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The Diplomat)
[밸류체인타임스=이지유 칼럼니스트] 2011년 오바마 행정부가 내세운 ‘Pivot to Asia’ 전략은 미국 외교의 중심축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기겠다는 선언이었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에너지 자립도가 높아지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 개입 실패로 피로감이 커지면서 중동 개입을 줄이는 대신 아시아로 외교 역량을 집중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물러난 자리를 중국과 러시아가 빠르게 채워 나갔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앞세워 사우디, 이란, UAE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2023년 중동과의 교역액은 5,070억 달러로 급증했다. 특히 같은 해 3월, 베이징에서 성사된 사우디-이란 화해는 미국 없이 중국이 단독으로 중재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내정 불간섭’과 경제적 실용주의를 내세운 중국식 외교는 민주주의·인권을 강조해온 미국식 접근보다 중동 국가들에게 더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50년간 글로벌 석유 거래를 지배해온 ‘페트로달러 체제’에도 균열이 감지된다. 사우디가 위안화 결제를 논의하면서 실제로 글로벌 석유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2021년 1.8%에서 2023년 4.5%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와 BRICS+ 협력을 통해 비(非)달러 무역망을 확대하고 있으며, 사우디·UAE의 BRICS+ 가입도 같은 흐름 속에 있다. 다만 중국 금융시장의 폐쇄성과 환율 투명성 부족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출처=unsplash)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와 관계 회복을 시도하고 중동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일부 복원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로 이미 역량이 분산돼 있다. 더구나 미국 내 여론 또한 해외 개입에 피로감을 보이며, 미국이 잃은 중동 영향력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 달러 결제 의존도가 높아 환율 변동에 취약한 구조다. 그러나 석유 결제 다변화는 환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반면 한국 외환보유액의 60% 이상이 달러 자산이라는 점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통화 질서가 다극화될 경우, 한국 기업의 해외 거래·투자 전략도 한층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동은 지금 달러 패권의 균열과 새로운 통화 경쟁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 위안화가 단기간에 달러를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가 흔들리고 다극화가 가속화되는 점은 분명하다. 역설적으로 ‘Pivot to Asia’라는 미국의 전략적 선택은 중동에서의 공백을 낳았고, 이는 중국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세계 질서의 판도를 다시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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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이지유 칼럼니스트]
[밸류체인타임스=이지유 칼럼니스트] 2011년 오바마 행정부가 내세운 ‘Pivot to Asia’ 전략은 미국 외교의 중심축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옮기겠다는 선언이었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에너지 자립도가 높아지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 개입 실패로 피로감이 커지면서 중동 개입을 줄이는 대신 아시아로 외교 역량을 집중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물러난 자리를 중국과 러시아가 빠르게 채워 나갔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앞세워 사우디, 이란, UAE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단행했다. 그 결과 2023년 중동과의 교역액은 5,070억 달러로 급증했다. 특히 같은 해 3월, 베이징에서 성사된 사우디-이란 화해는 미국 없이 중국이 단독으로 중재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내정 불간섭’과 경제적 실용주의를 내세운 중국식 외교는 민주주의·인권을 강조해온 미국식 접근보다 중동 국가들에게 더 매력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50년간 글로벌 석유 거래를 지배해온 ‘페트로달러 체제’에도 균열이 감지된다. 사우디가 위안화 결제를 논의하면서 실제로 글로벌 석유 거래에서 위안화 비중은 2021년 1.8%에서 2023년 4.5%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와 BRICS+ 협력을 통해 비(非)달러 무역망을 확대하고 있으며, 사우디·UAE의 BRICS+ 가입도 같은 흐름 속에 있다. 다만 중국 금융시장의 폐쇄성과 환율 투명성 부족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출처=unsplash)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와 관계 회복을 시도하고 중동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일부 복원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로 이미 역량이 분산돼 있다. 더구나 미국 내 여론 또한 해외 개입에 피로감을 보이며, 미국이 잃은 중동 영향력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 달러 결제 의존도가 높아 환율 변동에 취약한 구조다. 그러나 석유 결제 다변화는 환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반면 한국 외환보유액의 60% 이상이 달러 자산이라는 점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통화 질서가 다극화될 경우, 한국 기업의 해외 거래·투자 전략도 한층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동은 지금 달러 패권의 균열과 새로운 통화 경쟁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 위안화가 단기간에 달러를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가 흔들리고 다극화가 가속화되는 점은 분명하다. 역설적으로 ‘Pivot to Asia’라는 미국의 전략적 선택은 중동에서의 공백을 낳았고, 이는 중국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세계 질서의 판도를 다시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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