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렛뎀이론, 내버려두자┃ 밸류체인타임스

김혜선 기자
2026-04-24
조회수 519

[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관계의 어려움은 종종 ‘내 뜻대로 되지 않음’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나의 기준에 맞추려 애쓴다. 때로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면서 말이다. 특히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이러한 모습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부모는 의사결정의 우위를 가지고 자녀를 이끌려 한다.

“다 너를 위해서야.”

그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지만, 동시에 상대를 통제하려는 마음도 숨어 있다. 자녀가 어릴 때는 따르지만, 일방적인 주도권은 결국 관계의 불편함을 키워간다.

 

 

내버려두자.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게 내버려두자.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하자.

[멜 로빈스 · 소이어 로빈스 저, 『렛뎀이론』 p. 120]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게 내버려두자.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하자. 그 경계가 흐려질 때, 우리는 서로를 힘들게 한다. 멜 로빈스의 『렛뎀이론』은 우리에게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제안을 건넨다. 다른 사람을 내버려두라고. 인간에게는 본능적으로 타인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을 때, 우리는 불안해지고 때로는 분노한다. 그러나 타인을 바꾸려는 시도는 대부분 나의 에너지를 소모시킬 뿐이다. 애써 맞추려 할수록 관계는 더 어긋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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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unsplash]



누군가의 성공 앞에서 느끼는 질투도 비슷하다. 그 감정은 단순히 비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결과까지 내가 통제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자. 그가 해냈다면, 나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질투를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대신 그것을 영감으로 바꿔보자. 누군가의 성취를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반복하며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면 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에는 한 여류 화가가 등장한다. 그녀는 “작품에 깊이가 없다”는 평론가의 말을 들은 뒤, 그 한마디에 사로잡혀 결국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타인의 평가를 붙잡고 놓지 못할 때, 우리는 결국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요즘은 더 쉽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댓글과 반응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평가받는다. 칭찬에 기뻐하다가도, 한 줄의 비난에 마음이 무너진다. 그 말들이 ‘깊은 바다 속에 사는 무지막지한 오징어처럼 나머지 모든 생각들에 꼭 달라 붙어 삼켜’ [『깊이에의 강요』 p.12]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럴 때도 선택할 수 있다. 그냥, 내버려두자. 모든 반응에 반응할 필요는 없다. 내가 붙잡지 않으면, 그것은 결국 흘러간다. 누군가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들을 당장 끌어올려야 할 것처럼 느끼지만, 변화는 언제나 스스로의 준비에서 시작된다. 마음이 움직일 때에만 사람은 변한다. 내버려둔다는 것은 무책임함이 아니다.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통제하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두고, 나 또한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일. 그것이 관계를 지키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과 존중, 친절을 이제는 나 자신에게도 허락해보자. 그때 비로소 타인에게서도, 나 자신에게서도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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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혜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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