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지 않으면 생각도 멈춘다 | 밸류체인타임스

이서인 칼럼니스트
2026-04-18
조회수 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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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언스플래쉬

[밸류체인타임스=이서인 칼럼니스트] 현대 사회에서 글쓰기는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이력서, 자기소개서, 보고서에 이르기까지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글쓰기 능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써야 할 일은 늘어나는 반면 실제로 글을 쓰고 읽는 능력은 빠르게 퇴보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고등학생의 읽기 능력이 최근 10년 사이 눈에 띄게 낮아졌으며, 교사 10명 중 9명이 학생들의 문해력이 현저히 낮다고 체감한다고 응답했다. 글자를 읽을 수는 있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적 문맹(Functional Illiteracy)'이 학교 현장은 물론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는 디지털 기기 사용의 급증, 특히 숏폼 콘텐츠의 확산이 꼽힌다. 1분 미만의 짧은 영상에 익숙해진 뇌는 점점 긴 글을 버거워하게 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평균 집중 지속 시간은 2000년 12초에서 2015년 8초로 줄어들었다. 이는 금붕어의 평균 집중 시간인 9초보다도 짧은 수치다. 긴 글을 읽으며 생각을 곱씹는 대신,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통해 즉각적인 도파민을 충족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결과다.



신경과학적으로 보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짧은 자극을 반복적으로 받는 뇌는 보상 회로가 빠른 자극에 최적화되면서, 읽고 생각하는 데 필요한 전두엽의 고차원적 사고 기능이 점차 약해진다. 반면 글을 쓰는 행위는 단순한 문자 입력이 아니라, 생각을 구조화하고 언어로 정제하는 복잡한 인지 과정이다. 프린스턴대학교와 UCLA의 공동 연구에서는 손으로 직접 글을 쓰는 행위가 타이핑보다 개념 이해와 기억 정착에 훨씬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이처럼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철학자 중 한 명이 바로 질 들뢰즈다. 그는 고정된 방식의 독서가 아니라, 텍스트를 통해 자신만의 사유를 만들어가는 능동적 읽기와 쓰기를 강조했다. 들뢰즈에게 글쓰기란 단순히 생각을 기록하는 행위가 아니라, 생각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철학자 수전 손택은 "글을 쓴다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쓰는 행위 자체가 자기 성찰의 도구라는 뜻이다.



글쓰기는 문해력을 높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써보는 것, 하루를 돌아보며 짧은 일기를 남기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흐름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즉각적인 도파민 자극에 길들여진 뇌를, 천천히 생각하고 길게 집중하는 방향으로 다시 훈련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문해력 저하라는 심각한 위기 앞에 서 있다. 글쓰기가 선택이 아닌 생존 역량이 된 시대에, 읽고 쓰는 습관은 단순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지키는 일이다. 한 줄의 글이 생각의 흐름을 바꾸고, 그 흐름이 쌓여 한 사람의 내면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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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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