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unsplash)
[밸류체인타임스=이지유 칼럼니스트] 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기업이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회사가 아니라 ‘설계’를 담당하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설계도는 엔비디아가 만들지만 실제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은 별도로 존재한다. 이렇게 다른 기업의 설계를 받아 전문적으로 반도체 생산을 맡는 회사를 ‘파운드리(foundry)’라고 한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두 가지 구조로 나뉜다. 첫 번째는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 모델이다. 과거의 인텔(Intel)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설계와 생산을 분리한 구조다. 설계만 담당하는 기업을 ‘팹리스(Fabless)’, 생산만 담당하는 회사를 파운드리라고 한다. 엔비디아는 팹리스 기업이며 그 칩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파운드리는 TSMC와 삼성전자이다.
그렇다면 설계 기업들은 왜 직접 공장을 짓지 않을까? 가장 큰 이유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 팹(Fab) 하나를 건설하는 데는 수십조 원의 자본과 3~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기술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공장이 완공될 즈음엔 이미 더 미세한 공정이 표준이 될 위험도 크다. 따라서 팹리스 입장에서는 막대한 고정비 부담을 안기보다, 연구개발(R&D)과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파운드리 산업의 진입장벽은 매우 높다. 최첨단 칩을 생산하려면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가 필수적인데, 이를 생산하는 기업은 네덜란드의 ASML이 사실상 유일하다. 장비 한 대 가격이 수천억 원에 달하고 연간 생산량도 제한적이다. 자본이 충분하더라도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공정 진입 자체가 어렵다.
또 다른 핵심 지표는 '수율(Yield)'이다. 수율은 생산된 칩 중 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뜻한다. 나노미터(nm) 단위의 초미세 공정에서는 미세한 오차만으로도 불량이 발생하며, 수율이 단 몇 퍼센트만 하락해도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된다. 높은 수율은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랜 기간 축적된 공정 데이터와 숙련된 기술 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

(출처=unsplash)
AI 시대가 열리며 파운드리는 산업의 핵심 '병목(Bottleneck)' 구간이 되었다.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성능 GPU 수요는 폭증했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첨단 공정 능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TSMC는 전체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5나노 이하 선단 공정에서는 80~90%에 육박하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때 일부 공정의 수율 문제로 고객 이탈을 겪기도 했으나, 최근 3나노 및 차세대 2나노 공정 안정화에 박차를 가하며 주요 빅테크와의 협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칩을 수직으로 쌓아 성능을 극대화하는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 기술 또한 새로운 승부처로 부상했다. 단순히 회로를 미세하게 그리는 단계를 넘어, 칩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AI 칩의 경쟁력을 결정짓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공급망 구조는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최첨단 생산 기지가 대만과 한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이 곧 경제 안보의 핵심임을 시사한다. 미국이 자국 내 생산 시설 유치에 열을 올리고 첨단 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이유도 반도체 공장이 단순한 제조 시설을 넘어선 '전략 자산'이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는 소비자에게 직접 드러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AI 서비스 뒷면에 화려한 로고를 새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파운드리의 생산 라인이 멈추면 전 세계 AI 산업의 시계도 멈춘다. 팹리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현실의 칩으로 탄생하기 위해선 반드시 파운드리라는 문을 통과해야 한다. 화려한 AI 전쟁의 이면에서 실질적인 기술 패권을 쥐고 있는 주인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쉼 없이 공장을 가동하는 파운드리 기업들이다.
Copyright © 밸류체인타임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밸류체인타임스=이지유 칼럼니스트]
(출처=unsplash)
[밸류체인타임스=이지유 칼럼니스트] 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엔비디아와 같은 반도체 기업이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회사가 아니라 ‘설계’를 담당하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설계도는 엔비디아가 만들지만 실제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은 별도로 존재한다. 이렇게 다른 기업의 설계를 받아 전문적으로 반도체 생산을 맡는 회사를 ‘파운드리(foundry)’라고 한다.
반도체 산업은 크게 두 가지 구조로 나뉜다. 첫 번째는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 모델이다. 과거의 인텔(Intel)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설계와 생산을 분리한 구조다. 설계만 담당하는 기업을 ‘팹리스(Fabless)’, 생산만 담당하는 회사를 파운드리라고 한다. 엔비디아는 팹리스 기업이며 그 칩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파운드리는 TSMC와 삼성전자이다.
그렇다면 설계 기업들은 왜 직접 공장을 짓지 않을까? 가장 큰 이유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 팹(Fab) 하나를 건설하는 데는 수십조 원의 자본과 3~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기술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공장이 완공될 즈음엔 이미 더 미세한 공정이 표준이 될 위험도 크다. 따라서 팹리스 입장에서는 막대한 고정비 부담을 안기보다, 연구개발(R&D)과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파운드리 산업의 진입장벽은 매우 높다. 최첨단 칩을 생산하려면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가 필수적인데, 이를 생산하는 기업은 네덜란드의 ASML이 사실상 유일하다. 장비 한 대 가격이 수천억 원에 달하고 연간 생산량도 제한적이다. 자본이 충분하더라도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공정 진입 자체가 어렵다.
또 다른 핵심 지표는 '수율(Yield)'이다. 수율은 생산된 칩 중 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뜻한다. 나노미터(nm) 단위의 초미세 공정에서는 미세한 오차만으로도 불량이 발생하며, 수율이 단 몇 퍼센트만 하락해도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된다. 높은 수율은 단기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랜 기간 축적된 공정 데이터와 숙련된 기술 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
(출처=unsplash)
AI 시대가 열리며 파운드리는 산업의 핵심 '병목(Bottleneck)' 구간이 되었다.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성능 GPU 수요는 폭증했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첨단 공정 능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TSMC는 전체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5나노 이하 선단 공정에서는 80~90%에 육박하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때 일부 공정의 수율 문제로 고객 이탈을 겪기도 했으나, 최근 3나노 및 차세대 2나노 공정 안정화에 박차를 가하며 주요 빅테크와의 협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칩을 수직으로 쌓아 성능을 극대화하는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 기술 또한 새로운 승부처로 부상했다. 단순히 회로를 미세하게 그리는 단계를 넘어, 칩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AI 칩의 경쟁력을 결정짓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공급망 구조는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
최첨단 생산 기지가 대만과 한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이 곧 경제 안보의 핵심임을 시사한다. 미국이 자국 내 생산 시설 유치에 열을 올리고 첨단 장비 수출을 통제하는 이유도 반도체 공장이 단순한 제조 시설을 넘어선 '전략 자산'이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는 소비자에게 직접 드러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AI 서비스 뒷면에 화려한 로고를 새기지도 않는다. 그러나 파운드리의 생산 라인이 멈추면 전 세계 AI 산업의 시계도 멈춘다. 팹리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현실의 칩으로 탄생하기 위해선 반드시 파운드리라는 문을 통과해야 한다. 화려한 AI 전쟁의 이면에서 실질적인 기술 패권을 쥐고 있는 주인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쉼 없이 공장을 가동하는 파운드리 기업들이다.
Copyright © 밸류체인타임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밸류체인타임스=이지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