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타임스=권예진 칼럼니스트] 세계가 신뢰하고 사용하는 화폐를 ‘기축통화’라 부른다. 기축통화는 국제 무역과 금융 거래에서 중심이 되는 통화로, 대표적으로 미국 달러가 이에 해당한다.
기축통화가 결정되는 과정
기축통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결제와 거래의 중심이 되며, 세계 어디서나 자유롭게 통용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기축통화국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경제력과 군사력, 외교적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커야 하며,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 위에서 미국 달러는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를 기점으로 기축통화로 자리 잡게 됐다.
기축통화국만의 특권
기축통화국은 ‘기축통화의 특권’을 가진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시뇨리지(Seigniorage, 발권이익)다. 예를 들어 미국이 100달러 지폐 한 장을 발행하는 데 드는 제작비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해외에서는 그 100달러로 실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다. 전 세계가 달러를 보유하는 한, 미국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특권은 높은 신용도다. 기축통화국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글로벌 신용을 보장받으며, 전 세계적 수요 덕분에 미국은 낮은 금리로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달러가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미국 국채는 각국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다. 이로 인해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세 번째는 강한 달러가 가져오는 혜택이다. 달러 가치가 높게 유지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품을 확보할 수 있고, 이는 소비자들의 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기축통화국은 정치적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 미국은 금융 제재를 통해 특정 국가를 국제 결제망에서 배제하거나 달러 사용을 제한할 수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에서 강력한 무기 역할을 한다.

(출처unsplash)
기축통화국의 그림자, ‘쌍둥이 적자’
그러나 이러한 이점은 단기적 특권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의 달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미국은 지속적인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기축통화를 공급하려면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달러를 해외로 흘려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동시에 누적되는 ‘쌍둥이 적자(Twin Deficits)’ 문제를 안고 있다.
이와 함께 기축통화국은 산업 공동화 현상도 겪는다. 무역적자가 크다는 것은 국내 수요가 수입품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로 인해 국내 생산이 위축된다. 미국은 20세기 중반 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던 제조업 비중이 현재 10%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철강·자동차·전자 산업은 쇠퇴하거나 해외로 이전했고, 이로 인해 ‘러스트벨트(Rust Belt)’라 불리는 산업 쇠퇴 지역이 형성됐다. 이는 기축통화국이 소비 혜택을 누리는 대신 일자리 상실과 기술 경쟁력 약화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축통화국의 딜레마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은 이러한 상황을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라고 정의했다. 그는 “세계가 달러를 원활히 쓰려면 미국이 계속 달러를 공급해야 하지만, 미국이 적자를 무한정 확대하면 결국 달러 가치가 불안정해져 신뢰가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미국이 달러 공급을 줄이면 국제 경제는 유동성 부족에 빠질 수 있다.
결국 기축통화국의 특권은 동시에 의무와 부담으로 돌아온다. 겉으로는 막강한 특권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 모순과 지속적인 고민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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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진 칼럼니스트]
[밸류체인타임스=권예진 칼럼니스트] 세계가 신뢰하고 사용하는 화폐를 ‘기축통화’라 부른다. 기축통화는 국제 무역과 금융 거래에서 중심이 되는 통화로, 대표적으로 미국 달러가 이에 해당한다.
기축통화가 결정되는 과정
기축통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결제와 거래의 중심이 되며, 세계 어디서나 자유롭게 통용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기축통화국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경제력과 군사력, 외교적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커야 하며,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 위에서 미국 달러는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를 기점으로 기축통화로 자리 잡게 됐다.
기축통화국만의 특권
기축통화국은 ‘기축통화의 특권’을 가진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시뇨리지(Seigniorage, 발권이익)다. 예를 들어 미국이 100달러 지폐 한 장을 발행하는 데 드는 제작비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해외에서는 그 100달러로 실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다. 전 세계가 달러를 보유하는 한, 미국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 특권은 높은 신용도다. 기축통화국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글로벌 신용을 보장받으며, 전 세계적 수요 덕분에 미국은 낮은 금리로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달러가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미국 국채는 각국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처다. 이로 인해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세 번째는 강한 달러가 가져오는 혜택이다. 달러 가치가 높게 유지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품을 확보할 수 있고, 이는 소비자들의 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기축통화국은 정치적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 미국은 금융 제재를 통해 특정 국가를 국제 결제망에서 배제하거나 달러 사용을 제한할 수 있으며, 이는 국제정치에서 강력한 무기 역할을 한다.
(출처unsplash)
기축통화국의 그림자, ‘쌍둥이 적자’
그러나 이러한 이점은 단기적 특권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는 전 세계의 달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미국은 지속적인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기축통화를 공급하려면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달러를 해외로 흘려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동시에 누적되는 ‘쌍둥이 적자(Twin Deficits)’ 문제를 안고 있다.
이와 함께 기축통화국은 산업 공동화 현상도 겪는다. 무역적자가 크다는 것은 국내 수요가 수입품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로 인해 국내 생산이 위축된다. 미국은 20세기 중반 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던 제조업 비중이 현재 10%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철강·자동차·전자 산업은 쇠퇴하거나 해외로 이전했고, 이로 인해 ‘러스트벨트(Rust Belt)’라 불리는 산업 쇠퇴 지역이 형성됐다. 이는 기축통화국이 소비 혜택을 누리는 대신 일자리 상실과 기술 경쟁력 약화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축통화국의 딜레마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은 이러한 상황을 ‘트리핀 딜레마(Triffin Dilemma)’라고 정의했다. 그는 “세계가 달러를 원활히 쓰려면 미국이 계속 달러를 공급해야 하지만, 미국이 적자를 무한정 확대하면 결국 달러 가치가 불안정해져 신뢰가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미국이 달러 공급을 줄이면 국제 경제는 유동성 부족에 빠질 수 있다.
결국 기축통화국의 특권은 동시에 의무와 부담으로 돌아온다. 겉으로는 막강한 특권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 모순과 지속적인 고민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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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