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는 습관은 게으름이 아니다ㅣ밸류체인타임스

이소율 칼럼니스트
2026-04-18
조회수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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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exels)

[밸류체인타임스=이소율 칼럼니스트] 할 일을 자꾸 미루는 사람들이 있다. 과제는 늘 마감 전날 밤에 시작하고, 시험 공부도 “내일부터”를 되풀이한다. 스스로도 문제라는 걸 알기에 매번 다짐한다. “이번엔 진짜 미루지 말자.” 하지만 결과는 비슷하다.


이런 모습을 보면 흔히 "게을러서 그래", "의지가 약해서 그래"라고 말한다. 그런데 미루는 행동을 단순한 게으름으로 보는 건 정확하지 않다. 캐나다 카를턴대학교의 심리학자 티모시 피칠 교수는 수십 년간 미루기 행동을 연구한 끝에, 이를 시간 관리의 실패가 아닌 감정 조절의 실패로 정의했다. 즉, 많은 경우 미루는 진짜 이유는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시작에 따르는 불안과 부담을 회피하려는 심리적 반응이라는 것이다.



양이 많은 과제를 앞에 두면 손을 대기도 전에 "이거 오래 걸리겠다", "언제 다 하지…" 하는 생각이 먼저 밀려온다. 이때 뇌는 해당 과제를 위협 자극으로 인식하고,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회피 반응을 일으킨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더 쉬운 것들로 향한다. 잠깐 영상 하나 보고, 메시지 한 번 확인하고. 그렇게 흘려보내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버린다.



문제는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시작’을 미루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과제를 자주 미루던 한 학생이 있었다. 늘 시간이 모자란다고 느꼈는데, 막상 하루를 돌아보니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은 시간이 더 많았다. 그래서 방법을 바꿔 "딱 5분만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처음엔 별 기대 없이 시작했지만, 막상 손을 대고 나니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결국 평소보다 훨씬 일찍 과제를 끝낼 수 있었다.55ce692f76f86.png

(출처: Pexels)

이 경험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착수 효과(Getting Started Effect)'와 맞닿아 있다. 일단 어떤 일을 시작하면 그것을 완성하려는 심리적 동기가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개념으로, 미완성 과제에 대한 긴장감이 지속적인 집중을 유도한다는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와도 연결된다. 시작 자체가 완성을 향한 심리적 추진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바꾸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목표를 줄이는 것이다. "오늘 이거 다 해야지" 대신 "일단 5분만 해보자"로 바꿔 생각하는 것.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마찰 줄이기(Friction Reduction)'라고 부른다. 시작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할수록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원리다. 완벽하게 해내려 하기보다, 첫 문장 하나만 쓰거나 책 한 페이지만 펼치는 것처럼 시작의 기준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시작하면 생각보다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부담이 줄어드니 손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BJ 포그 교수는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 행동 변화는 동기가 아닌 '아주 작은 시작(Tiny Habits)'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치실을 한 번만 사용하는 것처럼, 거의 실패할 수 없을 만큼 작은 행동이 습관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이다.



미루는 습관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너무 크게 시작하려고 할 때 더 쉽게 생긴다. 그래서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보다는, 시작을 가볍게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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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이소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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