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소비를 부추기는 유행, 두쫀쿠와 경험 | 밸류체인타임스

권예원 칼럼니스트
2026-04-19
조회수 588


[밸류체인타임스=권예원 칼럼니스트] 2025년 하반기, 소비 트렌드를 이끈 주인공으로 '두쫀쿠'를 꼽는 데 이견을 달기 어렵다. 두바이 쫀득 쿠키의 줄임말인 두쫀쿠는 2024년 유행한 두바이 초콜릿에서 파생된 디저트로, 피스타치오 베이스에 바삭한 카다이프 면을 넣고 마시멜로우로 감싼 형태다. 겉은 쫀득하고 속은 바삭한 상반된 식감에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더해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급기야 품귀현상이 빚어지면서 2시간 이상 줄을 서거나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개당 7,000~10,000원이라는 가격도 논란이 됐지만, 오히려 수요는 더 늘어났다. 두쫀쿠의 인기 뒤에는 단순한 맛 이상의 소비 심리가 작동하고 있었다.


행동경제학으로 보는 두쫀쿠

두쫀쿠 현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소비의 외부성'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비의 외부성이란 재화를 실제로 사용하거나 먹는 행위 자체보다, 그 소비 행위를 타인에게 전시하는 것이 목적이 되는 소비 형태를 말한다. 19세기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이를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로 정의하며, 부와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기 위한 소비 패턴을 설명했다.

두쫀쿠가 SNS 인증샷의 단골 소재가 된 것은 이 논리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구하기 어렵고 값비싼 디저트를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트렌드를 앞서가는 사람'이라는 사회적 신호로 기능했던 것이다.


e977ef48b55e8.jpg사진출처:unsplash

여기에 네트워크 외부성(Network Externality) 효과가 가세했다. 네트워크 외부성이란 어떤 재화를 소비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그 재화의 가치가 함께 높아지는 현상이다. 전화기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전화기의 효용이 커지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두쫀쿠 역시 SNS에 공유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화제의 음식'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졌고, 아직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더욱 강하게 자극했다.

"나만 못 먹으면 뒤처진다"는 조바심은 자연스럽게 소비를 부추겼다. 마케터들은 여기에 희소성과 한정판이라는 키워드를 의도적으로 활용해 이 심리를 더욱 증폭시켰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같은 크기의 이득보다 손실에 약 2배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금 사지 않으면 기회를 잃는다'는 손실 회피 심리(Loss Aversion)가 소비 결정을 앞당기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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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가격 측면에서도 두쫀쿠는 일반적인 수요·공급 법칙을 벗어났다. 통상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들지만, 두쫀쿠는 비쌀수록 오히려 더 화제가 되고 수요도 늘었다. 이처럼 가격이 높을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재화를 베블런재(Veblen Goods)라고 한다. 가격 자체가 그 재화를 소유했다는 사회적 시그널이자, 일종의 소속감을 주는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사야 한다는 군중심리, 즉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까지 겹치며 소비는 연쇄적으로 확산됐다.


소비의 주체는?

두쫀쿠 열풍은 우리에게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두쫀쿠를 구매한 주체가 '나'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 선택은 온전히 나 자신의 것이었을까? 내가 직접 줄을 서고 카드를 긁었지만, 그 구매를 이끈 동기는 어쩌면 나 스스로의 판단이 아니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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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는 '넛지(Nudge)' 이론을 통해, 인간의 선택은 언제나 주변 환경의 설계에 의해 은밀하게 유도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맥락과 환경이 선택의 방향을 상당 부분 결정한다는 것이다. 두쫀쿠 소비는 이 구조의 전형적인 사례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외부 영향에 의한 소비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 안에서 선택하며 살아간다. 초콜릿을 먹어본 적 없는 사람은 자신이 초콜릿을 좋아하는지조차 알 수 없듯,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호불호는 경험하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경험 효용(Experienced Utility)'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실제로 경험해보기 전까지 우리는 자신의 선호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84cacf4fbd262.jpg사진출처:unsplash

이런 관점에서 보면, 유행에 이끌려 선택한 경험이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게 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유행에 무기력하게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그 유행을 의식적으로 선택함으로써 자신을 알아가는 경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두쫀쿠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일수록, 수많은 유행과 기회 앞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가장 큰 자산이 된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경험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다음에 찾아올 유행 앞에서도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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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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