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저금리·투기열풍… 일본은 어떻게 장기불황에 빠졌나 | 밸류체인타임스

이지유 칼럼니스트
2025-11-22
조회수 996

(출처=unsplash)

[밸류체인타임스=이지유 칼럼니스트]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도쿄의 작은 아파트 가격이 수십억 원을 넘어섰고, 평범한 직장인들이 주식 투자로 수억 원을 벌어들였다. "도쿄 땅값을 모두 팔면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농담처럼 들렸지만, 당시엔 그만큼 현실감 있는 이야기였다. 1990년대 초 버블이 터지면서 일본은 30년이 넘는 긴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다. 그렇다면 일본 경제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이야기는 1985년 플라자합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선진국들이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 모여 엔화 가치를 높이기로 결정했다. 당시 미국은 값싼 일본 제품의 공세로 자국 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합의 이후 엔화는 폭등했고, 1985년 1달러에 240엔이던 환율이 3년 만에 120엔으로 뚝 떨어졌다. 엔화 가치가 2배나 오른 것이다.


엔고(円高)로 인해 일본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자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책으로 금리를 크게 낮추는 선택을 했다. 금리는 5%에서 2.5%로 떨어졌고, 누구나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풀린 자금은 설비 투자나 생산 확대가 아닌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렸다. “부동산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 속에서 투기 열풍이 번졌고,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과도한 대출을 내주며 불씨를 키웠다.


그 결과 1989년 도쿄 증시는 세계 증시의 45%를 차지할 만큼 비대해졌고, 닛케이 지수는 38,915포인트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사회 전체가 투자와 투기에 몰두하며 들뜬 분위기였다.


(출처=unsplash)

그러나 1989년, 일본 정부는 버블의 위험성을 감지하고 금리를 단기간에 2.5%에서 6%로 올리는 강수를 뒀다. 동시에 부동산 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이자 부담이 급증하자 사람들은 급히 자산을 팔기 시작했지만, 매수자가 없자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다. 주식 시장 역시 급락했고, 10년 만에 자산 가격은 1983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버블 붕괴 이후 일본 경제는 긴 시간 동안 회복되지 못했다. 2003년 닛케이 지수는 7,600포인트까지 떨어졌으며, 1989년의 고점을 다시 돌파하기까지 무려 35년이 걸렸다. 1990년대 후반에 사회에 진출한 세대는 극심한 취업난을 겪으며 ‘잃어버린 세대’가 되었고, 자산 가격 폭락과 장기 디플레이션 속에서 소비 심리는 오랫동안 얼어붙었다.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았고, 1997년에는 야마이치 증권 같은 대형 금융사들까지 파산했다.


일본의 버블경제는 여러 교훈을 남긴다. 첫째, 자산 가격은 영원히 오르지 않는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사고가 가장 위험하다. 둘째, 정책 변화는 서서히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충격을 키웠다. 셋째, 문제를 인정하고 조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실채권 정리가 늦어지면서 일본의 불황은 30년 넘게 이어졌다.


2025년 현재 우리는 어떤가. 부동산 가격 상승, 증가하는 유동성, 높아지는 투기 열기 등 일본과 닮은 점들이 보인다. 일본의 사례는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지만 비슷한 운율을 갖는다’는 말처럼, 우리가 반드시 돌아봐야 할 중요한 역사적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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