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소설이나 영화에서 분위기 있는 남자 주인공을 표현할 때 ‘우수가 깃들어 있다’고 한다. 어학사전에서 ‘깃들다’는 ‘아늑하게 서려 들다’, ‘감정, 생각, 노력 따위가 어리거나 스미다’라는 뜻이다. 저녁 석양이 조금씩 내려오고 노을이 물들 때면, 골목에는 어둠이 ‘깃들고’ 황혼이 ‘깃든다’고 표현한다.
‘깃들다’라는 단어에는 분위기가 스며 있다. 나태주 시인의 딸이자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나민애 교수는 한 신문사에서 <시가 깃든 삶>이라는 칼럼을 연재한다. 삶에 시를 초대하고, 시와 더불어 살아간다. 시가 삶에 조금씩 물들고 깃들기 시작하면, 이전에 알던 생각과 개념이 주변으로 확장된다.
어떤 사람
―신동집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별을 돌아보고
늦은 밤의 창문을 나는 닫는다.
어디선가 지구의 저쪽 켠에서
말 없이 문을 여는 사람이 있다.

[사진출처 Unsplash]
밤하늘을 보면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도 같은 하늘을 보고 있을까하는 궁금함이 든다. 별을 돌아보고 나는 창문을 닫지만 지구의 저쪽 켠에서는 문을 여는 이가 있다고 시가 알려준다. 허전하거나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며 하늘을 바라볼 때 누군가도 같이 보고 있다면 같이 마음을 나누고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진다. 시의 끝부분에서는 상대에게 나즉히 묵례를 보낸다.
이어령 선생님의 시 <정말 그럴 때가>는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로 시작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 이상씩은 경험하는 막막함. 난감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시는 말해준다.
정말 그럴 때가
―이어령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깎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묵은 흉터에 대하여
떨어진 단추에 대하여
빗방울에 대하여
문제와 관련없는 일상의 자그마함들을 글로 옮겨본다. 잘 깎은 연필로 사소함들이 종이로 발현되면서 짓누르고 있던 외로움과 삶의 버거움은 조금씩 흩어진다. 감정은 글이 확장되는 만큼 흩어진다. 시를 삶으로 초대하여 함께 지낸다는 건, 안해도 되는 일을 ‘굳이’ 해 보는 삶이다.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일이다. 주변의 모든 사물과 풍경들을 시와 함께 마음에 깃들이고 물들이는 작업을 ‘진행해보기를 추천해본다.
저작권자 ⓒ 밸류체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밸류체인타임스 = 김혜선기자]
[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소설이나 영화에서 분위기 있는 남자 주인공을 표현할 때 ‘우수가 깃들어 있다’고 한다. 어학사전에서 ‘깃들다’는 ‘아늑하게 서려 들다’, ‘감정, 생각, 노력 따위가 어리거나 스미다’라는 뜻이다. 저녁 석양이 조금씩 내려오고 노을이 물들 때면, 골목에는 어둠이 ‘깃들고’ 황혼이 ‘깃든다’고 표현한다.
‘깃들다’라는 단어에는 분위기가 스며 있다. 나태주 시인의 딸이자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나민애 교수는 한 신문사에서 <시가 깃든 삶>이라는 칼럼을 연재한다. 삶에 시를 초대하고, 시와 더불어 살아간다. 시가 삶에 조금씩 물들고 깃들기 시작하면, 이전에 알던 생각과 개념이 주변으로 확장된다.
어떤 사람
―신동집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별을 돌아보고
늦은 밤의 창문을 나는 닫는다.
어디선가 지구의 저쪽 켠에서
말 없이 문을 여는 사람이 있다.
[사진출처 Unsplash]
밤하늘을 보면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도 같은 하늘을 보고 있을까하는 궁금함이 든다. 별을 돌아보고 나는 창문을 닫지만 지구의 저쪽 켠에서는 문을 여는 이가 있다고 시가 알려준다. 허전하거나 그리운 사람을 떠올리며 하늘을 바라볼 때 누군가도 같이 보고 있다면 같이 마음을 나누고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진다. 시의 끝부분에서는 상대에게 나즉히 묵례를 보낸다.
이어령 선생님의 시 <정말 그럴 때가>는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 / 어디 가나 벽이고 무인도이고 /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겁니다.” 로 시작한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 이상씩은 경험하는 막막함. 난감하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그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시는 말해준다.
정말 그럴 때가
―이어령
그런 때에는 연필 한 자루 잘 깎아
글을 씁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어제보다 조금 더 자란 손톱에 대하여
문득 발견한 묵은 흉터에 대하여
떨어진 단추에 대하여
빗방울에 대하여
문제와 관련없는 일상의 자그마함들을 글로 옮겨본다. 잘 깎은 연필로 사소함들이 종이로 발현되면서 짓누르고 있던 외로움과 삶의 버거움은 조금씩 흩어진다. 감정은 글이 확장되는 만큼 흩어진다. 시를 삶으로 초대하여 함께 지낸다는 건, 안해도 되는 일을 ‘굳이’ 해 보는 삶이다.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일이다. 주변의 모든 사물과 풍경들을 시와 함께 마음에 깃들이고 물들이는 작업을 ‘진행해보기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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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혜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