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하이퍼 인플레이션, 우리가 사용하는 돈을 믿을 수 있을까? ㅣ밸류체인타임스

권예원 칼럼니스트
2024-12-16
조회수 1998

[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원 칼럼니스트]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독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폐를 불태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왜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까?


이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지폐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나무를 사는 것보다 지폐를 태우는 것이 더 저렴해졌다. 사람들은 추운 집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장작 대신 지폐를 태워 집을 데웠던 것이다.


하이퍼 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란?


하이퍼 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은 물가 상승이 통제를 벗어나 매우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는 경제적 현상을 말한다. 전달 대비 물가가 50% 이상 상승할 때 하이퍼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하이퍼 인플레이션 상태일 경우에는 물가상승률이 50%대에 정체되지 않고 계속해서 상승한다.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물가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며 하루 단위, 심할 경우 시간 단위로 상승된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급격히 상승된 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의 화폐 신뢰도를 급격히 떨어뜨린다. 이는 경제의 통화량을 더욱 증가시켜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한다.


사진출처:unsplash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감소한다. 이는 시중의 통화량을 증가시켜 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돈의 가치가 낮아지면 소비자들은 금융기관에 예치할 돈이 사라지게 되어 은행들은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소비 감소로 인해 기업이 내야할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는 기업만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에 내야할 세금을 내지 못하면 세수입이 감소해 정부가 일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질 경우 정부가 필요한 일들을 하지 못해 무정부 상태가 될 수 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이유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여러 가지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과도한 통화 공급으로 실제적인 ‘종이돈’의 양이 급격히 증가하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화폐에 대한 신뢰가 감소한다. 이때 사람들은 돈이 아닌 실물 자산의 소유를 원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화폐의 가치는 더욱 떨어지게 되어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더욱 가속화된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문제점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반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 실물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치솟는 물가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며, 식료품 및 생활용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된다. 이로 인해 물건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해진다. 최악의 경우, 물건이 생산되지 않아 물물교환 경제로 전환되며, 최종적으로 한 나라의 경제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더욱 재촉한다. 물건의 가격이 상승되면 사람들은 물가가 더 오르기 전 많은 양을 보유하려 하고, 이는 상품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켜 가격을 더욱 상승시키는 결과를 불러온다.


사진출처:unsplash


또한, 과도한 현금 발행으로 인한 지폐 가치의 하락으로 저축, 연금, 채권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이는 개인의 자산이 침식되어 나라 전체의 큰 위기를 불러일으킨다. 화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금융기관의 신뢰도 하락하고, 외환 시장에서도 현지 통화의 가치가 떨어져 국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나라


독일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독일은 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빌렸다. 하지만 전쟁에서 패배하며 수십억 달러의 배상금을 떠안게 되었다. 이로 인해 독일의 중앙은행에서는 막대한 양의 지폐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되었으며, 독일 화폐 가치가 급락하게 되었다.


독일이 돈을 빌렸던 연합국에선 가치가 떨어진 독일 화폐가 아닌 다른 통화로 배상금을 요청했다. 독일은 외화를 매입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발행했다. 이로 인해 독일의 화폐 가치는 더욱 하락하게 되었다. 독일 화폐는 더 이상 ‘돈’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목하고, 종이가 되어버린 화폐는 불을 지피기 위한 연료로 전락했다.


사진출처:wikimedia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2010년대 초반에 시작되어 현재까지도 그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베네수엘라는 막대한 석유 매장량으로 20세기 동안 넉넉한 경제를 누렸던 나라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며 석유 공급 과잉으로 인해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2014년에 69%였던 물가상승률이 2015년 181%로 급격히 상승하며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시작될 징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6년 연말에는 800%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고, 2017년에는 4000%, 2019년 초에는 260,000,000%까지 높아진 물가로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게 되었다.


2018년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은 치솟는 물가 상승을 잡기 위해 기존 화폐의 1/100,000를 절감한 새로운 통화를 발행하며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초 인플레' 짐바브웨, 자국 통화 없애더니 디지털 화폐 도입

사진출처:연합뉴스


짐바브웨는 21세기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가장 먼저 경험한 국가다. 1991년, 당시 짐바브웨 대통령은 경제 구조 조정 프로그램인 토지개혁으로 인해 식량 생산이 급격히 감소하며, 경제적인 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다. 짐바브웨 또한 독일처럼 국가 부채 증가로 인해 통화 공급을 늘렸다. 경제 산출량과 수출이 크게 감소하며 여러 경제적 상황이 겹쳐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짐바브웨의 물가 상승률은 2004년 624%, 2006년 1730%, 2008년 7월에는 231,150,888%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2008년 11월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율은 79,600,000,000%로 일일 인플레이션율 98%를 달성했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짐바브웨의 물가는 매일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또한 실업률이 70%를 넘으며 짐바브웨의 경제활동이 멈추게 되었다. 이로 인해 짐바브웨의 국내 경제는 물물교환 경제로 바뀌게 되었다. 2008년 짐바브웨의 공식 화폐는 폐지되었고, 외국 통화로 대체 되었다.


하이퍼 인플레이션 극복 방법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극복한 나라의 경우를 살펴보아야 한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극복한 나라인 독일은 1923년 통화 개혁을 통해 새로운 통화 단위를 만들었다. 더불어 예전 화폐와 새 화폐를 교환해주는 화폐 교환 정책을 실행하며, 사람들이 새 화폐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새 화폐를 발행하며 독일 정부는 토지를 담보로 하며 화폐에 대한 신용을 강화했다. 또한 화폐 발권량을 32억으로 정했고, 독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원인이었던 무한으로 찍어내던 돈을 막는 정책을 만들며 돈에 희소성을 부여했다. 독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새 통화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하며 완전히 정지시켰다.


사진출처:unsplash


전문가들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을 때 이를 수습하기 위한 방법으로 2가지 안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화폐의 무분별한 발행을 중단하겠다는 공약이다. 공약을 발표함으로 인해 사람들은 화폐가치 상승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고 화폐를 보유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화폐 생산이 중단되며 화폐의 가치가 조금씩 상승하고 다시 경제에 활력이 생기게 된다.


두 번째는 정부가 균형있는 예산을 조정하겠다는 공약이다. 이 공약을 통해 정부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과세를 줄이게 된다. 또한 사람들은 가까운 시일 내에 화폐의 양이 상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돈에 대한 신뢰를 상승시킨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통해 우리는 돈에 대한 신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은 무분별한 화폐 생산일 수 있지만 근본적인 요인은 이로 인한 화폐가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데 있다.


결국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화폐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신뢰가 회복될 때 극복할 수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 경제에 대한 신뢰, 자신이 사용하는 돈에 대한 신뢰를 통해 경제는 회복된다. 


우리가 별 생각없이 사용하는 돈에 대한 신뢰는 국제적인 경제활동, 국내 경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경제적 위기가 오더라도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초연한 태도를 가져야지만 경제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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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권예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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