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미·이란 갈등이 흔드는 세계 경제| 밸류체인타임스

이지유 칼럼니스트
2026-03-14
조회수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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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unsplash)

[밸류체인타임스=이지유 칼럼니스트] 중동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세계 금융시장의 그래프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국제 유가는 가장 민감한 풍향계 역할을 한다. 지구 반대편의 갈등이 우리네 장바구니 물가까지 위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중동이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중추이자, 국제 안보와 경제가 교차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 갈등의 도화선은 '핵 문제'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가 중동 내 핵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국제 안보 질서를 붕괴시킬 것으로 우려한다. 2015년 경제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체결된 '이란 핵 합의(JCPOA)'는 양국 관계의 훈풍을 가져오는 듯했으나, 2018년 미국의 탈퇴로 인해 긴장은 다시 최고조에 달했다.


여기에 이스라엘 문제가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든다.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반(反)이스라엘 세력을 지원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왔고, 미국은 중동 내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이란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이 갈등이 단순한 군사적 대립을 넘어 경제 위기로 직결되는 이유는 석유 공급망에 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에너지 수송의 동맥이다.


만약 군사적 충돌로 이 해협이 봉쇄된다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 시장은 실제 봉쇄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가능성만으로 가격을 올리는데, 이를 ‘공포 프리미엄(Fear Premium)’이라 부른다. 전쟁의 그림자 자체가 유가 상승의 강력한 엔진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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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unsplash)

유가 상승은 에너지 시장에만 머물지 않고 물류와 제조 원가를 동시에 끌어올린다. 농업의 연료비부터 제조업의 석유화학 원료비까지 연쇄적으로 상승하며 결국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을 밀어 올리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다. 고유가로 인한 생산 비용 증가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고,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이때 중앙은행은 최악의 딜레마에 빠진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낮추면 인플레이션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경제 정책의 무덤'이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미국의 에너지 자급 능력이다.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하며 중동 석유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 유가 상승 시 미국의 셰일 기업들이 오히려 수익을 얻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미국이 중동 문제에 대해 이전보다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배경이 마련되었다.


결국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다. 이는 에너지 공급망이라는 혈관을 통해 글로벌 물가와 금융시장,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진 중동의 긴장이 우리의 일상과 지갑 사정에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제 사회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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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이지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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