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참사, 비극을 맞이한 죽은 자와 비통한 산 자의 기억 | 밸류체인타임스

이아림 칼럼니스트
2025-01-05
조회수 1311

[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새해를 이틀 앞둔 12월 29일, 전남 무안 공항 참사가 발생했다. 한국공항공사와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무렵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 2216편 항공기가 무안 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외벽과 충돌하고 반파되며 화재가 발생했다. 탑승객 181명 중 2명만이 생존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나머지 탑승객은 전원 사망으로 추정되어 큰 충격을 자아냈다.


무안 참사 이후, 수면 위로 떠오른 관리 및 대응 시스템 문제

참사의 피해를 가중시킨 원인으로는 둔덕 부실 공사, 시설관리와 운영 절차의 구조적 결함과 같은 관리 시스템의 허점, 예방 대책의 부재, 초기 대응의 미숙함, 정보 전달의 지연 등이 지목되고 있다. 공항은 높은 수준의 보안, 안전 관리 시스템이 요구되는 공간이지만 이번 사건은 예방 대책이 충분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진=Unsplash)


사고 발생 직후 공항 당국과 관계 기관의 대응은 느리고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급작스러운 사고에 피해자 구조와 비상 대피 절차가 혼란 속에서 이루어져 더 큰 피해를 초래했다. 현장에 투입된 인력과 장비 또한 충분하지 않아 초기 수습이 지연되었다.



어느 유리보다 더욱 아름다운 유리로, 죽은 자와 산자의 공간을 채운 애도의 편지

새해 카운트다운 대신 참사를 당한 고인들을 생각하며 묵념하고, 참사 현장에 찾아가 진심 어린 손 편지를 전하는 등 무안 참사에 희생당한 고인들을 추모하며 기억하자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끊이지 않고 있다. 새해부터 무안 국제공항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무안공항의 '추모 손 편지 계단'은 이근호 손편지 운동본부 대표가 방문객들에게 "편지를 남겨달라"며 펜과 종이를 나눠주며 자연스레 시작됐다. 대표 역시 30년 전 불의의 사고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잃은 아버지였다. 이후 손편지 운동본부를 만들고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이 벌어질 때마다 추모객들 손 편지를 모아 유가족에게 전달해 왔다.


(사진=Unsplash)


그는 "자식을 잃은 아픔을 딛고 타인의 눈물을 보듬는 삶을 살겠다고 아들과 약속했다"며, "유가족들과 온 국민이 상처를 회복하고 2025년도에는 이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추모객들은 자연스럽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들의 눈에 비친 모습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4년 무안의 겨울을 잊지 마십시오"와 같이 손잡이를 따라 이어진 추모객들의 편지가 덮은 유리는 어느 유리보다 가장 아름다운 유리였다.


참사를 당한 고인의 자녀로 추정되는 한 조문객은 "엄마, 나 이제 고3이야. 이제 좀 철도 들고 정신도 차렸는데, 그 모습을 못 보여주게 됐네"라며 "계속 나를 지켜봐 주고 새집도 같이 데리고 갈 테니까 친구들한테 자랑 많이 하고, 사랑해"라며 쓰기를 마친 후 조용히 사라졌다.


(사진=Unsplash)


참사 이후 비통함과 절규가 뒤섞인 울음소리로 무거운 공항의 아침이 시작됐다.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 연인의 마지막 인사일 줄 몰랐었던 날이자 가장 되돌아가고 싶은 날을 기억하고 후회하며 고인을 기렸다. 유족 임시 숙소(텐트)가 빈틈없이 붙어 있는 무안공항 대합실의 공기는 여전히 무겁다. 죽은자를 기리는 산자와 유족들을 위로하는 다른 이들의 눈가에는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같은 아픔을 겪게 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아픔을 나누기도 했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30여 명은 1일 제주항공 유가족이 모여있는 무안국제공항을 방문해 합동분향소를 참배하는 것으로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이들은 새해를 맞아 세월호 선체가 있는 전남 목포 신항을 방문했다가 곧장 돌아가지 않고 참사 현장을 찾았다.


생지옥 같은 참사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한 유족의 상처는 골이 깊었다. 수습 당국의 "기체 잔해인 꼬리 칸을 들어 올려 그 밑에 깔렸을지 모를 시신 수습에 나선다"는 수습 당국의 발표에 유족들은 참았던 울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생존자 확인 결과를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지옥 속 고통이었을 것이다.


피해 규모와 사회적 반응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훼손 정도가 매우 심각했다. 179명의 희생자 중 현재 유가족에게 인계 가능한 시신은 5구에 불과하다. 경찰에 따르면 참사 현장에서는 시신이 606편의 조각으로 확인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유가족들의 억장은 무너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상에서 '무안공항 유가족들만 횡재네요', '보상금 받을 생각에 속으로는 싱글벙글하겠다'라며 참사 유족을 모욕하는 게시글이 떠돌자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수사에 착수했다. 네티즌들은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모욕하는 게시글에 대해 뭇매를 때리기도 했다. 일부 사람들은 유족대표단 대표에 대해 '가짜 유족', '민주당 권리당원' 등으로 지칭하며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을 유포하기도 했다.


박 대표의 변호사들은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의 유족을 비난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며, "슬픔과 애통함에 괴로워하는 유족을 두 번 죽이는 비고소인들의 인면수심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무안 참사, 그 이후를 논하다

무안 참사 이후 공공기관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는 급격히 하락했다. 참사로 인해 사회는 다시금 '안전'과 '대응'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공시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어느 참사와 사고도 예고하고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예방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사진=Unsplash)


참사 수습 과정에서 '유족을 위하는 정부와 단체'가 되어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유족들의 짐을 덜어주어야 한다. 어느 참사도 가볍게 지나가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안타까운 사연으로 바라볼 참사가 유족들에게는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삶 속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건 사고들이 예기치 못하게 벌어지곤 한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무안 참사 모두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일본엔 후쿠시마 원전 폭발, 미국에는 9.11 테러, 유럽에는 한동안 이어졌던 테러들이 그러한 사건들이다.


참사가 발생하면 사건의 직접 피해자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아픔을 겪게 된다. 그러나 다수가 힘을 합쳐 그 참사의 피해를 보듬고 극복해 나간다면, 사회 구성원 간의 유대감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번 전남 무안 공항 참사로 전 국민이 아파하고 있다.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아픔이지만 여러 연구에서 공동체의 적극적인 개입이 사회적 아픔을 승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울고 있는 유족들과 함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시민, 상처 입은 유족과 피해자들의 피해와 상처를 회복시키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정부와 기관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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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이아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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