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도입, 시행 5년을 넘긴 임대차 3법 | 밸류체인타임스

이지유 칼럼니스트
2025-10-19
조회수 2259

(출처=unsplash)

[밸류체인타임스=이지유 칼럼니스트] 2020년 7월,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세입자의 권리 강화를 목표로 도입된 ‘임대차 3법’이 어느덧 시행 5년을 넘어섰다. 2025년 10월 현재, 법 시행 초기 기대됐던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시간이 흐르며 나타난 부작용까지 본격적인 평가와 재검토의 시점에 들어섰다.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로 구성된 이 법안은 세입자의 주거권 보장과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대표적인 제도로 시행됐지만, 그 효과에 대한 평가는 갈수록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세입자 보호와 시장 안정화

임대차 3법의 핵심은 임차인의 거주 안정성과 임대료 급등 억제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계약 만료 후 한 차례에 한해 추가로 2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최대 4년까지 같은 주택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한다.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절할 수 없다.


전월세상한제는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률을 최대 5%로 제한하여 급격한 임대료 상승을 방지하고, 전월세신고제는 보증금 6천만 원 또는 월세 30만 원 이상인 임대차 계약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목적을 갖고 있었다.


주거 안정성과 가격 통제 효과

법 시행 초기에는 분명한 긍정 효과가 있었다. 기존 세입자들의 평균 거주 기간이 2년에서 3~4년으로 증가했고, 자녀 교육이나 직장 이동 등의 이유로 이사를 꺼리는 가구들에게 주거 안정성을 제공했다.


또한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을 제어할 수 있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과도한 임대료 인상이 억제되면서 시장 과열이 완화되기도 했다. 특히 2022년 역전세 현상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임대차 3법이 부동산 시장의 완충장치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함부로 내보낼 수 없게 되면서, 시장의 급락에 따른 혼란을 일부 흡수한 것이다.


5년 후의 민낯, 전세사기 급증과 시장 왜곡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전세사기의 폭증이다. 2021년 전세 가격이 정점을 찍은 이후, 계약이 만료되기 시작한 2023년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급격히 늘었다.


2024년 9월까지 전세사기 피해 금액은 3조 6,963억 원에 달했다. 갭투자자들이 임대차 3법 시행으로 보유 주택을 매각하거나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전세를 놓은 후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을 상실하면서 발생한 구조적 문제다.


전세의 몰락, 월세 시대의 그림자

전월세상한제는 또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임대료 인상이 5%로 제한되자 다수의 집주인들이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전세는 집주인 입장에서 일시금의 큰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수익률 제한과 금리 부담으로 인해 월세 선호 현상이 가속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세 물량은 크게 줄어들었고, 전세를 원하는 세입자들은 선택의 폭이 급격히 축소됐다. 반면, 월세 시장에서는 보증금과 월세가 동시에 상승하며 세입자들의 실질적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출처=unsplash)

제도 회피와 편법, 시장 신뢰도 하락

일부 임대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에 나서고 있다. 본인이나 가족이 실거주할 것이라는 명목으로 갱신을 거절한 뒤, 실제로는 다른 세입자를 들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시장 가격에 맞춰 임대료를 받기 위해 2년마다 세입자를 교체하거나, 아예 매각을 선택하는 임대인들도 늘면서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됐다.


이로 인해 주거 불안정성이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이 의도한 ‘보호’가 ‘회피’를 유발하는 구조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한다.


정부의 대응과 정치권의 공방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임대차 3법 개선을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2022년 7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국토교통부와 법무부가 협력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의 유연한 운영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제도 개정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 3법을 “서민 주거권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망”이라며 개정에 반대하고 있으며, 임차인 권익단체들 역시 법 개정이 세입자 보호를 약화시키고 시장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대인들의 반발과 헌법적 논쟁

반면 임대인들은 임대차 3법이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법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건물 유지비용과 세금은 계속 오르는데 임대료는 마음대로 조정하지 못하고, 계약 종료 후 새로운 임대인을 받을 자유마저 제한되는 상황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며, 헌법소원 제기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규제가 임대 공급 자체를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세입자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제도 보완과 균형의 필요성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의 전면 폐지보다는 보완과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전월세상한제의 상한 폭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거나, 계약갱신청구권의 행사 가능 횟수를 늘리되 임대료 조정 기준을 유연화하는 방식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보증보험 의무 가입, 임대인의 재정 상태 공개 의무화, 계약 실거주 의무 검증 강화 등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보완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5년의 시점에서 돌아보는 임대차 3법의 실상

2025년 9월 현재, 임대차 3법은 여전히 유효한 법률로 존속하고 있으나, 당초 취지였던 세입자 보호와 주거 안정이 충분히 실현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일부 세입자들에게는 보호막 역할을 했지만, 전세사기 피해자 증가, 월세 전환으로 인한 비용 부담, 임대 매물 축소 등 거시적인 부작용도 함께 나타났다. 결국 임대차 3법은 한쪽의 권익만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시장 전체의 균형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과제로 재조명되고 있다.


Copyright © 밸류체인타임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밸류체인타임스=이지유 칼럼니스트]

0

POST NEWS



경기도 고양시 의장로114 하이브 A타워 1312호

대표전화 02 6083 1337 ㅣ팩스 02 6083 1338

대표메일 vctimes@naver.com


법인명 (주)밸류체인홀딩스

제호 밸류체인타임스

등록번호 경기, 아53541

등록일 2021-12-01

발행일 2021-12-01 

발행인 김진준 l 편집인 김유진 l 청소년보호책임자 김유진



© 2021 밸류체인타임스.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