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타임스=권예원 칼럼니스트] 지난 2월 27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Grand Fury)’ 승인과 함께 이란을 향한 전면전이 시작됐다. 작전 개시 불과 9시간 30분 만에 이란의 최고 권력자 하메네이가 사살되며 전쟁은 미국의 압승으로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최고지도자의 죽음 이후에도 이란은 투항 대신 거센 보복을 천명했다. 국가의 심장이 멈췄음에도 이란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란이라는 국가 특유의 설계도를 들여다봐야 한다.
혁명으로 세워진 ‘제정일치’의 성벽
현재의 이란은 종교와 정치가 하나로 결합된 '제정일치' 신정 체제 국가다. 1979년 이전,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가 추진한 서구화와 근대화는 정치적 탄압과 빈부격차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반발해 일어난 이란 혁명은 루홀라 호메이니를 정점으로 하는 이슬람 공화국을 탄생시켰고, 모든 권력은 최고 지도자인 ‘라흐바르’에게 집중되었다.

사진출처:unsplash
하지만 이 견고한 성벽에도 균열은 있었다. 2025년 말 테헤란을 기점으로 확산된 대규모 민중 봉기는 이란 체제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리알화 가치 폭락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시민들을 거리로 이끌었고, 이는 곧 신권 통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번졌다. 정부는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하며 민심을 달래려 했으나, 이내 시위대를 '외부 세력의 용병'으로 규정하며 유혈 진압이라는 강수를 두었다.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 사건은 지도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그림자 전쟁'의 끝, 전면전으로 비화한 핵 갈등
내부 혼란 속에서 중동의 긴장은 외부로 폭발했다. 약 9개월 전인 2025년 6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및 미사일 시설을 선제 타격하면서 양국의 해묵은 '그림자 전쟁'은 종결되었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보유량이 핵무기 제조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이 선제 공격의 트리거가 된 것이다.
미국 역시 ‘미드나잇 해머’ 작전을 통해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며 전면에 나섰다. 핵 협상을 통해 우라늄 국외 반출 등을 요구했으나 체제 생존의 보루인 핵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란은 이를 거부했고, 이는 결국 최고 지도자 사살이라는 극단적인 군사적 결과로 이어졌다.

사진출처:unsplash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단순한 민생고를 넘어 신정일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근본적인 개혁 요구로 번져나갔다. 이란 정부는 중앙은행 총재 교체와 대화 시도라는 유화책을 내놓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으나,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곧이어 정부는 시위대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용병'이자 '폭도'로 규정하고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투입해 유혈 진압에 돌입했다. 시위 가담자 전원에게 사형에 해당하는 혐의를 씌우는가 하면, 즉결 처형과 무분별한 체포를 허용하는 등 강경 일변도의 대응을 이어갔다.
약 2주간 지속된 이 잔혹한 진압으로 인해 인명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보도에 따라 최소 수천 명에서 많게는 1만 8,000명에서 3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추산이 나오고 있으며, 전문가들 역시 1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유혈 사태는 국가 지도자 하메네이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들끓게 했고, 정부 지지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이 모든 사태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책임을 외부 세력으로 돌리는 데 급급했다.
중동전쟁의 서막
현 중동 전쟁의 도화선은 9개월 전인 2025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로 시작된 이 전쟁은 미국의 전면 개입으로 그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발단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및 미사일 시설을 직접 타격한 것이었다. 이에 이란이 150여 발의 드론과 탄도미사일로 보복하며 양측의 '그림자 전쟁'은 끝을 맺었다. 특히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보유량이 급격히 늘어나며 핵무기 보유가 임박했다는 위기감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자극했다.

사진출처:unsplash
미국은 '미드나잇 해머' 작전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과 방공망에 치명타를 입혔고, 이는 전쟁의 결정적 트리거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친이란 세력의 운하 공격으로 수에즈 운하 항로가 차단되며 해상 운임이 폭등했고,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에 성공하며 석유 패권을 쥐게 된 미국의 기세는 더욱 거세졌다. 이란 내부의 혼란과 군사적 약화가 겹친 상황에서 미국은 이란에 핵 시설의 완전 폐기와 농축 우라늄의 국외 반출을 골자로 한 3차 핵 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란이 이를 거부하며 타협의 여지를 없애자, 미국은 본격적인 이란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상황
놀라운 점은 국민 학살을 주도했던 하메네이가 미국의 공격으로 사망했음에도 이란 내부의 반응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외부 세계와 일부 온라인상에서는 환호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정작 이란 국민 대다수는 자국 지도자를 살해한 미국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이란 특유의 시아파 성직 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란 사회는 '호자톨 이슬람', '아야톨라', '대아야톨라'로 이어지는 엄격한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한다. 수만 명의 추종자를 거느린 고위 성직자(아야톨라) 하메네이는 국민들에게 종교적·정치적 구심점이었기에, 그의 죽음은 국가적 자존심에 대한 심각한 훼손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사진출처:unsplash
결국 아무리 폭압적인 지도자일지라도 국민 스스로의 손이 아닌 타국의 무력에 의해 제거되는 상황은 이란인들에게 분노와 결집의 계기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외부 세력에 의한 강제적 정권 교체가 오히려 이란 내 이슬람 신정체제에 대한 맹목적 신념을 강화하고 정치를 더욱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란은 단순한 국가가 아니라 유구한 역사와 종교적 신념, 혁명의 기억이 얽힌 복합적인 사회다. 현재의 충돌 뒤에는 변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체제를 수호하려는 신념이 동시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무력 충돌을 넘어 중동의 질서와 에너지 안보, 강대국의 전략이 맞물린 거대한 서사다. 전쟁의 격랑 속에서 수천만 이란 민중의 삶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Copyright © 밸류체인타임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원 칼럼니스트]
[밸류체인타임스=권예원 칼럼니스트] 지난 2월 27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장대한 분노 작전(Operation Grand Fury)’ 승인과 함께 이란을 향한 전면전이 시작됐다. 작전 개시 불과 9시간 30분 만에 이란의 최고 권력자 하메네이가 사살되며 전쟁은 미국의 압승으로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최고지도자의 죽음 이후에도 이란은 투항 대신 거센 보복을 천명했다. 국가의 심장이 멈췄음에도 이란이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란이라는 국가 특유의 설계도를 들여다봐야 한다.
혁명으로 세워진 ‘제정일치’의 성벽
현재의 이란은 종교와 정치가 하나로 결합된 '제정일치' 신정 체제 국가다. 1979년 이전,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가 추진한 서구화와 근대화는 정치적 탄압과 빈부격차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에 반발해 일어난 이란 혁명은 루홀라 호메이니를 정점으로 하는 이슬람 공화국을 탄생시켰고, 모든 권력은 최고 지도자인 ‘라흐바르’에게 집중되었다.
사진출처:unsplash
하지만 이 견고한 성벽에도 균열은 있었다. 2025년 말 테헤란을 기점으로 확산된 대규모 민중 봉기는 이란 체제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리알화 가치 폭락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시민들을 거리로 이끌었고, 이는 곧 신권 통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번졌다. 정부는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하며 민심을 달래려 했으나, 이내 시위대를 '외부 세력의 용병'으로 규정하며 유혈 진압이라는 강수를 두었다.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 사건은 지도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그림자 전쟁'의 끝, 전면전으로 비화한 핵 갈등
내부 혼란 속에서 중동의 긴장은 외부로 폭발했다. 약 9개월 전인 2025년 6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및 미사일 시설을 선제 타격하면서 양국의 해묵은 '그림자 전쟁'은 종결되었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보유량이 핵무기 제조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이 선제 공격의 트리거가 된 것이다.
미국 역시 ‘미드나잇 해머’ 작전을 통해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며 전면에 나섰다. 핵 협상을 통해 우라늄 국외 반출 등을 요구했으나 체제 생존의 보루인 핵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란은 이를 거부했고, 이는 결국 최고 지도자 사살이라는 극단적인 군사적 결과로 이어졌다.
사진출처:unsplash
이란의 반정부 시위는 단순한 민생고를 넘어 신정일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근본적인 개혁 요구로 번져나갔다. 이란 정부는 중앙은행 총재 교체와 대화 시도라는 유화책을 내놓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으나,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곧이어 정부는 시위대를 '미국과 이스라엘의 용병'이자 '폭도'로 규정하고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투입해 유혈 진압에 돌입했다. 시위 가담자 전원에게 사형에 해당하는 혐의를 씌우는가 하면, 즉결 처형과 무분별한 체포를 허용하는 등 강경 일변도의 대응을 이어갔다.
약 2주간 지속된 이 잔혹한 진압으로 인해 인명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보도에 따라 최소 수천 명에서 많게는 1만 8,000명에서 3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추산이 나오고 있으며, 전문가들 역시 1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러한 유혈 사태는 국가 지도자 하메네이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들끓게 했고, 정부 지지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이 모든 사태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목하며 책임을 외부 세력으로 돌리는 데 급급했다.
중동전쟁의 서막
현 중동 전쟁의 도화선은 9개월 전인 2025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로 시작된 이 전쟁은 미국의 전면 개입으로 그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발단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및 미사일 시설을 직접 타격한 것이었다. 이에 이란이 150여 발의 드론과 탄도미사일로 보복하며 양측의 '그림자 전쟁'은 끝을 맺었다. 특히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보유량이 급격히 늘어나며 핵무기 보유가 임박했다는 위기감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자극했다.
사진출처:unsplash
미국은 '미드나잇 해머' 작전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과 방공망에 치명타를 입혔고, 이는 전쟁의 결정적 트리거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친이란 세력의 운하 공격으로 수에즈 운하 항로가 차단되며 해상 운임이 폭등했고,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에 성공하며 석유 패권을 쥐게 된 미국의 기세는 더욱 거세졌다. 이란 내부의 혼란과 군사적 약화가 겹친 상황에서 미국은 이란에 핵 시설의 완전 폐기와 농축 우라늄의 국외 반출을 골자로 한 3차 핵 협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란이 이를 거부하며 타협의 여지를 없애자, 미국은 본격적인 이란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상황
놀라운 점은 국민 학살을 주도했던 하메네이가 미국의 공격으로 사망했음에도 이란 내부의 반응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외부 세계와 일부 온라인상에서는 환호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정작 이란 국민 대다수는 자국 지도자를 살해한 미국에 대해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이란 특유의 시아파 성직 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란 사회는 '호자톨 이슬람', '아야톨라', '대아야톨라'로 이어지는 엄격한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한다. 수만 명의 추종자를 거느린 고위 성직자(아야톨라) 하메네이는 국민들에게 종교적·정치적 구심점이었기에, 그의 죽음은 국가적 자존심에 대한 심각한 훼손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사진출처:unsplash
결국 아무리 폭압적인 지도자일지라도 국민 스스로의 손이 아닌 타국의 무력에 의해 제거되는 상황은 이란인들에게 분노와 결집의 계기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외부 세력에 의한 강제적 정권 교체가 오히려 이란 내 이슬람 신정체제에 대한 맹목적 신념을 강화하고 정치를 더욱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란은 단순한 국가가 아니라 유구한 역사와 종교적 신념, 혁명의 기억이 얽힌 복합적인 사회다. 현재의 충돌 뒤에는 변화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체제를 수호하려는 신념이 동시에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무력 충돌을 넘어 중동의 질서와 에너지 안보, 강대국의 전략이 맞물린 거대한 서사다. 전쟁의 격랑 속에서 수천만 이란 민중의 삶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Copyright © 밸류체인타임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원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