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타임스=권예진 칼럼니스트] 사형제도는 인류 역사와 함께 오랜 세월 존속해 온 형벌 제도 중 하나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 195개국 중 76개국이 법률상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실제로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그러나 23개국은 사형제를 법적으로 폐지하지는 않았지만,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현재 사형을 집행 중인 국가는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이며, 선진국 중에서 미국과 일본은 예외적으로 사형을 유지하고 있다.
사형제도는 과거에 보편적인 제도로 받아들여졌으나,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인권 의식이 높아지고 형벌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가 커지면서 많은 국가에서 폐지되었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다수의 선진국은 생명권을 절대적 가치로 간주하며, 헌법 또는 국제협약을 통해 사형제를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사형제도 논쟁의 핵심 쟁점은 무엇일까?

(출처:unsplash)
찬성 입장, 공공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1. 범죄 예방 효과
사형은 가장 강력한 형벌로,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조치다. 단순히 범죄자 개인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잠재적인 범죄자들에게 강력한 경각심을 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 속담에 ’일벌백계(一罰百戒)‘라는 말이 있듯이, 한 사람에게 엄한 벌을 내려 다수의 사람에게 경고가 되게 한다는 논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1972년 인권 문제로 인해 사형 제도를 일시 폐지했으나, 이후 흉악범죄가 증가하면서 불과 4년 만에 다시 사형 제도를 부활시켰다. 또한 1981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약 700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그해부터 사형을 적극적으로 집행했고, 이후 살인율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통계도 존재한다. 이러한 사례는 사형이 범죄 억제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2. 사적 보복 방지
흉악범죄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범죄자에게 직접 보복하는 사례는 뉴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적 복수는 국가가 범죄자를 충분히 처벌하지 못했다고 판단될 때 발생할 수 있다. 만약 국가가 사형을 통해 엄정한 처벌을 내린다면, 유족이 가해자에게 직접 복수하는 불상사를 줄일 수 있다.
보복 범죄는 피해자를 또 다른 가해자로 만들며,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가가 정의의 이름으로 책임 있게 처벌을 집행할 때, 연쇄적인 보복 범죄를 차단하고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반대 입장, 생명권과 정의의 본질에 대한 도전
1. 오판으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사형은 단 한 번의 집행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 무고한 생명을 빼앗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1997년 미국 아칸소주에서 살인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사건에서, 4년이 지난 2021년 해당 사건의 피고인이 무죄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미 생명을 잃은 사람에게 내린 무죄 판결은 법과 정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구나 이 사건의 피해자가 흑인이었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적 요소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이처럼 오판 가능성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되돌릴 수 없는 형벌인 사형을 유지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2. 인권 침해의 본질적 문제
사형은 인권 침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범죄자라 할지라도 생명은 국가가 임의로 박탈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다.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은 제3조에서 생명권을, 제5조에서 고문이나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처벌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사형은 이러한 인권 기준에 정면으로 반하는 제도다.
생명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권리로, 국가조차도 이를 침해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이다. 생명권을 보장하는 것은 인간 존엄성과 직결되며, 사형제도는 그 존엄성을 훼손하는 상징적인 제도라는 점에서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의 현실과 앞으로의 과제
대한민국은 법률상으로는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1997년 마지막 집행 이후 현재까지 사형이 시행되지 않아 실질적인 폐지국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흉악범죄의 증가와 사회적 분노가 커지면서 사형제 부활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는 등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형제도는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의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오판의 가능성과 인권 침해 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제도 존폐 여부는 단순히 처벌 수위를 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사회를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따라서 사형제도에 대한 논의는 단순한 찬반을 넘어서, 정의와 인권, 그리고 공동체 윤리에 대한 깊이 있는 숙고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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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진 칼럼니스트]
[밸류체인타임스=권예진 칼럼니스트] 사형제도는 인류 역사와 함께 오랜 세월 존속해 온 형벌 제도 중 하나다. 오늘날에도 전 세계 195개국 중 76개국이 법률상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실제로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그러나 23개국은 사형제를 법적으로 폐지하지는 않았지만,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현재 사형을 집행 중인 국가는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이며, 선진국 중에서 미국과 일본은 예외적으로 사형을 유지하고 있다.
사형제도는 과거에 보편적인 제도로 받아들여졌으나,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인권 의식이 높아지고 형벌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가 커지면서 많은 국가에서 폐지되었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다수의 선진국은 생명권을 절대적 가치로 간주하며, 헌법 또는 국제협약을 통해 사형제를 금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에도 여전히 진행 중인 사형제도 논쟁의 핵심 쟁점은 무엇일까?
(출처:unsplash)
찬성 입장, 공공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
1. 범죄 예방 효과
사형은 가장 강력한 형벌로,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조치다. 단순히 범죄자 개인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잠재적인 범죄자들에게 강력한 경각심을 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 속담에 ’일벌백계(一罰百戒)‘라는 말이 있듯이, 한 사람에게 엄한 벌을 내려 다수의 사람에게 경고가 되게 한다는 논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1972년 인권 문제로 인해 사형 제도를 일시 폐지했으나, 이후 흉악범죄가 증가하면서 불과 4년 만에 다시 사형 제도를 부활시켰다. 또한 1981년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약 700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그해부터 사형을 적극적으로 집행했고, 이후 살인율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통계도 존재한다. 이러한 사례는 사형이 범죄 억제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2. 사적 보복 방지
흉악범죄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범죄자에게 직접 보복하는 사례는 뉴스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적 복수는 국가가 범죄자를 충분히 처벌하지 못했다고 판단될 때 발생할 수 있다. 만약 국가가 사형을 통해 엄정한 처벌을 내린다면, 유족이 가해자에게 직접 복수하는 불상사를 줄일 수 있다.
보복 범죄는 피해자를 또 다른 가해자로 만들며, 사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가가 정의의 이름으로 책임 있게 처벌을 집행할 때, 연쇄적인 보복 범죄를 차단하고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반대 입장, 생명권과 정의의 본질에 대한 도전
1. 오판으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사형은 단 한 번의 집행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법원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 무고한 생명을 빼앗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1997년 미국 아칸소주에서 살인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사건에서, 4년이 지난 2021년 해당 사건의 피고인이 무죄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미 생명을 잃은 사람에게 내린 무죄 판결은 법과 정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구나 이 사건의 피해자가 흑인이었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적 요소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이처럼 오판 가능성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되돌릴 수 없는 형벌인 사형을 유지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2. 인권 침해의 본질적 문제
사형은 인권 침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범죄자라 할지라도 생명은 국가가 임의로 박탈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다.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은 제3조에서 생명권을, 제5조에서 고문이나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처벌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사형은 이러한 인권 기준에 정면으로 반하는 제도다.
생명은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권리로, 국가조차도 이를 침해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식이다. 생명권을 보장하는 것은 인간 존엄성과 직결되며, 사형제도는 그 존엄성을 훼손하는 상징적인 제도라는 점에서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의 현실과 앞으로의 과제
대한민국은 법률상으로는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1997년 마지막 집행 이후 현재까지 사형이 시행되지 않아 실질적인 폐지국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흉악범죄의 증가와 사회적 분노가 커지면서 사형제 부활에 대한 여론이 고조되는 등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형제도는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의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오판의 가능성과 인권 침해 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제도 존폐 여부는 단순히 처벌 수위를 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사회를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따라서 사형제도에 대한 논의는 단순한 찬반을 넘어서, 정의와 인권, 그리고 공동체 윤리에 대한 깊이 있는 숙고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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