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들과 점차 깨져가는 신뢰
[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최근 들어 교사와 학생 간 인권 존중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약 2년 전, 한 교사가 학생에게 수업권을 침해당하고 욕설에 시달리며 업무 스트레스가 누적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관련 정책이 다수 수립된 것은 독자들도 잘 아는 사실이다.

(사진=Unsplash)
그 뒤 침묵을 지키던 교사들이 하나둘씩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교사들의 입지와 권리는 점차 견고해지는 듯했다. 학생과 교사 모두가 상호 존중하던 교실 분위기가 조금씩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도 컸다. 해당 사건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존중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스승과 제자 관계는 상호 존중에서 비롯되는 '신뢰'가 바탕이다. 교사를 신뢰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교사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교사는 이런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이끈다. 학생과 교사, 그러나 어느 한쪽이라도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두 관계의 기반은 암묵적으로 깨져버릴 수밖에 없다.
"선생님은 너희를 지켜주는 슈퍼맨"...슈퍼맨이 앗아간 8살 소녀의 목숨
지난 10일, 다시금 신뢰에 금이 가는 참사가 발생했다.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던 대전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가장 마지막으로 하교를 앞둔 8살 김하늘 양에게 “책을 주겠다”며 시청각실로 데려간 뒤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다.
살해 당한 학생은 고작 8살이었다. 하늘 양의 아버지는 아이에게 항상 "선생님은 너희를 지켜주는 슈퍼맨"이라고 말해왔지만, 결국 그 '슈퍼맨'이라 믿었던 사람이 8살 소녀의 목숨을 앗아갔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네티즌과 학부모들은 경악했다. 아이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학생을 보호해야 할 교사가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사진=Unsplash)
이수정 경기대 범죄 심리 교정학과 교수는 해당 사건이 '묻지마 살인' 사건과 비슷한 패턴을 띤다고 설명한다. 극도의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닌 가해자가 방어력이 가장 약한 대상을 노린 일종의 '사회를 향한 복수극'이라는 것이다. 경찰 또한 이를 '이상동기 살인'으로 정의했다.
대전 서부경찰서가 공개한 피의자 진술에 따르면, 가해 교사는 2018년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휴직 중에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우울증에 따른 우발적 살해라 볼 수도 있겠지만, 범행 당일 진술과 동선 추적 결과 여러 정황이 드러나면서 계획 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가해 교사는 동료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무단외출하여 흉기를 구매했다. 가게 직원이 용도를 묻자 “회를 뜨려고 한다, 잘 드는 칼로 달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청각실에 CCTV가 없다는 사실과 아이가 홀로 남는 시간에 남아 있는, 무리와 떨어져 방어능력 떨어지는 피해자를 몰색했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치밀한 계획 범행 여부를 수사 중이며, 독립된 공간에서 시신이 발견된 점을 고려할 때 오랜 시간 시신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은폐를 시도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해당 교사는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 함께 죽으려고 했다"라는 충격적인 진술까지 내놓았다. 더욱 아이러니한 점은, 40대 가해교사는 26년간 교직에 몸담으며 교육감 표창 등 총 9차례 수상 경력을 보유했다는 사실이다. 영재교육 및 융합인재교육, 과학 동아리, 교통 안전지도 등 여러 업무를 맡아왔고, 이전까지 징계, 민원, 수사기관으로부터 형사 처벌 전력도 전혀 없었다.
'하늘이법' 발의… 골격은 갖춰가지만, 낙인 우려도 제기
이런 상황에서 13일, '하늘이법'이 발의되며 관련 제도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교육부는 전날 시·도교육감 간담회를 통해 '하늘이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신 질환 등으로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 대상 직권 휴직, 복직 시 정상 근무 가능성 필수화, 특이증상 교원 대상 긴급 개입 등 주요 내용을 담은 ‘하늘이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Unsplash)
교원단체에서는 학교 안전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신건강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는 우려를 표명했다. 교사노조는 "2년 전 1만 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26%가 정신과 진료 이력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대책들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교사 복직에 맞춰져 있는 부분에 우려된다"며 "정신질환 자체가 아니라 폭력성이 있는 전조 증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교수에 의하면 우울증이나 일반적인 정신 질환이 곧바로 극단적 폭력행위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매년 약 2만 명의 교사가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이들 모두를 ‘예비 살인자’로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해당 법안을 두고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낙인을 찍는 법안인 것은 아닌지 한 켠에서는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신뢰와 존중의 회복을 위한 노력
교사들의 정신 건강과 업무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상담 프로그램 확대, 업무 부담 분산, 교사 간 정보 교류 활성화 등의 노력을 통해 교사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에서의 교육적 관심과 지지가 학교 교육과 연계될 때, 학생들은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게 된다. 모든 교육 주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협력한다면, 교실은 다시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존중과 신뢰의 유리가 깨지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인권과 존중에 대한 가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 발생하는 여러 참사들이 잇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교사와 학생 간 권리와 존중 문제가 화두로 부각되면서 안타까운 사건들이 계속 전해지고 있다. 그 소리에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은 모두 마음을 졸인다.
(사진=Unsplash)
어느 정도 정비가 되어 가는 것 같다가도, 다시금 신뢰에 균열이 생긴다. 누구보다도 신뢰와 존중이 필요한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자연스레 멀어지고, 서로를 온전히 존중하지 못하게 된다. 한때 가장 아름다운 관계로 불렸던 따듯하고 끈끈한 사제지간이, 현대 사회에서는 점차 찾아보기 어려워진 이유다. 앞서 언급된 사건들은 미움의 골을 더 깊게 만들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적대감과 불신이 아닌 존중과 신뢰다. 모두가 따뜻한 신뢰로 묶인 사제지간을 꿈꾼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첫 걸음은, 서로를 향한 적대감 대신 존중과 이해, 신뢰로 다가가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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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들과 점차 깨져가는 신뢰
[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최근 들어 교사와 학생 간 인권 존중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약 2년 전, 한 교사가 학생에게 수업권을 침해당하고 욕설에 시달리며 업무 스트레스가 누적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후, 관련 정책이 다수 수립된 것은 독자들도 잘 아는 사실이다.
(사진=Unsplash)
그 뒤 침묵을 지키던 교사들이 하나둘씩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교사들의 입지와 권리는 점차 견고해지는 듯했다. 학생과 교사 모두가 상호 존중하던 교실 분위기가 조금씩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도 컸다. 해당 사건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존중과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스승과 제자 관계는 상호 존중에서 비롯되는 '신뢰'가 바탕이다. 교사를 신뢰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교사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교사는 이런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이끈다. 학생과 교사, 그러나 어느 한쪽이라도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두 관계의 기반은 암묵적으로 깨져버릴 수밖에 없다.
"선생님은 너희를 지켜주는 슈퍼맨"...슈퍼맨이 앗아간 8살 소녀의 목숨
지난 10일, 다시금 신뢰에 금이 가는 참사가 발생했다.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던 대전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가장 마지막으로 하교를 앞둔 8살 김하늘 양에게 “책을 주겠다”며 시청각실로 데려간 뒤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다.
살해 당한 학생은 고작 8살이었다. 하늘 양의 아버지는 아이에게 항상 "선생님은 너희를 지켜주는 슈퍼맨"이라고 말해왔지만, 결국 그 '슈퍼맨'이라 믿었던 사람이 8살 소녀의 목숨을 앗아갔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네티즌과 학부모들은 경악했다. 아이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학생을 보호해야 할 교사가 가해자였기 때문이다.
(사진=Unsplash)
이수정 경기대 범죄 심리 교정학과 교수는 해당 사건이 '묻지마 살인' 사건과 비슷한 패턴을 띤다고 설명한다. 극도의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닌 가해자가 방어력이 가장 약한 대상을 노린 일종의 '사회를 향한 복수극'이라는 것이다. 경찰 또한 이를 '이상동기 살인'으로 정의했다.
대전 서부경찰서가 공개한 피의자 진술에 따르면, 가해 교사는 2018년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휴직 중에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우울증에 따른 우발적 살해라 볼 수도 있겠지만, 범행 당일 진술과 동선 추적 결과 여러 정황이 드러나면서 계획 범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가해 교사는 동료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무단외출하여 흉기를 구매했다. 가게 직원이 용도를 묻자 “회를 뜨려고 한다, 잘 드는 칼로 달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청각실에 CCTV가 없다는 사실과 아이가 홀로 남는 시간에 남아 있는, 무리와 떨어져 방어능력 떨어지는 피해자를 몰색했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치밀한 계획 범행 여부를 수사 중이며, 독립된 공간에서 시신이 발견된 점을 고려할 때 오랜 시간 시신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은폐를 시도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해당 교사는 "어떤 아이든 상관없다. 함께 죽으려고 했다"라는 충격적인 진술까지 내놓았다. 더욱 아이러니한 점은, 40대 가해교사는 26년간 교직에 몸담으며 교육감 표창 등 총 9차례 수상 경력을 보유했다는 사실이다. 영재교육 및 융합인재교육, 과학 동아리, 교통 안전지도 등 여러 업무를 맡아왔고, 이전까지 징계, 민원, 수사기관으로부터 형사 처벌 전력도 전혀 없었다.
'하늘이법' 발의… 골격은 갖춰가지만, 낙인 우려도 제기
이런 상황에서 13일, '하늘이법'이 발의되며 관련 제도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교육부는 전날 시·도교육감 간담회를 통해 '하늘이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신 질환 등으로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 대상 직권 휴직, 복직 시 정상 근무 가능성 필수화, 특이증상 교원 대상 긴급 개입 등 주요 내용을 담은 ‘하늘이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Unsplash)
교원단체에서는 학교 안전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신건강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데는 우려를 표명했다. 교사노조는 "2년 전 1만 명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26%가 정신과 진료 이력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대책들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교사 복직에 맞춰져 있는 부분에 우려된다"며 "정신질환 자체가 아니라 폭력성이 있는 전조 증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교수에 의하면 우울증이나 일반적인 정신 질환이 곧바로 극단적 폭력행위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매년 약 2만 명의 교사가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지만 이들 모두를 ‘예비 살인자’로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해당 법안을 두고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낙인을 찍는 법안인 것은 아닌지 한 켠에서는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신뢰와 존중의 회복을 위한 노력
교사들의 정신 건강과 업무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상담 프로그램 확대, 업무 부담 분산, 교사 간 정보 교류 활성화 등의 노력을 통해 교사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에서의 교육적 관심과 지지가 학교 교육과 연계될 때, 학생들은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게 된다. 모든 교육 주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협력한다면, 교실은 다시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존중과 신뢰의 유리가 깨지다
오늘날 사회에서는 인권과 존중에 대한 가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 발생하는 여러 참사들이 잇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교사와 학생 간 권리와 존중 문제가 화두로 부각되면서 안타까운 사건들이 계속 전해지고 있다. 그 소리에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은 모두 마음을 졸인다.
(사진=Unsplash)
어느 정도 정비가 되어 가는 것 같다가도, 다시금 신뢰에 균열이 생긴다. 누구보다도 신뢰와 존중이 필요한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자연스레 멀어지고, 서로를 온전히 존중하지 못하게 된다. 한때 가장 아름다운 관계로 불렸던 따듯하고 끈끈한 사제지간이, 현대 사회에서는 점차 찾아보기 어려워진 이유다. 앞서 언급된 사건들은 미움의 골을 더 깊게 만들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적대감과 불신이 아닌 존중과 신뢰다. 모두가 따뜻한 신뢰로 묶인 사제지간을 꿈꾼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첫 걸음은, 서로를 향한 적대감 대신 존중과 이해, 신뢰로 다가가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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