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건강검진 대기실. 조금 한산해진 틈에, 보호자로 함께 온 한 여성분이 검진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물어오신다.
“아이들 다 키우고 이제 좀 쉬나 했더니, 큰아들(남편) 키워요.”
병원에 갈 때마다 남편의 보호자로 늘 함께 다닌다며 웃음을 지으신다. 그러다 자연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아이들 어릴 때 제가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우울증이 흔한 이야기지만, 20여 년 전에는 정신과에 다닌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거든요. 상담비도 많이 비쌌죠. 한 시간 상담에 10만 원 정도 했으니까요. 그래도 죽지 않으려고, 살고 싶어서 상담을 받았어요. 안 그러면 정말 죽을 것 같았거든요.”
비용 때문에 상담을 오래 이어갈 수는 없었지만, 그 이후로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회복해 나갔다고 하신다. 그렇게 자신은 일찍 그 시간의 터널을 지나왔지만, 친구들은 이제서야 우울감을 겪고 있다고. 그 원인을 ‘비교’에서 찾았고, 비교가 쌓일수록 자신이 아무런 성과도 없고, 가치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에게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나 봉사를 추천한다고 하셨다.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타인의 슬픔을 단정짓지 않기에, 그녀의 말은 친구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사진출처 unsplash]
얼마 전 들른 미용실에서는 원장님이 남편의 투병과 죽음을 담담히 이야기해주셨다. 나와 비슷한 또래인 그녀는 1년 전 남편을 떠나보냈고, 그 슬픔과 상처, 의료진에 대한 실망까지 감당하기 벅찬 상황에서 중학생 아들의 방황까지 겹쳤다.
아들이 선생님께 대들고 욕을 해서 학교에 불려가기도 하고, 친구들과 장난치다 폭력으로 신고되어 수업일수 제한과 학부모 교육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런 아픔들을 그녀는 조용히, 그러나 깊은 숨결로 나에게 풀어내주었다.
“나타나엘, 각자의 불행은 항상 저마다 자기 나름으로 바라보며,
자기가 보는 것을 자기에게 종속시키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아픔은 마음의 보석이 되기도 하고, 응어리가 되기도 한다.
오늘 나와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픔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리고 두 분 다 내게 말했다. “들어줘서 고맙다”고. 나는 그저 조용히 들어주었을 뿐인데, 그 대화 속에서 따뜻한 온기가 피어올랐다.
미용실을 나서며 원장님의 손을 잡고 인사를 전했다.
“오늘 여기 온 건, 하나님이 원장님 기도해주라고 보내신 것 같아요. 원장님과 아드님 위해 기도할게요. 그리고 원장님 이름, 저랑 같더라고요. 이름 뜻 아시죠? 받은 은혜를 감사하며, 그 은혜를 선하게 나누는 삶. 아마 그래서 제가 오늘 여기서 원장님을 만나고, 감사하며 기도하게 하신 게 아닐까요.”
마음에 품기만 해도 된다.
누군가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고, 생각해주고, 기도해줄 수 있으려면 말이다. 오늘, 나는 한 사람을 품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대단한 포부나 많은 돈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내게 다가오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잠시 그 곁에 머물러 주는 것.
그렇게 사람 사이의 온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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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혜선기자]
[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건강검진 대기실. 조금 한산해진 틈에, 보호자로 함께 온 한 여성분이 검진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물어오신다.
“아이들 다 키우고 이제 좀 쉬나 했더니, 큰아들(남편) 키워요.”
병원에 갈 때마다 남편의 보호자로 늘 함께 다닌다며 웃음을 지으신다. 그러다 자연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아이들 어릴 때 제가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우울증이 흔한 이야기지만, 20여 년 전에는 정신과에 다닌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거든요. 상담비도 많이 비쌌죠. 한 시간 상담에 10만 원 정도 했으니까요. 그래도 죽지 않으려고, 살고 싶어서 상담을 받았어요. 안 그러면 정말 죽을 것 같았거든요.”
비용 때문에 상담을 오래 이어갈 수는 없었지만, 그 이후로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조금씩 회복해 나갔다고 하신다. 그렇게 자신은 일찍 그 시간의 터널을 지나왔지만, 친구들은 이제서야 우울감을 겪고 있다고. 그 원인을 ‘비교’에서 찾았고, 비교가 쌓일수록 자신이 아무런 성과도 없고, 가치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에게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나 봉사를 추천한다고 하셨다.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타인의 슬픔을 단정짓지 않기에, 그녀의 말은 친구들에게도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사진출처 unsplash]
얼마 전 들른 미용실에서는 원장님이 남편의 투병과 죽음을 담담히 이야기해주셨다. 나와 비슷한 또래인 그녀는 1년 전 남편을 떠나보냈고, 그 슬픔과 상처, 의료진에 대한 실망까지 감당하기 벅찬 상황에서 중학생 아들의 방황까지 겹쳤다.
아들이 선생님께 대들고 욕을 해서 학교에 불려가기도 하고, 친구들과 장난치다 폭력으로 신고되어 수업일수 제한과 학부모 교육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런 아픔들을 그녀는 조용히, 그러나 깊은 숨결로 나에게 풀어내주었다.
“나타나엘, 각자의 불행은 항상 저마다 자기 나름으로 바라보며,
자기가 보는 것을 자기에게 종속시키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아픔은 마음의 보석이 되기도 하고, 응어리가 되기도 한다.
오늘 나와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픔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리고 두 분 다 내게 말했다. “들어줘서 고맙다”고. 나는 그저 조용히 들어주었을 뿐인데, 그 대화 속에서 따뜻한 온기가 피어올랐다.
미용실을 나서며 원장님의 손을 잡고 인사를 전했다.
“오늘 여기 온 건, 하나님이 원장님 기도해주라고 보내신 것 같아요. 원장님과 아드님 위해 기도할게요. 그리고 원장님 이름, 저랑 같더라고요. 이름 뜻 아시죠? 받은 은혜를 감사하며, 그 은혜를 선하게 나누는 삶. 아마 그래서 제가 오늘 여기서 원장님을 만나고, 감사하며 기도하게 하신 게 아닐까요.”
마음에 품기만 해도 된다.
누군가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주고, 생각해주고, 기도해줄 수 있으려면 말이다. 오늘, 나는 한 사람을 품었다. 누군가를 돕는 일은 대단한 포부나 많은 돈이 필요한 일이 아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내게 다가오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잠시 그 곁에 머물러 주는 것.
그렇게 사람 사이의 온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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