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스킬은 과연 학벌을 넘어설 수 있을까 | 밸류체인타임스

김유진 기자
202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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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nsplash)


[밸류체인타임스=김유진 기자] 대규모 공채의 시대가 저물고, '스킬 기반 채용(Skill-based Hiring)'이 채용 시장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출신 학교나 학력 대신 포트폴리오와 실무 프로젝트 경험으로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AI 역량을 갖춘 인재 수요가 전년 대비 230%나 폭증했다는 통계가 보여주듯, 기업들은 학벌 중심의 간판 평가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직무 역량과 디지털 리터러시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채용 프로세스를 전면 재설계하고 있다. 직무기술서(JD)의 자격 요건 역시 '경영학과 학사 이상'에서 '데이터 시각화 능력 상, 파이썬 활용 경험 우대'와 같이 실무 중심으로 탈바꿈하는 추세다.


언뜻 이는 오래된 학벌주의의 불공정을 해소할 반가운 패러다임 전환처럼 보인다. 그러나 스킬 기반 채용이 과연 한국 사회 학벌주의의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냉철한 검증이 필요하다.


우선, 스킬 기반 채용을 견인하는 진짜 동력이 '공정성'이 아닌 '효율성'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이 학력과 연차라는 전통적 지표를 내려놓는 이유는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술 변화의 주기가 급격히 단축되면서, 3~5년 전의 경력이나 학위가 현재의 역량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실무에 즉각 투입 가능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는 실용적 절박함이 학벌 중심 채용을 밀어낸 것이지, 학벌주의가 불공정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기업 관행을 바꾼 것은 아니다. 동기가 다르면 결과의 지향점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효율만을 좇다 보면 스킬 검증마저 포트폴리오의 화려함, 자격증, 고가의 부트캠프 수료 이력 등 또 다른 형태의 스펙 경쟁으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제도의 명칭을 바꾼다고 해서 학벌이라는 강력한 변수가 자동으로 휘발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전례가 증명한다. 공공부문은 지난 2017년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했지만, 채용 과정 어딘가에서 출신 학교의 그늘이 여전히 작동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개인정보 항목에서 학력과 출신 학교를 원천 배제하는 법 개정안까지 발의된 실정이다. 스킬을 증명하는 이력인 '어떤 대학의 어떤 프로그램에서 수행한 프로젝트인가', 역시 은연중에 학벌의 후광 효과와 결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스킬 기반 채용의 잠재력까지 단칼에 폄하할 수는 없다. 워크 샘플이나 실무 과제로 지원자의 실제 역량을 직접 측정하는 방식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출신 배경과 무관하게 실력을 증명할 창구를 획기적으로 넓혀준다. 특성화고나 비명문대 출신이라도 압도적인 포트폴리오만 갖춘다면 서류 단계부터 정당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진일보한 변화다. 인도의 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이력서를 폐지하고 코딩 챌린지만으로 인재를 채용해 인력 풀을 획기적으로 확대한 사례처럼, 평가 기준을 명확한 실무 역량으로 축소할 때 기존 학벌 필터에 가려졌던 지원자들에게 새로운 문이 열린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스킬이냐, 학벌이냐'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아니다. 핵심은 스킬을 어떻게 정교하게 정의하고 공정하게 검증할 것인가에 있다. "5년 이상 경력"이나 "OO대 졸업"이라는 기준은 단순하고 직관적이지만, "이 직무에 필요한 핵심 역량 3가지"를 정의하고 이를 편향 없이 검증하는 작업은 훨씬 복잡하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이 검증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기업일수록, 결국 가장 익숙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지표인 '학벌'로 회귀할 유인이 크다.


스킬 기반 채용이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공정성을 향한 전환점이 되려면, '효율성'이라는 단편적 동기를 넘어서야 한다. 평가 기준의 설계와 검증 프로세스 자체가 얼마나 투명하고 편향에서 자유로운지가 엄밀히 검증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학벌이 물러난 자리에 '스펙'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서열이 둥지를 틀어앉는 광경을 다시금 목도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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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체인타임스 =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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