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단상] 인간은 의도적으로 남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존재다 ┃ 밸류체인타임스

김혜선 기자
2025-03-25
조회수 1922

[밸류체인타임스=김혜선기자]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했고 순자는 성악설을 주장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고민은 예전부터 깊었고 지금까지도 정의하기 어렵다. 생명이 있는 동안 변화하는 존재이기에 어제까지 선했던 이가 오늘 악할 수도 있고 오늘까지 악했던 이가 선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스크루지 영감이 변화된 내용의 동화 『크리스마스 캐럴』을 떠올려보라. 평생 돈밖에 모르던 구두쇠 스크루지가 하룻밤에 온화한 성품이 되어 신처럼 떠받들던 돈을 이웃에게 베푼다. 의미 있는 사건이나 계기를 만나면 변화할 수 있지만 무척 드물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을 먼저 챙기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을 파악한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우리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술도가, 빵집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 덕분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류애가 아니라 자기애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의 필요가 아니라 그들이 얻을 이익을 말해 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가 제대로 돌아가는 원리를 ‘이기심’으로 보았고 빵을 맛있게 잘 만들면 판매가 촉진되고 결과적으로 빵집 주인의 부가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사진출처 unsplash]




애덤스미스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인간의 이기심을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여 얻은 산물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은 혼란과 싸움, 우월주의와 지역주의를 야기한다. 인류의 예술과 학문은 식량문제가 해결되고 나서야 시작됐으며 그리스의 찬란한 문화와 철학도 노예제가 기초됐기 때문에 꽃피울 수 있었다. 전쟁은 인간의 욕심이 개인에서 국가로 확장된 것이며, 계급 사회는 피지배층의 가난과 무지라는 토대 위에서 유지된다.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서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의 세 국가가 계속해서 분쟁을 유지한다. 영원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상류층들의 공통된 목표를 위해 서로 담합한다. 국민의 평화 때문이 아니다. 전쟁은 지도자를 필요로 하고 특권을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을 세워지기에 빅브라더의 ‘전쟁은 평화’라는 슬로건이 딱 들어맞는다.

 

 계층을 나누는 계급 사회는 상류층의 특권 유지를 위해서 존재한다. 인도의 카스트제도를 살펴보자. 아이러니하게도 카스트제도는 헌법에 존재하는 제도가 아닌 종교에 의해 체계화되고 정당화된 제도다. 사람들의 인식에 자리 잡았기에 생각을 개조시키지 않는 한 바뀔 수 없다. 에른스트 H. 곰브리치의 저서 『곰브리치 세계사』에는 ‘파리아’라 불리는 카스트제도의 기본 4계급에도 속할 수 없는 사람들을 다룬다. 이들은 ‘불가촉천민’ 즉 ‘접촉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로 접촉만으로도 불결해진다고 여겨 어느 계급의 사람들과도 어울릴 수 없었다. 이들은 멸시받는 일들을 하면서 빈곤한 삶을 살아왔고 학대와 차별을 무수하게 받았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자유와 평등에 기초한 인권을 천명한 1776년 미국 독립도 흑인 노예는 포기하지 않았다. 안락함과 기존의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예들의 희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면 원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성경에 나오는 가인은 하나님이 제물을 거부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동생 아벨을 죽인다. 하나님을 의도적으로 괴롭히기 위해서다. 이처럼 인간은 의도적으로 악을 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목적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인 경우도 많다.” [조던 B.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중에서]

 

 인간은 의도적으로 남을 괴롭히고 고통을 주며 잔인해질 수 있는 존재다. 오로지 인간만이 순전히 고통을 위한 고통을 줄 수 있다. 동급생을 담뱃불로 지져 화상을 입히고 폭력을 행사하면서 고통받는 모습에 오히려 깔깔거리며 웃는 가해자의 모습을 담은 기사 등을 떠올려보라. 수많은 폭력과 학대, 전쟁에 관한 뉴스에서 보듯 과거뿐 아니라 현재도 의도적인 고통을 주는 행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선과 악을 모두 지닌 존재가 인간임을 알았으니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나올 차례다. 조던 피터슨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는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고 말한다. 현실을 탓하기 전에 ‘비겁하고 천박한 행동을 당장 중단’하고 ‘비극을 비극으로만 머물도록, 비극이 불지옥으로 변하지 않도록 자신을 조절’하라고 말이다. 인간은 악을 만들어 파괴시킬 수 있는 존재이지만 선을 만들어 세상을 밝힐 수도 있는 존재다. 선과 악, 두 가지 모두 내재되어 있는 인간은 선함과 아름다움에 시선을 고정하고 현재에 충실하면서 미래를 지향하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기준이 없으면 언제고 혼돈이 밀려온다. 따라서 삶을 고양시키는 자신만의 원칙을 정하고 원칙을 지켜냄을 삶의 기준으로 삼고 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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