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 인간 본성을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 | 밸류체인타임스

안현준 칼럼니스트
2025-03-01
조회수 1875

[밸류체인타임스 = 안현준 칼럼니스트] 동아시아 사상사에서 인간의 본성이 과연 선한가, 악한가, 혹은 선악의 구분 자체가 없는가에 대한 논쟁은 오랜 역사를 지닌 주제다. 대표적으로 맹자의 ‘성선설’, 순자의 ‘성악설’, 고자의 ‘성무선악설’이 그 핵심 축을 이룬다.


맹자의 성선설


춘추전국시대의 유교 학자 맹자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으로 태어난다’고 주장했다. 맹자는 인간이 스스로 이익이나 대가를 바라고 선을 행하기보다는, 자기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선한 마음(측은지심 등)을 자연스럽게 발현하다고 보았다. 예컨대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 할 때, 누구나 깜짝 놀라며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긴다”는 유명한 일화는 이러한 성선의 근거로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맹자의 성선설에서 ‘인간이 곧 선이다’라는 단순한 결론을 내려서는 곤란하다. 맹자가 말하는 ‘선’은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선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상태에 가깝다. 


전자의 방식은 인간이 본래 선하므로 지속적으로 선하다고 생각하며, 후자는 수양을 통해 성인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담고 있어, 둘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맹자는 이론적으로 모두가 성인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수양을 방해하는 환경적 요인에 부딪혀 궁극적인 수양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순자의 성악설


맹자와 달리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라고 주장했다. 성선설과는 반대되는 성악설은 인간의 본성은 악이고, 이 악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인간을 법과 규범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악설에서 선은 원래 인간 본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악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본능에 더 가깝다고 본다. 


순자는 인간을 영원히 교정 불가능한 존재로 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순자는 이러한 악(본능적 욕망)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법과 규범이 필요하며, 올바른 교육과 인간의 의식적인 노력에 의해 선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악한 본성은 교정 가능하다”고 본 관점에서, 순자 역시 인간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했다. 


고자의 성무선악설


맹자와 순자와 달리, 고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즉, 본성 자체에 선악의 판단 기준이 들어 있지 않으며, 환경, 교육, 경험 등에 따라 인간의 성향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본성은 원래 정해지거나 필연적인 것이 아닌, 후천적인 요인들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자의 이 관점은 오늘날 심리학의 ‘성장 환경(nurture)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한다. “Nature vs. Nurture(선천 대 후천)”라는 현대적 논쟁 구도에서, 고자의 주장은 인간 본성이 교육과 사회 환경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환경 결정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전적 의미로만 해석한다면, 성선설과 성악설, 성무선악설은 서로 충돌하는 듯하다. 그러나 세 학설 모두 인간이 노력과 수양, 환경적 요인에 의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다. 맹자의 성선설이 주장하는 바는 인간에게 선의 씨앗이 있으니 수양을 통해 꽃피울 수 있으며, 순자의 성악설은 인간의 악(욕망) 또한 규범과 교육으로 교정 가능하다고 본다. 고자의 성무선악설은 인간은 원래 백지 상태와 유사하므로, 환경과 경험이 본성을 결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이론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이 항상 선하다고 믿으면 규범과 책임을 간과할 수 있고, 너무 악하다고만 바라보면 억압적 제도만 강조되어 개인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 또한, ‘본성이 정해지지 않았다’고만 보면 개인의 적극적 노력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할 위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 있는 시각이다. 인간을 바라볼 때, 어느 한 가지 관점에 치우치기보다는 여러 학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가정교육이나 학교교육, 사회 제도 전반에서 인간이 지닌 잠재적 선함을 독려하면서도, 동시에 악한 충동(이기적 욕망)을 통제할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 세 가지 학설에서 시사점을 고루 취한다면, 인간 본성에 대한 편향된 결론을 피할 수 있고, 보다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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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안현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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