철 손잡이 역시 유니버설 디자인의 사례 중 하나다. 다양한 높낮이로 배치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편의를 주고 여러 가지 고채도의 색을 다채롭게 사용해 공간을 편안하게 만들면서도 이색적인 감성을 불어넣는다.
그동안 실용성, 심미성을 추구하던 디자인에 인류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덧입혀졌다. 단순한 이해를 넘어서 공감의 따뜻함이 배어들어간 디자인들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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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시우 인재기자]
패트리샤 무어, 제품에 노인 신체 특성을 녹여내.. 제너럴 일렉트로닉, 존슨앤드존슨, 컴 벌리 클락과 컬래버레이션
[밸류체인타임스=김시우 인재기자] '모든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도 불리는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실용성과 미적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기존의 디자인과는 달리 사용자의 편리함을 최우선으로, 모든 사람이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말한다. 연령이나 성별, 장애의 유무 등 개인의 능력과 관계없는 제품이나 건축, 환경, 서비스 등을 만든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창시자는 척수성 소아마비 환자였던 로널드 메이스(Ronald Lawrence Mace)다. 평생 휠체어를 이용했던 그는 대학 시절 내내 학교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늘 친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디자인 학과를 졸업하고 건축 설계를 시작한 그는 불편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미국 최초로 계단 외에 오르막길 규정이 담긴 '건물의 접근성 법안'의 초안 작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그렇게 유니버설 디자인은 건물로 시작하여 점차 제품이나 시설, 서비스 등으로 확대됐다.
로널드 메이스가 만든 유니버설 디자인에는 7가지 원칙이 있다. 1. 누구나 공평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2. 사용의 융통성, 3.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 4.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정보, 5. 오류에 대한 포용력, 6. 적은 물리적 노력, 7. 접근과 사용을 위한 충분한 공간이다. 즉,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에게만 국한된 분야가 아닌, 모두가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디자인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패트리샤 무어다. 그녀가 디자인 회사에 입사하여 신입사원이었을 당시, 냉장고 손잡이 디자인을 위한 회의 중 그녀는 "관절염을 앓거나 손힘이 약한 노인들도 쉽게 열 수 있는 냉장고를 만들자"라는 제안을 했다.
평소 요리를 좋아하시던 할머니가 냉장고 문을 여닫는 게 힘들어지면서 요리하는 행복을 잃어버린 것이 안타까웠던 그녀는 할머니에게 다시 요리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우린 그런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하지 않아"였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며, 나이든 분들이 많은 동네에서 자란 그녀는 전문가들이 노인들의 필요를 무시하며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고민을 경시하는 태도가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패트리샤 무어는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 두고 자신이 직접 '그런 사람(노인)'이 되어 보기로 했다.
무어는 노인들이 어떤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건물에 들어갈 때에는 어떤 불편을 느끼며, 컵이나 조리도구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은 어떻게 불편한지를 직접 느껴보기로 했다. 철제 보조기를 끼고 뻣뻣해진 다리, 뿌연 안경으로 흐려진 시야, 솜으로 막아 잘 들리지 않는 귀로 3년간 '그런 사람(노인)'들의 세상을 직접 경험했다.
어떤 날은 건강하고 활동적인 노인으로, 또 어떤 날은 휠체어나 지팡이, 보행기 등 보조 기구를 의지한 노인으로 그들의 삶을 살았다.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기도 하고 영화나 연극을 보며 문화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혼자 버스, 지하철, 기차, 택시, 비행기를 타며 최대한 나이나 신체적인 능력에 구애받지 않고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그렇게 3년에 시간이 흐르고 패트리샤 무어는 한 인터뷰에서 거리에 나간 첫날부터 일상 속에서 그들의 불편함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공 화장실과 편의시설은 허리가 굽고, 청력, 근력, 시력이 낮은 노인이 사용하기에 매우 불편했으며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일, 마트에서 물건을 꺼내는 일과 같이 평범한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원래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도 노인의 모습을 하니 한 시간이 넘게 걸렸고, 먼 거리는 택시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지만 빈 택시마저도 나이가 많은 승객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못 본 척 지나가버렸다.
출처=옥소
패트리샤 무어는 그 후 노인학을 전공하며 많은 제품 디자인에 노인의 신체 특성을 녹여냈다. 왼손잡이나 오른손잡이, 남성이나 여성,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옥소의 굿 그립을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너럴 일렉트로닉, 존슨앤드존슨, 컴 벌리 클락 등의 많은 제품을 디자인했다.
우리 생활 곳곳에도 유니버설 디자인이 도입되고 있다. 예를 들면 악력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스프링 가위는 손잡이가 스프링으로 되어 있어 위에서 누르는 힘으로 쉽게 자를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손힘이 약한 사람들을 위해 제작된 구멍 뚫린 콘센트는 여자, 아동, 노인이 안전하게 콘센트를 잡아당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단순해 보이는 버스나 지하철 손잡이 역시 유니버설 디자인의 사례 중 하나다. 다양한 높낮이로 배치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편의를 주고 여러 가지 고채도의 색을 다채롭게 사용해 공간을 편안하게 만들면서도 이색적인 감성을 불어넣는다.
그동안 실용성, 심미성을 추구하던 디자인에 인류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덧입혀졌다. 단순한 이해를 넘어서 공감의 따뜻함이 배어들어간 디자인들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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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시우 인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