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타임스=권예진 칼럼니스트] 카페나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오스크는 화면을 터치해 간편하게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무인 기기다. 아르바이트 인력을 대체해 인건비 절감 효과도 있어, 이로 인해 많은 자영업자들이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국내에 보급된 키오스크는 약 53만 6,602대에 이른다.
하지만 이 편리한 기계는 모두에게 편리한 것일까?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특히 고령층과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은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대부분의 키오스크가 성인 기준의 높이로 설치되어 있어 접근 자체가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키오스크 설치 시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휠체어 진입 공간 확보, 점자 안내, 스크린 높이 조절 장치 등을 포함하는 조치다.
이 정책을 두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당연한 조치’라는 찬성 입장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이라는 반대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출처: Unsplash)
찬성, 모두를 위한 서비스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일은 국가와 공동체의 책임이다. 키오스크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꽤 어려운 기기다. 수십 가지 메뉴를 살피고, 수량 선택, 결제 수단 입력, 포인트 적립 여부까지 스스로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중장년층은 “기계를 다루는 게 익숙하지 않아 점원이 있는 매장만 찾는다”고 말한다.
이처럼 일반인도 불편함을 느끼는 키오스크는 장애인에게는 더욱 큰 장벽이다. 휠체어 이용자는 화면에 손이 닿지 않아 주문 자체가 어렵고, 시각·청각 장애인 역시 점자나 음성 안내가 없는 키오스크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점자, 음성 출력, 안면 인식 기능이 포함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의무화한 것은 타당하다. 구형의 키오스크는 장애인이나 고령층의 매장 접근성을 보장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키오스크에 대한 적대감을 고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 실현의 일환이다.
정부의 키오스크 교체 요구는 자영업자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설치 비용의 최대 70%를 지원하며 자영업자의 부담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 다만, 제도 시행 전 충분한 계도 기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해당 법안은 2023년 국무회의를 통과해 제정되었으며, 시행까지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미 일부 공공기관과 영화관 등에서는 베리어프리 키오스크가 도입되어 운영 중이다. 또한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고려해 과태료 부과 시점을 2026년 1월 28일로 1년 유예한 바 있다. 그러나 시행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같은 반발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함께 짚어야 한다.
키오스크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IT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무인 기기들이 우리의 일상에 도입될 것이다. 지금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조차 반대에 부딪혀 지체된다면, 이후 기술 도입 또한 같은 문제로 진전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층의 접근성을 보장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보다 일관되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반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다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의 접근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정책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겉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정책이지만, 실제 시행 단계에서는 막대한 비용과 행정적 어려움이 수반된다. 마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적인 실행 단계에 진입하면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15평(약 49.5㎡) 이상 매장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가 의무화된다. 이는 소규모 매장까지도 해당되며, 인건비 절감을 기대하고 키오스크를 도입한 자영업자들에게 오히려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안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정책 시행 시점을 2026년 1월로 설정한 것도 문제다. 현재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일반 키오스크보다 약 3배 정도 비싸다. 이는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IT 기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낮아지기 마련인데, 조금만 시행 시점을 늦췄다면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급 여건도 부족하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제작하는 업체는 아직 많지 않으며, 수요가 급격히 몰릴 경우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무인카페, 헬스장 등의 자동 출입 인증 시스템에는 배리어프리 옵션 자체가 없어 현실적 대안이 부족하다.
정책 홍보 역시 부족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3년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도입한 식당·카페·PC방 402곳 중 85.6%가 해당 의무화 정책에 대해 '처음 들었다'고 답변했다. 정부가 이런 제도를 시행하기 전 충분한 안내와 홍보가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현장 혼란과 반발만 커질 것이다. 보다 충분한 유예 기간을 제공하고, 적용 대상을 축소하거나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시행령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과 고령층을 배려하는 정책은 선진국이 반드시 추구해야 할 가치다. 신체적 불편을 겪는 이웃의 일상적인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제도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취지에 공감하고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제작과 설치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장비다. 특히 경기 침체로 인해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을 감당하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적절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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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권예진 칼럼니스트] 카페나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오스크는 화면을 터치해 간편하게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무인 기기다. 아르바이트 인력을 대체해 인건비 절감 효과도 있어, 이로 인해 많은 자영업자들이 키오스크를 도입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국내에 보급된 키오스크는 약 53만 6,602대에 이른다.
하지만 이 편리한 기계는 모두에게 편리한 것일까? 키오스크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특히 고령층과 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은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대부분의 키오스크가 성인 기준의 높이로 설치되어 있어 접근 자체가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키오스크 설치 시 장애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휠체어 진입 공간 확보, 점자 안내, 스크린 높이 조절 장치 등을 포함하는 조치다.
이 정책을 두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당연한 조치’라는 찬성 입장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이라는 반대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출처: Unsplash)
찬성, 모두를 위한 서비스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일은 국가와 공동체의 책임이다. 키오스크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꽤 어려운 기기다. 수십 가지 메뉴를 살피고, 수량 선택, 결제 수단 입력, 포인트 적립 여부까지 스스로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중장년층은 “기계를 다루는 게 익숙하지 않아 점원이 있는 매장만 찾는다”고 말한다.
이처럼 일반인도 불편함을 느끼는 키오스크는 장애인에게는 더욱 큰 장벽이다. 휠체어 이용자는 화면에 손이 닿지 않아 주문 자체가 어렵고, 시각·청각 장애인 역시 점자나 음성 안내가 없는 키오스크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점자, 음성 출력, 안면 인식 기능이 포함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의무화한 것은 타당하다. 구형의 키오스크는 장애인이나 고령층의 매장 접근성을 보장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키오스크에 대한 적대감을 고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평등권 실현의 일환이다.
정부의 키오스크 교체 요구는 자영업자에게 모든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설치 비용의 최대 70%를 지원하며 자영업자의 부담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 다만, 제도 시행 전 충분한 계도 기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해당 법안은 2023년 국무회의를 통과해 제정되었으며, 시행까지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미 일부 공공기관과 영화관 등에서는 베리어프리 키오스크가 도입되어 운영 중이다. 또한 정부는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고려해 과태료 부과 시점을 2026년 1월 28일로 1년 유예한 바 있다. 그러나 시행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같은 반발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함께 짚어야 한다.
키오스크는 단지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IT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무인 기기들이 우리의 일상에 도입될 것이다. 지금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도입조차 반대에 부딪혀 지체된다면, 이후 기술 도입 또한 같은 문제로 진전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층의 접근성을 보장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보다 일관되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반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다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의 접근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추진되고 있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화 정책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겉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정책이지만, 실제 시행 단계에서는 막대한 비용과 행정적 어려움이 수반된다. 마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적인 실행 단계에 진입하면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15평(약 49.5㎡) 이상 매장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가 의무화된다. 이는 소규모 매장까지도 해당되며, 인건비 절감을 기대하고 키오스크를 도입한 자영업자들에게 오히려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안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정책 시행 시점을 2026년 1월로 설정한 것도 문제다. 현재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일반 키오스크보다 약 3배 정도 비싸다. 이는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IT 기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낮아지기 마련인데, 조금만 시행 시점을 늦췄다면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급 여건도 부족하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제작하는 업체는 아직 많지 않으며, 수요가 급격히 몰릴 경우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무인카페, 헬스장 등의 자동 출입 인증 시스템에는 배리어프리 옵션 자체가 없어 현실적 대안이 부족하다.
정책 홍보 역시 부족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23년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도입한 식당·카페·PC방 402곳 중 85.6%가 해당 의무화 정책에 대해 '처음 들었다'고 답변했다. 정부가 이런 제도를 시행하기 전 충분한 안내와 홍보가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현장 혼란과 반발만 커질 것이다. 보다 충분한 유예 기간을 제공하고, 적용 대상을 축소하거나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시행령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과 고령층을 배려하는 정책은 선진국이 반드시 추구해야 할 가치다. 신체적 불편을 겪는 이웃의 일상적인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제도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취지에 공감하고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제작과 설치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장비다. 특히 경기 침체로 인해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을 감당하라는 것이 현실적으로 적절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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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