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투자, 흔들리는 경쟁력… 한국 경제 회복의 조건 | 밸류체인타임스

권예원 칼럼니스트
2025-12-22
조회수 1681


[밸류체인타임스=권예원 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의 내수 곳곳에 크고 작은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때 한국은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핵심 제조업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선도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표기는 단순한 생산 국가 표시를 넘어 높은 품질과 신뢰의 상징으로 통했다. 이러한 산업 경쟁력은 한국을 빠르게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는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과거의 찬란했던 경쟁력은 점차 빛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때 세계 시장을 주도하던 한국의 기술 경쟁력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5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전년 대비 7계단 하락한 27위를 기록했다. 또한 한국경제인협회가 10대 수출 주력 업종의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철강·일반기계·이차전지·디스플레이·자동차 및 부품 등 5개 업종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한국을 앞서는 것으로 평가됐다.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수출 산업에서 한국의 우위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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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한국 경제의 기술 경쟁력이 둔화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투자 위축에 있다. 내수는 장기간 침체돼 있고, 수출 호조 역시 국내 고용과 소득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경제의 미래를 결정짓는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는 경기 변동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장기 성장 기반을 잠식하는 위험 신호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국내 투자 급감이다. 개인 자금은 원화를 팔아 해외 자산으로 이동하고, 기업들 역시 국내 투자 대신 해외로 생산 거점과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 해외 투자로 벌어들인 외화가 다시 국내로 환류되지 않고, 해외에서 재투자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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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기업들이 국내를 떠나는 배경에는 내부적인 요인이 크다. 새로운 산업과 기업이 진입하려 해도 복잡한 규제와 높은 실패 비용이 장벽으로 작용한다. 규제의 문턱은 높고, 실패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부담은 크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업이 장기적인 투자를 결심하기 어렵다. 여기에 2020년 이후 이어진 고금리 기조는 투자 위축을 더욱 가속화했다.



벤처 투자 역시 저금리 환경에서 활성화되는 구조적 특성을 갖는다.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야 미래 성장 기업에 대한 위험 감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IPO 시장은 상장 요건 강화, 투자 심리 위축, 금리 부담 등으로 성장 기업의 가치 평가가 낮아지고, 투자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내수는 위축되고 수출은 국내 경제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는 가운데, 설비투자와 R&D 투자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는 생산성과 성장률을 장기적으로 잠식하며, 일자리와 소득 정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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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연구개발(R&D) 투자 감소다. R&D는 단기 수익보다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다. 그러나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장기적인 R&D 투자를 줄이고 있으며, 정부 역시 재정 부담을 이유로 관련 지원을 축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술 격차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한국 경제에서 R&D 위축은 곧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은 빠르게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과거 한국이 앞서 있던 제조업, 중간재, 첨단 산업 분야의 기술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투자와 정부 지원을 통해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는 반면, 한국은 내부 갈등과 정치적 불확실성, 규제 환경 속에서 투자를 미루고 있다. 추격자는 계속 달리고 있지만, 선두주자는 속도를 잃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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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unsplash


한국 내부 투자 문제의 핵심은 ‘투자가 필요한 곳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기술 혁신, 제조업 고도화, 특히 반도체와 같은 국가 핵심 산업에는 보다 전략적이고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서비스업과 신산업 분야는 여전히 규제에 묶여 있으며,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 역시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킨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흔들리면서 기업들은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투자는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전제로 하지만, 현재 한국은 이 두 가지 조건을 점점 상실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9ec73bce651e.jpg사진출처:unsplash


한국 경제의 불균형은 이미 여러 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 잠재성장률 하락, 청년 실업과 고용 불안, 소득 정체, 기업의 해외 이전이 그 징후다. 산업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지만 산업 구조는 여전히 제조업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제조업의 성장률은 높지만, 한국 전체의 잠재 성장률은 0%대에 머물러 경제 구조의 불균형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을 다시 ‘투자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성장을 다시 시작해야 하며, 그 출발점은 투자 회복이다.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하고, 실패를 허용하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책 기조 속에서 기업이 장기 투자를 결심할 수 있을 때, 한국 경제의 회복과 재도약도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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