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왜 다시 책을 잡아야 하는가ㅣ밸류체인타임스

이소율 칼럼니스트
2026-02-21
조회수 3004

33a0ef2ff1c92.png(출처: Unsplash)
[밸류체인타임스=이소율 칼럼니스트] 21세기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세계를 위기에서 구한 지도자 윈스턴 처칠, 미국의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전략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그리고 미디어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활동 분야와 시대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에게는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된 습관이 있다. 바로 '독서'다. 



세대가 바뀌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성공의 공식은 책을 통해 사고의 깊이를 확장했다는 점에 있다. 영상과 인공지능이 지식을 대신 큐레이션해 주는 오늘날, 우리가 왜 다시 종이 책의 활자에 주목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는 자극적이고 빠른 정보 소비에 익숙해져 있다. 짧은 영상과 요약본은 효율적이지만, 결코 깊이 있는 이해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독서는 한 문장을 따라가며 의미를 해석하고, 저자의 논리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능동적인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사고는 비로소 폭을 넓힌다. 다양한 관점을 간접 체험하며 복잡한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는 통찰력 또한 독서를 통해 길러진다.



독서는 뇌의 근육인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이기도 하다. 긴 호흡의 글을 읽는 동안 우리는 맥락을 유지하고 인과 관계를 추론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주의력을 단련시키고 문제를 머릿속에서 입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또한, 잠들기 전 독서는 뇌를 휴식 모드로 전환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숙면을 돕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디지털 화면의 청색광 대신 종이 위의 활자를 따라가는 시간은 분산된 사고를 차분히 정돈하는 귀중한 기회가 된다.


a611e83754320.png(출처: Pixino)

미국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독서 활동은 전두엽과 측두엽을 포함한 여러 뇌 영역을 동시에 활성화하며 이해력과 언어 능력을 담당하는 신경망을 강화한다. 또한 꾸준히 독서하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인지 능력 유지와 학습 성취도에서 월등히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는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는 독서가 단순한 정보 습득의 수단을 넘어, 뇌 기능과 학습 능력 자체를 실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방대한 정답을 제시하지만, 그 답의 진위를 가리고 더 나은 해답을 이끌어낼 '질문'을 만드는 것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독서는 문장의 행간을 읽어내는 훈련을 통해 사유의 근육을 키워준다. 이러한 문해력은 AI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프롬프트 능력'의 근간이 되며, 기계가 범접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통찰력을 완성한다.



우리는 AI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편향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보여주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은 사고를 가두기 쉽지만, 책은 다르다. 한 권의 책은 저자의 방대한 논리를 온전히 수용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확증편향을 깨뜨린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책을 펼쳐 능동적으로 타인의 사유와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균형 잡힌 세계관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독서는 지식을 소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정보를 재구성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학습 전이'의 발판이 된다. 나이와 환경에 상관없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평생 학습의 기반인 셈이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읽기를 넘어, 여백에 메모를 남기고 읽은 내용을 자신의 글로 재창조하는 ‘딥 리딩(Deep Reading)’을 시작해야 한다.



결국 독서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고를 확장하고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습관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공지능이 우리를 대신해 '생각'해 줄 수는 없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다시 책을 펼쳐야 한다. 독서는 느리지만, 그 느림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는 근육을 기르게 된다. 그리고 그 '생각하는 힘'이야말로 어떤 시대적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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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이소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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